3월 30일 중국 상하이의 한 대형마트. 선반에 식료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사진 블룸버그
3월 30일 중국 상하이의 한 대형마트. 선반에 식료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의 순환식 봉쇄가 중국 경제 성장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자, 확진자 수를 ‘0명’으로 만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봉쇄를 결정했다.

상하이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황푸강을 기준으로 도시를 동서로 나눠 단계적으로 봉쇄한 뒤 핵산(PCR)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3월 27일 밝혔다. 동부인 푸둥·푸난 인접 지역은 3월 28일 오전부터 4월 1일 오전까지, 서부인 푸시 지역은 4월 1일 오전부터 5일 오전까지 각각 나흘간 봉쇄됐다.

상하이시는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 운영을 중단했고, 경찰과 보안요원을 배치해 시민의 통행을 통제했다. 모든 시민은 봉쇄 기간에 집에만 머물러야 했다. 일부 주거단지에서는 “외출은 팬데믹(pandemic· 감염병 대유행) 예방 규칙 위반이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는 확성기 음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봉쇄 직전인 3월 27일에는 대형마트에 생필품과 식료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일부 시민들은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두고 다투거나,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봉쇄 기간에도 택배·배달 기사의 이동은 허용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식료품 주문이 폭주했다. 신선식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채소 가격이 2~3배 뛰자, 소셜미디어(SNS)에는 “채소가 명품보다 귀하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상하이시는 대다수 기업과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를 당부했다.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은 기업은 운영을 일시 중단하거나 직원들을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숙식시키며 일을 시키는 방안을 택했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의 가동을 4일간 중단한 반면, GM 중국 상하이 합작법인은 직원들에게 “필요하다면 공장 바닥에서 취침하라”면서 공장 가동을 이어갔다. 한 은행 직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직원 30여 명이 시스템 유지를 위해 회사에서 숙식하고 있다”면서 “사무실에는 야전 침대를 깔았고 냉장고에는 음식을 가득 채웠으며 라면 수십 개도 챙겨놨다”고 했다.

중국의 금융·무역 중심지 상하이가 멈춰서자, 글로벌 경제와 공급망 우려도 커졌다. 상하이는 인구가 2500만 명 넘는 거대도시인 데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8%(1위)를 차지한다. 세계 1위 컨테이너항이기도 하다. 홍콩중문대학교는 “봉쇄는 소비,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상하이 봉쇄 시 실질 GDP가 4% 감소하고, 상하이·선전·항저우·광저우 등 4대 도시를 봉쇄하면 그 감소 폭이 12%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5.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그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엔 부정적 영향이 더 큰 편”이라며 “중국 정부가 엄격한 제한 조처를 고수한다면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0.6%포인트 깎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국제유가는 상하이 봉쇄 조치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 이틀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월 28일과 29일 각각 6.97%, 1.62%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에 반도체 기업이 많아 반도체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28일 “상하이 봉쇄로 전 세계 공급망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생산 차질보다는 물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월 29일 연 ‘제22차 산업자원안보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상하이 봉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하역 인력 부족, 화물트럭의 어려운 진·출입, 부두 저장 한계 도달, 선사 운항 감축 등 물류 차질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락하는 엔화 가치. 사진 블룸버그
하락하는 엔화 가치.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급락하는 엔화에도 통화 완화 고수하는 일본은행

일본 엔화 가치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3월 29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7.2원 하락해 100엔당 989.59원에 마감됐다. 이는 2018년 12월 5일(985.45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초 110엔대 박스권에서 움직였지만, 3월 28일 장중 125엔까지 올랐다. 엔·달러 환율이 125엔까지 오른 건 2015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는 그간 ‘위기 때 가치가 오르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다. 엔화가 기축통화에 포함돼있는 데다 일본의 외화자산이 넉넉하고, 경제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공식과 다르게 엔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후 오히려 가치가 더욱 하락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현재까지 엔화 가치는 5% 이상 떨어졌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 폭(-2.15%)보다 큰 편이다.

엔화 약세 이유로는 일본은행(BOJ)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한국은행 등은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자산매입프로그램(APP) 종료 시기를 앞당겼지만,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3월 25일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와 물가를 끌어올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행도 지난 1월 엔화 가치가 10% 하락하면 일본의 GDP가 1%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업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아사히신문은 “과거에는 엔화 약세가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나 수출업체에 도움을 줬지만, 현재는 일본 내 제조업체가 줄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며 “육류, 커피, 콩 등 수입품을 활용하는 외식 업자나 소비자가 엔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연결 포인트 2
美 장단기 금리 역전…경기 침체 오나

미국 연준이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 행보에 나서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월 29일 오후 2년물 미 국채 금리가 2.39%로 10년물 미 국채 금리(2.38%)를 추월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2019년 9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월 21일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이르면 5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힌 데다, 연준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들까지 빅스텝 필요성을 언급한 탓이다.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 차 축소나 역전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경기 침체의 신호로 여겨진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1980년과 1982년, 1991년, 2001년, 2009년, 2020년 등 6차례의 경기 침체 기간에 앞서 모두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메들리 글로벌자문의 거시전략가인 벤 에몬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없이 경기 침체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며 “이러한 현상이 미래의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지표가 된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분석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금리 역전 뒤 경기 침체가 나타났던 국면은 모두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 나타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징후 역시 발견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