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가 7월 17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유럽연합(EU) 주례 각료회의 시작 전 차기 EU집행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가 7월 17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유럽연합(EU) 주례 각료회의 시작 전 차기 EU집행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전 독일 국방부 장관이 7월 16일(현지시각) 선출됐다. EU집행위는 28개 EU회원국 정부로부터 독립돼 EU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조직이다. EU의 법과 정책을 이행하고 예산 관리·집행, EU의 일상 업무 등을 수행한다. EU집행위원장은 위원회의 행정수반으로 이 자리에 여성이 선출된 것은 1993년 EU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재적 의원 747명 중 절반이 넘는 383명의 찬성표를 얻어 인준을 통과했다. EU집행위원장은 5년 임기로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은 11월 1일 장 클로드 융커 현 위원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2024년 10월 말까지 EU를 이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단합되고 강한 EU를 만들겠다”고 선출 소감을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의 선출은 EU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타협을 이룬 결과로 분석된다. 독일인 집행위원장을 바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이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그를 지지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7남매의 어머니이면서 의사 출신이다. 독일에서 여성이 둘째 아이를 낳고 다시 직장에 복귀하는 비율은 5% 남짓에 불과하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의 아버지는 EU집행위원회 관료, 독일 니더작센주(州) 총리를 지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을 발탁한 사람은 메르켈 총리다. 그는 메르켈 정부에서 가족여성청년부와 노동부 장관을 지낸 뒤 독일 첫 여성 국방부 장관을 맡았다. 노동부 장관 시절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2개월 육아휴직 제도를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소속 정당인 독일 기독민주당(CDU)에선 ‘개혁파’로 꼽힌다. 기업 임원에 대한 여성할당제 도입, 직장 보육시설 증대, 최저임금제 도입, 동성 결혼 등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앞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의 무역갈등 해소, 기후변화 등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특히 그의 취임 하루 전인 10월 31일은 영국의 EU 탈퇴시한이다.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하면 EU엔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영국의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그는 “2050년까지 유럽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자리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내정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ECB 총재에 임명된 후 IMF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럽의회 인준을 받으면 ECB 최초의 여성 수장이 된다. 차기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로는 각각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부 장관이 내정됐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이 EU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된 독일 국방부 장관은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독민주당 대표가 내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