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미트의 배양 닭고기 요리. <사진 : 멤피스미트>
멤피스미트의 배양 닭고기 요리. <사진 : 멤피스미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홍콩 최고 부호 리카싱(李嘉城) 청쿵(長江)그룹 회장 등 세계적인 거부들이 앞다퉈 투자 경쟁을 벌이는 분야가 있다.

자산 합계 130조원이 넘는 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바로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 등으로 대표되는 ‘대체 육류’다. 배양육은 소·돼지·닭 등의 가축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6주간 배양한 후 고기처럼 모양을 낸 것이다. 2013년 네덜란드에서 관련 기술이 처음 개발됐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10년 12억달러(약 1조3500억원)였던 식물성 육류 시장 규모가 지난해 18억달러(약 2조300억원)로 급성장했다. 유로모니터는 2020년엔 관련 시장 규모가 3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인접한 캘리포니아주 샌리앤드로에 본사를 둔 배양육 전문 스타트업 ‘멤피스미트’는 최근 게이츠와 브랜슨, 사료 회사 카길 등으로부터 총 1700만달러(약 192억원)를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닭고기 배양에 성공해 시식까지 끝마쳤다.


진짜 소고기보다 단백질 풍부하고 열량 낮아

게이츠는 이에 앞서 2013년과 2015년에 단백질로 스테이크를 만드는 ‘비욘드미트’와 콩 뿌리혹 헤모글로빈 ‘헴(heme·유기철분)’ 성분으로 햄버거를 만드는 ‘임파서블푸드’에도 각각 투자했다. 리카싱이 설립한 호라이즌벤처스도 2014년 임파서블푸드에 투자했다.

임파서블푸드는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를 염려하던 스탠퍼드대 분자생물학 교수 패트릭 브라운이 2011년 창업했다. 지난해 구글이 이 회사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임파서블푸드가 지난해 개발한 햄버거용 패티는 100% 식물성이지만 같은 크기의 소고기 패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과 열량은 낮다. 또 기존의 소고기 패티를 만들 때보다 물 사용은 74%, 온실가스 배출량은 87%나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운 교수는 소고기를 분자 단위로 분석해 연구한 결과 단백질 성분인 ‘헴’이 고기 맛과 색을 낸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결국 식물성 헴 추출에 성공했다. 여기에 밀가루와 감자 전분을 섞어 고기를 구울 때 표면이 바삭해지는 효과까지 재현하면서 진짜 고기의 맛과 향, 식감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임파서블 버거’의 가격은 12달러다. 임파서블푸드는 향후 돼지고기와 생선 등의 대체 육류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세계인구 증가로 대체 육류 수요 급증 예상

동물 애호가인 비욘드미트의 창업주 이선 브라운은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뒤 2009년 캘리포니아주 엘세군도에 비욘드미트를 설립했다. 이후 콩류를 비롯해 100% 식물성 원료만으로 만든 닭고기를 선보였고, ‘진짜 닭고기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 최대 육가공 회사인 타이슨푸드는 지난해 11월 이 회사 지분 5%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체 육류 회사인 햄프턴크리크푸드는 달걀이 아닌 식물성 원료로 만든 달걀을 이용해 마요네즈를 생산했다. 10여 종의 식물에서 추출한 인공 달걀 파우더가 주재료다. 대체 육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육류 소비의 부작용이다. 육식 위주 식단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에 더해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도 반(反)육식 정서를 부추겼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의 육류 소비를 충당하려면 지금부터 생산량을 매년 2억t씩 늘려야 한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전염병 확산과 살충제 사용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국산 달걀에서 유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달걀은 물론 닭고기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따라 채식주의자 수가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프랑스채식주의자연합(AVF) 가입자 수는 2013년 2770명에서 올해 4623명으로 3년 사이 67% 증가했다. 영국 내 15세 이상의 채식자는 2006년 15만명에서 2016년 5월 기준 54만2000명으로 10년 새 360% 증가했다.

배양육이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가격도 낮춰야 한다. 멤피스미트의 경우 닭고기 1파운드(453g) 생산에 연구비를 포함해 약 9000달러(약 1000만원)가 투입됐다.

배양육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연구팀이 올해 4월 미국인 6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3%가 ‘배양육을 먹어볼 생각이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2030년쯤이면 일반 가정에서 대체 육류 요리가 일상적인 메뉴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Plus Point

채식주의도 단계가 있다

나탈리 포트만은 2009년 ‘비건’으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임신 후 ‘락토’로 단계를 바꿨다. <사진 : 유튜브 캡처>
나탈리 포트만은 2009년 ‘비건’으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임신 후 ‘락토’로 단계를 바꿨다. <사진 : 유튜브 캡처>

채식(菜食)의 사전적 정의는 ‘고기류를 피하고 채소와 과일, 해초 등의 식물성 음식만을 먹는 것’ 이다. 하지만 채식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동물성 식재료가 조금이라도 섞인 음식은 아예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은 ‘비건(Vegan)’, 유제품은 먹으나 해산물·달걀은 먹지 않으면 ‘락토(Lacto)’, 달걀은 먹되 유제품과 해산물은 먹지 않는 경우 ‘오보(Ovo)’라고 한다. 해산물을 전혀 먹지 않는다면 ‘락토 오보’로 분류한다. 또 육류의 붉은 살코기만 먹지 않으면 ‘폴로(Pollo)’, 가금류와 조류만 피한다면 ‘페스코(Pesco)’라고 부른다. 원칙적으로 완전 채식을 하지만 가끔 육식을 하는 이들은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일컫는다.

유명 인사들 중에서 채식주의를 고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와 폴 매카트니, 아델, 배우 나탈리 포트만과 토비 맥과이어, 우디 해럴슨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