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모(42)씨는 최근 가슴을 쓸어내렸다. 임씨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기억력이 떨어지는 뇌질환으로 치매환자의 90% 이상을 차지) 의심증세가 있어 추가 검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치료비와 간병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표적 질환이다. 임씨는 “다행히 아직 큰 이상은 없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보험도 없는 상태에서 부모님이 큰 병에 걸리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다.

60대 이상 고령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이미 1~2개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병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고령자들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최근에 많이 출시돼 더 큰 질병이 생겼을 때를 대비할 수 있다. 또 치매 등으로 간병인을 써야 하는 경우 간병비를 보장해주는 치매보험도 판매되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모님을 위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어떤 것들이 있고 가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뭔지 알아봤다.


1│치매보험은 생보사 상품이 유리

부모님을 위한 보험 중 대표적인 것은 치매보험이다. 치매보험은 치매증상을 겪는 사람들에게 그 정도에 따라 치료비나 간병비를 지급해주는 보험이다. 치매 여부는 전문의가 임상치매등급(CDR) 검사를 해서 판가름한다. CDR 등급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있으며, 숫자가 커질수록 치매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보험사별로 판매하고 있는 치매보험 상품은 다양하다. ‘한화생명 간병비 더해주는 치매보험’은 경도치매(CDR 1등급) 진단 시 500만원, 중등도 치매(2등급) 진단 시 1000만원을 지급한다. 또 중증치매(3등급 이상)인 경우 2000만원의 진단금과 함께 매월 100만~150만원가량의 간병비를 15년간 지급한다. 월 보험료는 가입연령에 따라 다르고 한 번 가입하면 중간에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 상품이다. 75세 이하면 가입할 수 있고 최대 100세까지 보장된다.

교보생명의 ‘교보가족든든치매보험’도 경도치매 발생 시 300만원, 중등도 치매 발생 시 1000만원의 진단금을 준다. 또 중증치매는 진단금 2000만원과 매월 생활자금 100만원을 준다. 이 상품도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최대 95세까지 보장받는다.

치매보험에 가입할 때는 손해보험사의 보험상품보다는 생명보험사의 보험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지급기준이 생명보험사의 보험금 지급기준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는 CDR 등급을 받아 치매로 판정받으면 추가 조건 없이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는 CDR 등급을 받아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뇌영상장치 검사를 해서 뇌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를 받아야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한편 치매보험에 가입할 때는 지정대리청구인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지정대리청구인제도는 치매 진단을 받은 본인이 인지능력 저하 등으로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자녀 등 대리인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유병자 보험 들어야

치매 이외에도 암이나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험사의 종합보장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종합보장보험도 부모님이 고혈압약이나 당뇨병약을 장기복용하고 있다면 보험사들이 가입시켜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유병자 보험이다. 유병자 보험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가입할 수 있는 종합보장보험으로 일반 종합보장보험보다는 다소 보험료가 비싸다. 월 1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이 보험은 △최근 3개월 이내 의사가 입원, 수술, 추가검사 등을 요구한 적이 없음 △최근 2년 이내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 또는 수술을 한 적이 없음 △최근 5년 이내 암으로 진단받거나 입원 또는 수술한 적이 없음 등 3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다.

유병자 보험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주요 질환을 보장해준다. 다른 기타 질병에 대한 보장범위와 진단·치료비 등 보험금, 매달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각 보험회사별로 약간씩 다를 수 있다.


3│실비보험, 월 6만6000원이면 가입

부모님에게 보험을 들어드리고 싶은데 다달이 들어가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10만원 이하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원한다면 실손의료보험이 좋다.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으로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은 경우 실제 부담한 치료비(건강보험에서 지급한 금액을 제외한 자기부담금)를 보험사가 보장하는 상품을 말한다. 보통 월 6만~7만원 선에서 가입할 수 있다.

고령 가입자를 위한 실손의료보험은 별도의 노후실손의료보험(2014년 8월 출시)으로 판매되고 있다. 보통 60세 이상이면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을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노후실손의료보험은 만 75세 이하면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가입할 수 없다.

노후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만성질환자들은 유병력자실손의료보험(2018년 4월 출시)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10여 개 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고 노후실손의료보험과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를 부담하면 된다.

유병력자실손의료보험은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만 65세 이하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유병력자실손의료보험은 75세까지도 가입할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할 때는 노후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할지, 유병력자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할지를 부모님의 상황에 맞게 잘 따져봐야 한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은 입원과 통원치료비를 합해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준다. 반면 유병력자실손의료비는 입원비와 통원치료비로 나눠서 보험금을 지급한다. 유병력자실손의료비의 보험금 지급은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입원비는 최대 5000만원까지 지급되며 통원치료비는 보통 회당 최대 20만원까지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신상현 금융감독원 보험감리국 선임조사역은 “통원을 자주하고 통원치료를 갈 때마다 유병력자실손의료보험에서 지원해주는 20만원보다 더 큰돈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노후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A보험사의 유병력자실손의료보험의 경우 70세 남성이 가입하면 월 6만6000원가량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상해나 질병으로 입원하면 최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입원비의 30% 또는 10만원 중 큰 금액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입원비가 30만원이 나오면 30만원의 30%인 9만원이 아닌 10만원을 공제한 후 2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고, 입원비가 50만원이 나오면 입원비의 30%인 15만원을 공제한 후 35만원을 지급한다.

통원치료비는 1회당 20만원 한도 내에서 통원치료비의 30%와 2만원 중 더 큰 금액을 공제 후 받는다. 표준약관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보험료나 보험금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