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이 밀집해 있는 서울 연남동 일대 경의선 숲길 공원. 사진 조선일보 DB
꼬마빌딩이 밀집해 있는 서울 연남동 일대 경의선 숲길 공원.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노모(38)씨는 2016년 7월 가능한 돈을 모두 끌어모았다. 여유자금 5억3400만원에, 전세를 반전세로 돌려서 얻은 2억원을 보태 모두 7억3400만원이 모였다. 10억원은 은행에서 담보대출로, 6600만원은 기존 입주자들의 보증금을 그대로 인수해 서울 성동구의 18억원짜리 7층 건물을 매입했다.

이 건물은 현재 노씨의 사업체 사무실로 사용하는 2개 층을 제외하고 나머지 층은 상가들이 입주해있다. 이 건물에서 매달 나오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노씨는 월세(750만원)와 관리비(53만원)로 매달 803만원을 받는다. 은행 이자(월 290만원)와 전세였던 아파트를 월세로 바꿔 들어가는 비용(월 90만원)을 제해도 매달 423만원이 남는다.

노씨는 “기존에 임대해 사용했던 사업체 사무실을 입주시켜 임대료가 절약됐고 나머지 층은 모두 월세를 받고 있다”며 “살고 있던 집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비용과 은행 대출이자를 내고도 수익률이 상당히 괜찮다”고 했다.

노씨처럼 꼬마빌딩을 사려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빌딩 거래 규모는 3483동으로 집계됐다. 이 중 68.2%(2378동)가 연면적 1000㎡ 단위 미만의 꼬마빌딩이었다. 이런 추세는 KB금융경영연구소가 빌딩 거래를 분석한 2014년부터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전체 상업용 빌딩 거래 10건 중 7건은 꼬마빌딩 거래였던 셈이다.

최근에도 꼬마빌딩에는 연간 기준 10조원의 돈이 몰리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컨설팅 기업 NAI프라퍼트리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1년간 매매가 50억원 미만 꼬마빌딩의 누적 거래금액은 9조9392억원에 달했다. 이는 1000억원 이상 프라임 빌딩(5조5551억원) 거래액은 물론 100억~500억원대 중형빌딩(5조1096억원)과 50억~100억원대 소형빌딩(4조182억원) 거래액을 모두 압도하는 규모다.

꼬마빌딩은 올해 1분기에만 2조1259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연면적 100㎡초과 1000㎡미만을 기준으로 한 국토부와 KB금융경영연구소 조사 에서도 꼬마빌딩은 지난해 6조200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수익률은 연 7% 수준을 웃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꼬마빌딩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수익률은 7.07%였다. 은행의 평균 정기예금금리(1.81%)의 4배 정도다. 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는 공실률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꼬마빌딩에 주로 입주하는 소형 상가 공실률은 3% 수준을 유지해 중대형 상가 공실률(7%)보다 크게 낮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에서 꼬마빌딩이라는 트렌드가 완전히 자리잡았고 최근에는 다소 거래가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상가주택 매입할 때는 양도세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강남 등 거래 수요가 항상 있는 입지를 골라 투자할 것을 권한다. 지은 지 오래된 노후건물도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등으로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꼬마빌딩에 투자하기 위해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리얼티시스템부동산중개 이영준 대표는 △수익률 △주변시세와 비교된 토지가치 △상권 등 입지 △공실률 및 대출비율 등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임대수익률과 시세차익을 모두 만족할 만한 건물은 희소하기 때문에 둘 중 자신의 상황에 맞는 콘셉트의 건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빌딩거래 전문 중개기업인 빌사남의 김윤수 대표는 빌딩을 되팔 때 쉽게 거래가 가능한지 여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빌딩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임대수익도 중요하지만 원할 때 바로 시장에서 언제든지 팔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이 많은 서울 강남 등에 위치한 건물들이 인기가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하철역과의 거리, 상권의 형성 정도, 어느 정도 넓이의 도로와 접하고 있느냐 등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건물에 주택이 포함돼 있는 상가주택은 더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자가 이미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건물 매입 시 다주택자가 돼 세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도세는 1년 이상 보유했을 때 양도 차익에 대해 6~42%가 부과된다. 1200만원 이하의 양도 차익이 발생하면 6%, 1200만~4600만원은 15%, 4600만~8800만원은 24%, 8800만~1억5000만원은 35%, 1억5000만~3억원은 38%, 3억~5억원은 40%, 5억원 초과는 42%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적용돼 투기조정지역 내 주택을 파는 2주택자의 양도세는 기본세율에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를 더 내야 한다. 3주택자 이상이 5억원 초과 양도 차익을 보면 62%(기본 42%+중과세 20%)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Plus Point

가수 싸이의 빌딩투자법 ‘합지(合地)형 재건축’

서울 신사동에서 신축 중인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의 꼬마빌딩 현장. 사진 빌사남
서울 신사동에서 신축 중인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의 꼬마빌딩 현장. 사진 빌사남

지난해 서울 신사동에 50억원짜리 꼬마빌딩을 매입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는 올해 초 이 건물 바로 뒤에 위치한 다가구주택을 26억7500만원에 매입했다. 두 건물을 허물고 하나의 건물로 짓는 ‘합지(合地)형 재건축’을 염두에 둔 투자였다.

보통 도로변에 있는 건물은 접근성이 좋아 땅값이 비싼 반면 도로변 빌딩 바로 뒤에 있는 건물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다. 이 두 빌딩을 한 번에 매입한 후 하나의 건물로 다시 지으면 건물 전체를 도로변 시세로 만들 수 있다.

현재 이 신축건물의 대지면적은 389.02㎡(117평)인데 용적·건폐율 등의 규제에 따라 연면적 475평까지 지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축 건물 가치를 112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예상 건축비(23억7500만원)를 더해도 35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연구원은 “합지형 투자는 이미 잘 알려진 기법이기 때문에 조금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