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트레이더들이 거래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트레이더들이 거래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캐나다 토론토의 레이크 쇼어 대로(Lake Shore Boulevard)에는 지난달 문을 연 호텔엑스(Hotel X)가 있다. 7만5900㎡ 부지에 400여 개 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이다. 4개의 테니스코트에 1840년대 영국 군대가 사용하던 진지(陣地)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유리 바닥을 깔아놓은 박물관도 있다. 3층으로 구성된 루프톱에 최고급 스카이 바도 갖췄다. 이 호텔은 캐나다 최대 박람회장인 엑스비션 플레이스(Exhibition Place)에 위치해 연 300회 이상의 행사를 치르게 된다. 그런데 이 호텔을 짓는 데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한국인 투자자들이다.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자들을 모아 15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호텔에서 발행한 대출채권을 샀기 때문이다. 이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앞으로 5년간 연 6%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1억원을 투자한 사람은 매년 600만원씩 5년 동안 3000만원의 이자를 받는다.

“호황은 좋고 불황은 더 좋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 전기산업 창업자는 불황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포착할 기회라고 봤다. 불황기라도 기회는 언제나 있기 때문에 낚싯대를 던져놓고 준비하면 월척을 낚을 수 있다는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를 맞고 있는 국내 경제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미국 증시 폭락, 확산되고 있는 신흥국 경제위기설 등으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질 대로 커진 지금도 고노스케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조금만 더 투자할 곳을 고민하면 캐나다 호텔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처럼 목표로 하는 수익을 얻을 곳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재테크 전문가들에게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갈 투자법을 들어봤다.


1│미국, 여전히 매력적 투자처

10월 11일(현지시각)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한국 등 신흥국 증시마저 동반 하락하자 해외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계속 좋을 것’으로 믿고 투자했던 미국마저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지금이라도 손절매(손해를 보고 주식을 파는 것)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상반기에 투자한 아마존 주식 가치만도 8억2600만달러(9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한국인이 해외 시장 중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곳이 미국이어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국내‧외 주요 분석기관들은 오히려 미국 주요 기업의 주가가 조금씩 하락한 지금이 투자의 호기(好期)라고 이야기한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최근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IT주들이 조정받았는데 이런 기업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기업들이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했을 때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변규동 우리은행 가락동지점 PB팀장은 “소비재, 헬스케어, IT 등 각 산업 부문의 대장주 역할을 하는 미국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펀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분석기관들도 미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좌우하는 소비 경기가 굳건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미국의 주가 방향성을 결정 지어 온 중요한 변수는 소비인데 미국의 소비는 여전히 견고하고,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했다. 삼성증권 해외주식팀도 △애플 △비자 △아마존 △유나이티드 헬스 △나이키 △페덱스 등 20개 기업을 주목해야 하는 기업으로 꼽았다. 미 경제방송 CNBC가 13~14일 전국 8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All-America economic survey’에서도 응답자의 51%가 지금이 미국에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응답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4~6월) 4.2%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업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6%가 늘어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2│인기 급증하는 부동산 대출채권펀드

종잣돈 여유가 있는 투자자들은 해외 부동산 대출채권펀드 투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부동산 대출채권펀드는 외국에서 대형 건물을 매입하려는 회사가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것(채권)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00억원짜리 빌딩을 사려는 기업이 연 금리(이자)를 약속하고 채권을 발행하면, 금융회사는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한 후 이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보통 금리가 수개월에 한 번씩 변동되는 가산금리이기 때문에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속한 국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 기준금리를 반영해 대출채권의 금리도 올라간다. 금리 인상기에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인 셈이다.

또 국내 금융사들이 판매하는 대출채권펀드는 매입한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선순위 채권이기 때문에 만기에 떼일 염려가 거의 없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정윤희 신한PWM도곡센터 팀장은 “2~4년 만기로 투자가 진행되는데 연 6~7%의 이자(수익률)를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많은 투자”라고 했다. 다만 이런 해외 부동산 대출채권 투자는 수요보다 발행되는 채권이 적기 때문에 먼저 정보를 알아야만 투자를 할 수 있다. 또 투자금액도 1억원 이상 대규모 자금이어야 한다. 모든 투자자에게 정보가 제공되고 공모를 통해 판매하는 펀드가 아니라 투자자를 알음알음으로 모아 펀드를 조성하는 사모펀드로 대부분 운용되기 때문이다.


3│연 10% 수익률 올리는 신흥국 펀드

연 10% 이상의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신흥국 시장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대다수의 신흥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 유출 우려와 통화 가치 하락 등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잘 찾아보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브라질 국채의 경우를 보면 현재 연 10~11%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보통 국내 금융사들은 만기 7년이나 5년짜리 브라질 국채를 판매하고 있다.

10%의 금리를 받고 1000만원을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다면 연 100만원씩 이자를 받아 5년이면 원금의 절반을 회수할 수 있다. 또 만기가 되면 원금도 상환받을 수 있다. 최근 헤알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트남 펀드도 수익률 10%대를 기록하고 있어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된 15개 베트남 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연 10.04%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경제가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올해 3분기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6.98%(베트남 통계청)로 정부 목표치를 상회했다.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에도 베트남이 6% 후반대의 경제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베트남 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9800억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