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된 첫날인 7월 12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된 첫날인 7월 12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 연합뉴스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잡혀가는 듯했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며 4차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종식과 함께 경제 정상화를 기대해온 시장 참여자들은 강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초부터 이미 많은 경제 전문가가 지금과 같은 바이러스 재확산 시나리오를 예견한 바 있다. 짜증 나고 답답한 시국이긴 하나 시장이 무방비로 맞닥뜨린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낙심한 마음을 다잡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면서 어수선한 2021년 하반기를 최적의 투자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이를 위해 이번 칼럼에서는 현 상황을 상반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투자 판단의 균형감을 함께 길러보고자 한다.


커지는 더블딥 경고음

재확산이라는 고통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다시 괴롭히는 존재는 변이 바이러스다. 특히 가장 빠른 속도로 퍼지는 델타 변이(인도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 개발과 접종 개시 이후 급격하게 높아졌던 V 자형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흔들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은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쪼그라든다는 건, 시장이 경제 회복 지연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각국이 코로나19 유행 초기 때처럼 국경 봉쇄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금융시장 심리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영국에 대한 여행 금지 경보를 발령했다.

코로나19는 유행 초부터 긴 잠복기와 강한 감염성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정복하지 않는 한 재확산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 때문에 이동 제한과 경제 봉쇄 강화가 반복되면 글로벌 경기는 ‘더블딥’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했다. 더블딥은 회복을 보이던 경제가 다시 침체하는 걸 말한다. 1981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미국이 더블딥을 겪은 적 있다.

강력한 경기 부양과 유동성 지원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던 올해 상반기까지의 글로벌 경기도 하반기 들어서는 더블딥 우려에 휩싸였다. 최근 미국 국채의 금리 급락은 더블딥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국채 금리는 향후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 그런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일 하락해 장중 한때 1.17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기 금리가 하락해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드는 건, 미래에 경기 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예고된 상황에서 백신 접종 확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점,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서비스업 지수와 고용률 등 미국의 6월 경기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친 점 등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배경이다.

더블딥 우려의 밑바닥에는 각국의 정책 대응이 작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각국 정책 당국이 지난해 코로나19를 돈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핵심 배경은 코로나19 이전이 ‘디스인플레이션(disin‑ flation·물가상승률 둔화) 시대’였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없이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섰고, 미 정부는 이를 공격적인 재정 지출 재원으로 쓸 수 있었다. 연준은 제로 대출 금리, 긴급 대출 정책 등을 통해 풍부한 유동성 환경을 구축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재정 지원 덕에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 기업의 가치는 커졌고, 주식시장은 역사적인 고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 코로나19와 치열했던 전쟁의 후유증으로 공급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인됐다. 작년처럼 정부의 기민한 정책 대응이 쏟아지는 걸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위험자산 선호 여전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국내 증시가 받는 충격은 크지 않다. 왜일까.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유동성 파티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어쨌든 백신 접종이 시작된 만큼 백신이 없던 시절과는 다르게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를 금세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다는데, 통상 불경기에 수요가 몰리는 달러화 투자 분위기를 보면 딱히 과열 양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비대면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른다고 보기도 어렵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일부 증시 조정에 영향을 미치긴 했으나 기존 코로나19 확산 때와는 사뭇 다르게 시장이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최근 관찰되는 증시의 일부 조정은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경제 활동 지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기보다는 역사적 고점에 도달한 증시의 일시적인 되돌림 현상으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경기 회복 속도 둔화 전망과 함께 미 국채 금리가 하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증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힘이 더 커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경기 호조가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법 있는 만큼 증시도 점진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미 국채 금리 급락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로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장을 보이는 와중에도 성장주는 강세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일 때 코스닥 바이오 업종이 선방했다. 성장주에 대한 매수 강세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다.

연초만 해도 실적주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연준이 “긴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입장을 밝히자 실적주보다는 성장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바이오 업종은 미국 바이오 업종과 궤를 함께할 때가 많은데, 미국 바이오가 최근 저점에서 반등하는 ‘bottom fishing(저가 매수)’ 양상을 보였다는 점도 상기해볼 만하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정부의 유동성 회수가 늦어질 것이라는 판단은 시장에 투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확실시된다는 건 리스크 요소인데,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주가는 금리 인상 우려가 선반영된 수준일 것이다.

이처럼 현재 시장은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에 무척 혼란스럽다. 확신이 안 선다면 잠시 숨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