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사장  박종수



 “고객별 차등 수수료 제도 도입으로 잘못된 위탁 매매 수익 구조를 현실화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반년간의 공백을 깨고 국내 최대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의 사령탑으로 돌아온 박종수(58) 사장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우선 위탁 매매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위탁 매매 수수료 현실화는 국내 증권업계의 최대 숙원 과제. 위탁 매매 수익은 지난 2000년 국내 증권사 전체 영업 수익 중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수익원이었다. 하지만 증권사간 과당 경쟁,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장으로 매매 수수료가 대폭 인하되면서 수익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형편이다. 실제로 2004년 4분기(10~12월) 현재 위탁매매 수익은 전체 영업 수익 중 30% 가량으로 줄었다. 그만큼 증권사들의 살림이 궁색해진 것이다. 최근 증권업계에 불고 있는 지점 폐쇄, 인력 감축 등 구조 조정의 핵심도 이같은 수익 구조가 원인이다.

 “현재 위탁 매매 수수료 체계는 크게 잘못된 상태입니다. 서비스의 질과 양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오히려 수수료는 바닥을 모르게 내려가고 있어요. 수수료 인하는 고객에게 마냥 좋은 일이 아닙니다. 제값을 받지 못하고 상품을 팔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품의 질과 서비스도 나빠지는 게 그 이치에요.”

 박사장은 앞으로 전산 비용, 정보료, 투자 상담료 등 제공하는 투자 서비스와 정보량에 따라 매매 수수료를 고객마다 차등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지금도 온·오프 라인 또는 거래 대금에 따라 매매 수수료가 다르지만 이를 더욱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대우증권 사장 시절에도 위탁 매매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 정부 당국과 업계를 동분서주했지만 수익 감소를 우려한 증권사들의 눈치 보기와 인식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는 “이제 수수료 문제에 대한 증권사들의 분위기가 성숙된 데다 감독 당국도 업계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상황이어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내부적으로 차등 수수료 제도 시스템을 갖춰 가면서 감독 당국과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객 돈 벌게 해주는 증권사로 변신 선언

 회사의 수익 구조 개선과 더불어 고객 이익에도 충실한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 박사장의 포부다. 이를 위해 기존의 영업 방식을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시장수익률만큼 수익을 얻지 못해 일부는 손실을 보고 시장을 떠나는 상황입니다. 이는 우리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투명치 못한 데다 증권사의 수익 구조가 고객 수익과 상충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에요. 업계의 리딩 컴퍼니로서 이러한 문제도 책임감을 갖고 해결할 방침입니다.”

 박사장은 잘못된 영업 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일단 과도한 매매 회전을 제한할 계획이다. 영업 직원들이 성과급을 노려 과도하게 고객의 돈을 굴리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 영업 직원에 의해 고객 손실이 과도하게 발생할 경우 담당자를 교체하는 것은 물론 상담 자격도 박탈할 예정이다. 또 영업 직원의 성과 평가 방식도 기존 약정 기준에서 고객수익률 기준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그는 “약정을 올리는 데 급급해 일임 매매를 하거나 고객에게 손실을 입히는 것은 고객의 부를 갉아먹고 자신의 몫만 챙기겠다는 식이어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실적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영업시스템은 물론 성과평가시스템을 대폭 개선, 영업 직원의 인식 전환과 고객의 부를 함께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단순한 위탁 매매 서비스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개인 자산 관리 중심으로 영업 방침도 바꾼다는 전략이다. 고객에게 단순히 주식 거래를 유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증식 플랜을 짜줌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부침이 심한 위탁 매매 수익에 의존하는 것보다 장기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한 자산 관리영업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의 전체 순이익 중 위탁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즉 거래 대금 증감에 따라 전체 순이익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사장은 “잘못된 영업 관행 개선은 물론 윤리경영 선포, 지점장과 정도 영업 MOU 체결 등을 통해 고객에게 돈을 벌게 해주는 증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또 단순 주식 거래보다는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령화를 대비한 고객의 노후 설계도 가능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 자산 관리 영업을 위해 자산 관리 영업 인력을 현재 300여명에서 삼성과 한투· 대투증권 수준인 600∼700여명으로 늘리는 한편, 점포도 주식 거래 중심에서 자산 유치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또 우리은행과 연계한 영업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우리은행 지점과 출입문은 다르지만 같은 건물이나 같은 층을 쓰도록 해 원 스톱 금융서비스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며, 공통 상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통해 고객 니즈를 적기적소에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같은 체질 개선 작업을 통해 오는 2007년에는 자산 관리시장에서 업계 1위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현재 26조원 수준인 예탁 자산을 올해 34조원, 오는 2007년까지 50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07년 국내 IB부문 1위 목표

 위탁 매매(브로커리지), 자산 관리와 더불어 박사장은 IB(Investment Bank) 부문에서도 큰 청사진을 갖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 점유율을 높여 2007년까지 국내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 사실상 위탁 매매, 자산 관리, IB 부문을 총망라한 명실상부한 업계 리딩 컴퍼니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IB 협의회'를 통한 은행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전통적인 유가증권 인수 부문(기업 공개, 회사채, ABS 발행 등)뿐 아니라 인수합병(M&A), 컨설팅, 부동산 금융, 사모투자펀드(PEF)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키워 나갈 예정이다.

 그는 “은행과의 연계 업무를 감안하면 IB 부문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IB 부문은 기대 수익이 큰 영역인 만큼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IB시장 개척도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IB 인력 중심으로 중국·대만 등 아시아 지역 IB 현황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특히 중국 시장의 M&A와 기업 공개 부문 업무에 주력할 방침이다. 헝가리대우은행 행장 시절 세계적인 투자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경험이 있는 그는 아시아 시장 진출도 자신했다.

 “세계적인 투자 은행과 경쟁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나 통하는 말입니다. 아시아 시장에선 국내 증권사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충분해요. 특히 중국내 IB시장은 국내 증권사가 도전할 만한 신흥 시장입니다.”

 박종수 사장이 옛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의 합병으로 자본금 7868억원, 자기 자본 1조8529억원의 업계 1위 규모로 재탄생한 우리투자증권을 어떻게 세계 반열에 올려놓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