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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맥킨지 한국사무소 부파트너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건설·부동산·화학산업 프로젝트 수행
유영민 맥킨지 한국사무소 부파트너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건설·부동산·화학산업 프로젝트 수행

미국 에너지부는 5월 2일(이하 현지시각) 오는 2030년까지 자동차의 50%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한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역점 사업을 달성하기 위해 첨단 배터리의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더 많은 배터리와 관련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초당적 기반시설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을 근거로 한다. 2021년 백악관이 공개한 초당적 기반시설법 세부 합의 내용에 따르면, 인프라 예산안은 향후 5년간 9730억달러(약 1100조원)에 달하는 큰 규모다. 그중 5790억달러(약 752조7000억원)는 운송·수자원·광대역 통신 등 신규 사업에 투자한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는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을 달성하기 위한 공공 인프라에 투자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고심 중이었고, 이때 눈에 띈 것이 경기 부양책과 기후변화 대응,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그린뉴딜’이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 패키지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조건을 달기 시작했고, 유럽연합(EU)이 경기 회복 패키지의 25%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로 설비 투자를 하는 것과는 별개로 개별 기업은 노동력, 장비, 원자재의 부족으로 인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내 건설 노동자의 40% 이상이 2030년에는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숙련된 노동자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경우는 2030년까지 600GW(기가와트) 규모의 총 20만 개 육상 풍력 설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이미 노동력과 기자재가 부족한 상황이라 아우성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업 입장에서 설비 투자 기회를 최적화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현금흐름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글로벌 석유업계의 경우를 살펴보자. 셸은 13개였던 글로벌 정유 공장을 6개로 줄이고,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 및 관련 서비스 분야에 자본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셸은 이미 전 세계 80여 개 국가 4만5000여 곳에 주유소를 보유한 사업자인데, 향후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셸은 지난 2월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저탄소 에너지 솔루션, 수소, 디지털 등 네 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친환경 밸류체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실제 영업 활동에 투입한 자산으로써 기업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뜻하는 투하자본수익률(ROIC) 기반의 의사 결정 방식도 있다. 현재 시중에 자본 공급이 많아진 상황이라, 회사는 기대 수익이 낮을 것을 우려해도 ‘묻지 마 식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기업 경영을 통해 벌어들인 세후 영업이익을 투하된 영업용 자산으로 나눈 ROIC 기반의 투자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ROIC는 미래 신사업을 위한 투자 금액이 커지면 총수치가 작아질 수밖에 없지만, 외부 규제가 바뀌거나 투입 비용이 저렴해진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 및 방산 분야의 경우, 정부의 대규모 펀딩을 통해 개별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ROIC가 높아지기도 했다. 향후 기후변화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그린뉴딜펀드’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 같은 펀딩이 활성화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낮은 ROIC를 보였던 에너지, 유틸리티 산업에서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에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건설사를 예로 들자면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마다 새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아닌, 건설사, 협력 업체, 자재 및 솔루션 공급사 등으로 구성된 에코시스템을 만들고 협업하는 것이다. 공공 인프라 영역에서는 발주처가 프로젝트 단위가 아닌 포트폴리오 단위로 이뤄지기도 한다. 비용, 원가, 제조 시간 등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경우, 자동차 자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프레스 공법의 ‘기가팩토리’ 가동 이후 올해 1분기 순수익만 기존 7배 이상을 올리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총이익률(32.6%)을 기록했다.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통해 수십 개의 패널을 용접해 차체를 만드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자동차를 통째로 찍어내는 기가 프레스 공법을 활용, 비용, 제조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였다. 테슬라는 상하이 외에도 독일 베를린, 미국 텍사스에서 기가팩토리를 가동, 올해 연말까지 연간 200만 대 생산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이 밖에 빅데이터 고급 분석(Advanced Analytics)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수행 계획 최적화, 실시간 공정 분석 등 모든 프로젝트 단계에서 회사들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다. 인도 제1의 철강기업인 타타스틸의 경우, 3단계에 거쳐 제철 공정을 개선하기 위한 고급 분석 방법론을 적용했다. 그동안 직원의 경험과 감으로 용광로 온도를 조절했다면, 직원들이 쓴 2년치 노트를 분석해 온도 결정하는 변수를 데이터화해 철강 상태, 장비 설정, 산소 유량 등 주요 변수 간 연결고리를 알고리즘화시켜 일처리 효율을 85%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공장은 핵심 성과지표(에너지 소비량, 처리량, 품질) 향상에 필요한 5개 오퍼레이션 영역을 선정하고 1차 디지털 애널리틱스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5가지 영역에서 연간 총 1000만달러(약 130억원)의 이익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동시에 아웃소싱 대신 공장 내 ‘첨단분석(데이터 분석) 아카데미’를 설립해 관리직 인원 중 130여 명(25%)을 대상으로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엔지니어 등 5가지 역할을 위한 교육도 실시했다.

미국에선 6년간 수행한 수천 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분석해 수익성을 개선한 엔지니어링 회사의 사례도 있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존 프로젝트 수행 사례를 학습시켜 신규 프로젝트의 예상 지연 기간과 주요 리스크 요소들을 분석하는 정유사 사례도 있다. 건설사 중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3R(Redesign·Reduce·Repurpose)을 실행, 탄소 배출량을 48% 절감한 사례도 있다. 효과적인 자본 투자를 위해서 경영진들은 공동의 목표를 중심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함께 협력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경우 경쟁 우위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