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줄어드는데 체감 물가는 상승하는 ‘스크루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큰 상황이다. 사진 셔터스톡
소득은 줄어드는데 체감 물가는 상승하는 ‘스크루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큰 상황이다. 사진 셔터스톡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세계 경제가 또 한 번 긴장하고 있다. 오미크론은 지난 10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세계 6개 대륙 전체로 전파됐을 뿐 아니라 집단감염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백신의 효과를 무력화하는 첫 면역 회피 변이 바이러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주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적절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 개발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맹위를 떨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지금은 작고한 하이먼 민스키(Hyman Philip Minsky) 교수가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 ‘아무도 모르는(nobody knows)’ 리스크에 세계 경제가 또다시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 외환 및 금융 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원화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에 근접했고,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큰 폭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2020년 3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발생 이후 학습효과 덕분에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고 실제로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내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임이 분명하다. 지난 10월 발표된 산업활동동향만 보더라도 이미 국내 경제는 생산과 투자가 감소하고 소매 판매 등 소비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되면 그야말로 국내 경제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아마도 이런 우려 때문에 정책 당국도 일상회복 1단계를 유지하는 대신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사회적 면역 강도를 높이려는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모든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워질 때까지 소위 말하는 자영업, 소상공인, 저소득층, 비정규직 등 이른바 취약계층의 고통은 더 커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

그나마 일상회복 1단계 유지로 이들의 경제 활동상의 제약이 지금보다 더 커지지는 않겠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인한 사회적 활동 축소와 경기 하방 압력의 상승은 이들의 소득 회복 정도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이미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다가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장기화로 상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고통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만 하더라도 벅찬데 이런 현상이 현실화돼 실생활에 부담을 주게 되면 서민층에 이보다 더한 고통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있을 금리 인상 등 통화 정책 정상화 역시 부채의 덫에 걸려 있는 서민층의 부담을 키우기는 마찬가지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체감 물가는 상승하는 이른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 우리 서민층의 삶을 두배, 세배 이상 힘들게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서민층의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에 정책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