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연립·다세대 주택.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연합뉴스
서울의 연립·다세대 주택.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연합뉴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모든 투자에는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물론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사실 대한민국의 적지 않은 자산가가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고 지금도 부동산 투자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돌이켜보건대 지난 십여 년간 시중은행의 부동산 전문가로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수많은 자산가를 만나보니 그들로부터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번 자산가들에게는 그들만의 투자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서로 다른 생각과 모습을 내비쳤던 그들이지만 부동산을 대할 때 저마다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아 보였다.


유형 1│남들이 ‘노(NO)’라고 말할 때 나는 ‘예스(YES)’라고 응답한다

지난 십수 년간 수차례의 역발상 부동산 투자로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부동산 부자로 거듭난 A씨(여·56세). 남들이 모두 노(NO)라고 말할 때 자신은 예스(YES)라고 응답하는 과감한 역발상 투자를 통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녀가 부동산 투자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시기는 이른바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양천, 분당, 용인, 평촌 등 7개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던 2006년쯤이었다. 당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때였고 많은 사람이 재테크로 아파트 투자에 몰두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남들과 달랐다. 거품이 잔뜩 낀 버블세븐 아파트에 투자하는 대신에 오히려 대지가 넓은 도심지 역세권 단독주택 투자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강남에 있는 허름한 단독주택이 매물로 나오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투자를 실행했다. 결과적이지만 그녀의 판단은 옳았다.

2009년 7월, 인근에 지하철 9호선이 본격 개통되면서 상권이 크게 확장되자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매도호가가 시세일 정도로 급등세를 보였다. 2015년 3월,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에 이어 2018년 12월, 3단계 구간 개통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건물을 신축할 수 있는 나대지나 노후 단독주택은 가격을 불문하고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 할 만큼 매우 귀한 존재가 됐다.


유형 2│무조건 시세보다 값싸게 매입한다

서울 곳곳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빌딩만 3채를 가지고 있는 B씨(남·68세). 최고의 부동산 투자는 가장 값싸게 매입하는 것이라는 이른바 ‘부동산 가치 투자’로 내로라하는 갑부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가치 투자를 최고의 부동산 투자 원칙으로 삼고 있는 그는 우량 물건을 시세보다 값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급매물, 경공매물, 부실채권매물, 대물변제매물, 미분양할인매물, 개인상속매물, 기업구조조정매물 등을 선호한다. 물론 이런 B씨의 독특한 투자 원칙(우량 물건을 시세보다 10~20% 이상 값싸게 매입하기)은 실제 투자 실행으로도 이어져 왔고 그때마다 좋은 결과를 가져 왔음은 물론이다.


유형 3│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둔 알짜배기 IT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C씨(남·52세). 겉으로 보기에는 부동산 투자와 무관할 것 같은 그였지만 토지, 상가, 빌딩, 재건축 아파트 등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만 어림잡아도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누가 봐도 부동산 부자다. 다만 C씨 역시 다른 자산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독특한 투자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흔히들 말하는 이른바 ‘몰빵 투자’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여태껏 부동산 투자로 별 탈 없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아무리 좋아 보이는 투자 지역, 아무리 좋아 보이는 투자 물건이라도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포트폴리오 투자 원칙(분산 투자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기 때문이다.


도심지 내 주택단지 상가건물.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도심지 내 주택단지 상가건물.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유형 4│미래 가치에 투자한다

빌라 건축업으로 큰돈을 번 D씨(남·70세). 그에게는 확고한 부동산 투자 원칙이 하나 있었는데 다름 아닌 미래 가치가 높은 부동산에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임대 수익률이나 당장의 시세차익에 연연하기보다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큰 폭의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부동산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때 평범한 투자자들은 단기적 안목에 갇혀 눈앞의 이익(임대 수익률, 저가 매입 등)에 급급한 나머지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을 버거워하거나 기피하려 한다.

하지만 시쳇말로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어봤다는 사람들은 향후 발전 가능성을 우선시하고 미래 가치에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D씨의 경우 금수저라고 불리는 태생적 부자는 아니지만 건축업자라는 직업 특성상 건물 준공 이후 변화될 부동산 가치를 예상하고 분석하는 기회를 자주 접할 수 있었고 이런 값진 경험 덕분에 부동산 투자 시 미래 가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갖게 됐다.


유형 5│타이밍에 투자한다

갑부로 소문난 부동산 부자 E씨(여·61세). 그녀는 이른바 ‘타이밍 투자’ 예찬론자다. 사실 타이밍 투자라는 말은 부동산 시장보다는 금융 시장을 통해 흔하게 접해볼 수 있다. 시황에 따라 급변하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 상품의 경우 매수나 매도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다. 비록 부동산은 금융 상품과 달리 실물이지만 세금과 깊이 연관돼 있어 비교적 장기간의 보유가 필요하다는 점, 대출 규제 및 금리 변동이 정부 정책과 민감하게 연동된다는 점에서 투자 시 성공과 실패가 타이밍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정부 정책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투자하라고 그녀는 조언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조치에 발맞춰 법원경매로 사들인 강남빌딩에서부터 지방분권화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 시절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개발에 대응한 토지 매입, 박근혜 정부 시절 재건축 연한 단축(2014년 9·1 부동산 대책, 40년→30년)에 기댄 투자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다주택자 주택임대사업자등록 혜택 활용 등은 정부 정책을 타이밍 투자와 연계시킨 그녀만의 부동산 투자 원칙이다.


유형 6│전문가를 활용한다

빌딩 부자로 소문난 병원장 F씨(59세·남). 그에게 있어 최고의 투자 원칙은 전문가 활용 하기다. 평소 바쁜 일과로 부동산 투자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부을 수 없는 그가 빌딩부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전문가를 충분히 활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F씨는 빌딩을 사고팔 때 사전에 반드시 부동산 전문가로부터 시황 분석, 상권 분석, 물건 분석, 가격 분석 등을 상세히 브리핑받았음은 물론, 지인을 통해 추천받은 세무사로부터 취득세, 양도세, 임대사업자등록, 사전증여, 임대 시 경비 처리 문제 등을 충분히 상담받았다. 이와 함께 변호사로부터 계약 내용에 관한 충분한 자문을 받은 후 매매 계약을 체결하곤 했다. 전문가를 활용한 게 그를 오늘날의 빌딩 부자로 이끌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