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인센티브(incentive)란 사람들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요인을 말하는데, 경제적 인센티브가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세제 관련 인센티브가 가장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개별소비세 등은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 소비를 촉진해 경기 부양에 기여하도록 유도한다. 이와는 달리 막대한 벌금 부과로 기업들이 환경 오염 물질 배출 규제를 지키게 함으로써 국민 생명의 안전과 환경 측면에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정책 목표가 달성될 수도 있다. 이처럼 인센티브는 잘 활용만 한다면 대부분의 정책상 난맥을 풀 수 있는 만능열쇠와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경제학자 그니지(Gneezy)와 러스티치니(Rustichini)가 2000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휴양도시 하이파(Haifa)에 있는 어린이집 6곳을 상대로 아이를 데리러 오기로 정해진 시각보다 늦게 오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자, 지각하는 부모 수가 이전보다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12주가 지나 벌금제도를 없앴음에도 그 수가 줄지 않았다고 한다. 벌금제도 도입으로 지각은 벌금으로 대체될 수 있게 됐고, 교사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부모들의 도덕심과 의무감이 사라지게 된 탓이다. 물론 당시 벌금이 3달러에 불과해 더 큰 벌금이 부과됐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연구는 많지만,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책적 함의는 매우 간단하다. 즉,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불완전하고 완전히 이기적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가정하에서 출발한 정책은 사람들을 정확히 그에 부합하도록 행동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도입하려면 반드시 그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정책 효과는 물론 사람들의 선호 변화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7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면밀한 검토 부족한 정부의 인센티브

최근 정책 당국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이러한 고려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부동산 대책이다. 정책 당국의 주장처럼 네 번이든 여론이 말하는 스물두 번이든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은 대책이 쏟아졌고, 그 안에는 복잡하게 얽힌 소위 투기꾼들을 겨냥한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사람들의 실망감과 정책 불신감만 높이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정책 당국의 ‘금융 세제 선진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2023년부터 국내 상장 주식 양도 소득 소액 주주 비과세 제도가 폐지돼, 해외 주식에 대한 양도세율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 된다고 한다. 증세는 아니라는데, 그럼 왜 하필 지금 이런 대책을 발표했는지 참 궁금하다.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 국내 유턴) 정책도 마찬가지다. 만연한 반기업 정서, 높은 비용, 불안정한 노사 관계 등이 리쇼어링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정책 당국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인센티브는 왜 아직도 제시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노동 시장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직고용 사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철폐 등 우리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지만, 과연 적절한 인센티브인지 논란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책 당국은 이제 도처에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시장이든 부도덕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불쾌한 소식만 전하는 인센티브는 그만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