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지오르노(Mezzogiorno)는 이탈리아 남부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지리적으로는 이탈리아 남부와 해안 지역 그리고 시칠리아섬까지를 포함한다. 단어 자체로는 ‘중앙’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Mezzo’와 ‘낮’ 혹은 ‘하루’를 의미하는 ‘Giorno’가 결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낮’ 혹은 ‘정오’라는 의미를 가진다. 아마도 온종일 해가 떠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지역명이 된 듯하다. 메조지오르노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는 나폴리다. 나폴리는 한때 프랑스 파리 다음으로 유럽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도시였고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다. 그 빛나던 시기에 붙여진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메조지오르노는 빛나는 곳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낙후 지역’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이 지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이탈리아 평균치의 60% 이하다. 실업률은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이 지역이 쇠퇴한 것은 1880년대에 발생한 농업 위기 이후다. 당시 유럽 지역 농산물의 공급 과잉 사태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고 농산물 수출이 급감했다. 게다가 포도 뿌리에 치명적인 필록세라병이 번지고 프랑스와 관세전쟁까지 발생해 농민 소득이 급속히 하락했다. 빈곤이 심해지자 수많은 농민이 이 지역을 떠났다.

농업이 위기를 겪자 경제 정책 방향은 안정적 성장을 위해 공업 중심으로 전환됐다. 북부 지역이 공업 중심지로 개발되면서 자본과 우수한 인력이 북부로 집중됐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이 성공하면서 북부 지역은 ‘부자들의 천국’이 됐다. 그러나 농업을 기반으로 한 남부는 빈곤 지역으로 남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남북 지역 간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였다. 1950년대부터 메조지오르노 지역을 위한 투자 지원과 보조금 지급 등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양한 원인 가운데 경제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보조금 정책이었다. 정부는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금을 수십 년째 이 지역에 지급해왔다. 그러다 보니 실질임금이 생산성을 상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임금 수준이 생산성을 상회하자 기업은 오히려 이 지역을 떠나 북부로 이주했다. 그 결과 실업이 증가하고 남북 간 격차는 더 확대됐다.

최근 수년 동안 북부 지역의 평균 실업률은 10% 이하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부 지역은 20%를 넘었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40% 이상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침체→보조금 지급→실질임금 증가→경제 침체’로 연결되는 문제를 ‘메조지오르노 문제(Mezzogiorno problem)’로 부르게 됐다.

메조지오르노 지역과 비교되는 사례는 옛 동독 지역이다. 동서독 간 경제력 격차와 통일 독일 초기의 고실업 때문에 동독 지역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았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에는 서독 지역이 동독 지역 총지출의 83%를 감당했다. 동독 지역 단위임금비용은 서독 지역의 198%까지 상승했고 서독 기업은 동독 지역 투자를 포기했다. 동독 지역 실업률은 16%를 넘어서 제2의 메조지오르노가 될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한때 18.5%까지 상승했던 동독 지역 실업률은 2019년 6%까지 하락했다. 통일 이후 꾸준히 지속한 인프라 투자와 숙련 노동력 양성을 통한 생산성 제고 덕이다. 노동 시장 유연성을 제고한 개혁도 도움 됐다. 국내에서도 여러 지역이 산업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보조금 지급을 통한 지원이 우선은 지역경제를 돕는 손쉬운 대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생산성 개선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예산의 조기 집행이 추진되고 있다. 예산 집행 시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집행해야 할 분야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생산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 예산이 우선 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추가적인 성장 동력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과도한 보조금으로 실질임금을 자극하지 않아야 메조지오르노 문제를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