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2020년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를 맞이하면서 사람마다 이루고자 하는 소원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건강과 더불어 자산 관리에 대한 공통된 소원이 많을 것 같다.

새해에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바람은 더욱 커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초저금리 시대에 부자들은 수익형 부동산(상가)인 꼬마빌딩(중·소형 빌딩)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가격과 상권의 지역별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새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완화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규제 정책(대출과 세금 등)으로만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이는 1000조원에 육박하는 부동자금과 초저금리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

정부는 규제 정책과 동시에 주택 공급 및 수요 분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파트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가 몰리는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가 절실하다. 또한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교통 환경 및 일자리, 자족 기능 등을 하루빨리 갖춰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

올해 아파트 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의 발목을 잡고 있어, 내 집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의 경우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대기 수요자까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강보합 또는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도권 및 지방의 경우에는 주택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격도 보합 또는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해에도 사람과 주택의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한다면, 가격 양극화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자금 계획을 확실하게 세운 실수요자라면 올해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무리하게 돈을 빌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청약가점이 50점 이상으로 높은 실수요자라면, 일반분양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낮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청약통장은 있지만 가점이 높지 않으면, 기존 아파트 급매물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주의할 점은 시장 변화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실수요자인 경우에는 가격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다가 매수 시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명심하자.

수익형 부동산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꼬마빌딩을 비롯해 재래상가, 아파트상가, 테마상가, 복합테마상가, 주상복합상가, 근린상가, 상가주택 등이 있다. 상가가 수익형 상품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임대 수익과 함께 자본 수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대형 빌딩보다 꼬마빌딩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지역 구상권이 아닌 전국구 상권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그런데 상가라고 해서 전부 미래 가치(임대수익 + 자본 수익)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상권이 변하기 때문이다.

상권은 흔들리지 않아야 튼튼해진다. 튼튼한 상권에서는 높은 수준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상인들이 몰려든다. 반면 상권이 흔들리면 매출액은 줄어든다. 게다가 임차인도 구하기 어렵다. 당연히 공실은 늘어나고, 임대료는 떨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상가에 대한 자본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상권 변화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꼬마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면, 자산 관리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적절한 시기에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상가건물은 입지, 즉 ‘목 좋은’ 곳에 소유하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목이란 유동인구가 많은 곳, 또는 역세권을 뜻한다. 이런 곳에 있어야 상가의 미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웬만한 상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반면 상점이나 대형마트, 백화점에 나가서 상품을 구매하는 횟수는 줄어들고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전자상거래로 거래된 소매 판매액 규모가 113조원을 넘어섰다. 이것은 전체 소매 판매액의 24.5%를 차지한다. 온라인 판매 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고가 주택 대출 금지, 보유세 강화 등의 조치로 새해 들어 강남 재건축 단지에 급매물이 늘고 있다. 사진은 1월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사진 연합뉴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고가 주택 대출 금지, 보유세 강화 등의 조치로 새해 들어 강남 재건축 단지에 급매물이 늘고 있다. 사진은 1월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사진 연합뉴스

유동인구 많아도 소비인구 적으면 실패

그렇다면 지금도 목 좋은 곳에 있는 상가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일까? 답은 ‘아니오’다. 유동인구는 유동인구일 뿐이다. 역세권의 경우에도 유동인구가 주를 이룬다. 상가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인구다. 상권에서는 100명의 유동인구보다 1명의 소비인구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의 경우에도 목만 좋다고 해서 매출이 높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목이 아니라 ‘맛’이다. 강릉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 커피를 파는 테라로사라는 가게가 있다. 주변에는 유동인구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다. 하지만 그곳은 매일 전국에서 찾아오는 소비인구로 북적댄다. 여기에 가면 소비자가 원하는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비자는 맛을 찾는다. 그 집이 다소 불편한 곳에 있어도 그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상가건물의 목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임대료를 한도 끝도 없이 올려서도 곤란하다. 임대료 인상은 단기적으로 임대인에게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임대료 상승의 끝은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임차료가 올라 원주민이나 소상공인이 내쫓기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튼튼한 상권을 자랑했던 서울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을 보자. 급격한 임대료 상승의 여파로 토종 업종들의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났다. 그 결과 상가건물의 자본 수익이 떨어지거나, 자본 손실까지도 감수해야 할 처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인 가구의 증가 등 소비문화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도·소매 업종 종사자들은 상권의 목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상가에 투자하는 경우, 그 투자의 잣대가 목과 유동인구여서는 안 된다. 소비인구가 중요하다. 여기에 소비 수준까지 높은 곳을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