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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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서울대 산업공학과, 제41기 사법연수원, 서던캘리포니아대 로스쿨 석사, 현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제도분과 위원
이재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서울대 산업공학과, 제41기 사법연수원, 서던캘리포니아대 로스쿨 석사, 현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제도분과 위원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운전’이라는 행위를 즐기지 않는다. 자동차 관리와 안전, 미래형 자동차, 스마트 모빌리티 등에 대해 다양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변호사인데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에는 자칭 ‘운전미숙자’와 ‘운전무능력자’, 더 나아가 운전면허 미취득자가 여럿이나 있다. 그러나 그들도 나이가 차오르고 생활양식이 변화하면서 자동차와 운전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는 듯하다. 이에 그들이 구원처럼 기다리는 것이 있다, 바로 완전한 의미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다.

최근 광고에서는 자동차가 눈을 감은 채 운전석에서 곤하게 잠든 사람을 미리 설정해 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이동하게 해준다. 또 다른 광고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자율주행시스템 덕분에 손쉽게 멀리 떨어진 가족을 만나러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잘 만들어진 영상은 그 어떤 문장보다도 강력한 힘을 갖기에, 우리는 인간의 개입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자율주행이 당장 내일이라도 실현될 것 같은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자율주행, 아쉽지만 아직은 먼 미래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무색하게도, 전문가들은 완전한 의미의 자율주행에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에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자동차기술학회(SAE·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International) 기준에 따르면 자동차의 주행자동화 기술은 6단계(레벨 0∼5)로 구분되는데, 이는 차량에 대한 운전자의 개입 정도에 따른 것이다.

레벨 0은 오로지 사람이 운전하는 수동 운전 단계다. 레벨 1∼2는 고속도로 등 특정 환경에서 시스템이 운전자의 운행을 지원·보조하는 단계로서, 흔히 ‘ADAS’로 표현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자율주행시스템(ADS·Automated Driving System)’은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것을 의미하는데, 레벨 3은 시스템이 스스로 교통 상황을 파악하고 운전하되, 필요시 시스템의 요청에 따라 운전자가 운전에 개입하는 ‘조건부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레벨 4는 특정한 운전 환경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단계이고, 레벨 5는 모든 운전 환경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단계다.

이런 세계적 추세를 반영해, 지난 2019년 말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시스템’의 종류를 정의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① ‘부분 자율주행시스템’은 지정된 조건에서 자동차를 운행하되 작동한계상황 등 필요한 경우 운전자의 개입을 요구하는 자율주행시스템이고, ② ‘조건부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은 지정된 조건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시스템이며, ③ ‘완전 자율주행시스템’은 모든 영역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시스템을 뜻한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는 테슬라(Tesla)도 아직 레벨 3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GM(제너럴모터스)이 내년부터 고급 차량에 적용할 예정인 ‘울트라 크루즈(Ultra Cruise)’ 역시 운전자가 설정해 둔 경로를 따라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도 운전자의 주변 환경 모니터링 등을 요구하므로, 레벨 3에 미치지 못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 외에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자율주행’ 기술을 홍보하고 있으나, 마찬가지로 레벨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아쉽게도,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자동차는 현존하지도, 가까운 미래에 등장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 개발의 어려움 외에도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러 가지 있다. 

우선, 자율주행 자동차의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차량에 주행을 위한 기본적인 센서만을 장착하되, 도로와 차량 간의 네트워크 통신을 통해 교통신호 등의 정보를 전달하는 지능형 도로(C-ITS) 등의 인프라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율주행 기술을 수용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입되면 운수업에 종사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기에 사회적으로 큰 진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전체 사회 구성원들에게 인정받고, 그에 따라 법과 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지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자율주행의 실현이 쉽지 않은 길임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자율주행 자동차 확산 및 조기 사업화 촉진을 위해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화’를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 2020~2021년 경기도 시흥시 배곧동과 세종시 등에서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그중 시흥시 배곧동은 최근 조성된 신도시로서, 자가용 이용 교통망은 잘 구축되어 있으나 대중교통 노선이 부족한 지역이었는데, 이러한 지역 사정을 고려해 심야 안전 귀가 셔틀 서비스를 운영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율주행의 장애가 되는 것은 기술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이 있는데, 시흥시 운수업계는 시범사업 시작 당시 잠재 고객의 이탈로 인한 수입 감소를 우려해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고 한다. 이에 시범사업 운영팀은 운수업계와 협의해 탑승객을 월 150명으로 제한하고, 셔틀버스의 출발 지점을 택시와 버스 환승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한편, 택시 수요가 많은 주상복합지역을 셔틀버스 노선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한편 시흥시 배곧동에서 이용된 자율주행 자동차는 레벨 3 수준의 기술이 적용됐는데, 기술적 장애 요인으로는 불법 주정차한 자동차, 간헐적인 도로포장 공사와 보도블록 공사로 인한 차로의 협소화, 다른 자동차의 위협 운전 등이 있었으며, 이에 따라 일정한 상황이 발생할 때 운전자가 운전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운행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완전한 의미의 자율주행이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먼 길을 가야 하지만, 이렇듯 다양한 시도와 성과가 차곡차곡 쌓여감으로써 그 길을 조금씩이나마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기술 개발과 개별 기업의 관점에서 자율주행의 실현을 위한 노력이 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그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할 때가 됐다.

최근 출범한 윤석열 정부 역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자율주행에 관한 내용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미래 모빌리티 육성을 위해 2027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이에 필요한 인프라, 법·제도 및 실증 기반을 마련할 것을 천명했으므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간은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시장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글로벌 경쟁의 격화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얻고, 나의 지인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운전으로부터 자유를 얻어 해방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또한 깊이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