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실업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청년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실업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윤덕룡 KDI 초빙연구위원 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윤덕룡 KDI 초빙연구위원
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청년들에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가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얼마 전 발표한 ‘2020년의 중요한 리스크(Risks That Matter 2020)’라는 보고서의 결론이다. OECD 회원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청년층이라고 분석했다. 24세 이하 청년의 실업률은 가장 높았을 때 5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였고 지금도 8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다. 설문조사에 응한 18~29세 청년 중 51%가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이후 직업에 문제가 생겼다. 직장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근무 시간이 줄거나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 또는 직업 유지 지원금으로 고용이 유지되는 경우들이 많다. 30~49세 집단은 직장에 문제가 생긴 비율이 46%, 50~64세 집단은 37%로 청년 집단보다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았다. 청년층보다 숙련도나 전문성이 축적된 덕분이다.

청년층 내부에서도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에 속한다고 밝힌 집단은 21%가 실직했다고 답했고, 61%는 가계 내에서 직업 관련 문제를 겪었다고 했다. 반면 중산층에 속한다고 답변한 청년들의 실직률은 13%였고 가족 중 직업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있다는 비중도 49%에 그쳤다. 낮은 사회 계층의 청년들에게 충격이 더 컸다는 것이다.

실직 리스크는 경제적 위험으로 나타났다. 청년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20%의 청년들은 저축을 찾거나 자산을 팔아서 생활비를 조달했고 11%는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을 받아 생활비를 조달했다. 10% 이상의 청년들은 빚을 더 내거나 신용 융자에 의지했다. 심지어 OECD 국가 청년 중 5%는 식량을 살 수 없어서 굶었고 2.4%는 모기지나 집세를 낼 수 없어서 집을 잃었다. 청년들이 가난해진 것이다.

청년들은 기업들이 일자리를 축소할 때 가장 먼저 실직했고 교육이나 실습 과정에 있던 인력들은 미래를 잃었다. 경제적 어려움과 주거의 불안까지 덮쳐 정신건강을 위협받는 청년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각국 정부도 청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생활지원금을 제공하고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지원제도를 확대했다. 학비 보조금과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하는 국가도 있고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지원하기도 한다. 단기적 충격이 청년들의 삶과 건강에 장기적인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8~29세 청년 중 40%는 자신들의 입장이 정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대표적인 사안은 부동산 가격 급등이다. 감염병 위기에도 OECD 국가에서 집값은 오히려 30년 내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1년 1분기에도 40개 OECD 회원국의 평균 주택 가격상승률은 9.4%에 달했다. 소득은 감소하고 있는데 저금리 정책으로 주거비는 상승해 청년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은 요즘 다른 이유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주장이 강해진 소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MZ 세대는 2020년 4월 총선에서 여당에 압승을 안겨줬다. 그러나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야당이 신승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각 당의 대선 주자들은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각종 명목으로 청년 소득지원금, 주택공급제도, 입시와 병역제도의 변경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 청년들의 아픔을 이해하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10대에서 30대까지 제1 사망 원인은 자살이다. 특히 20대 사망 원인 중 자살은 54%로 절반이 넘는다. 청년들이 삶을 중단하는 이유는 정신과적 문제를 제외하면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다.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난해지고 있고 삶을 포기하고 있다. 청년들을 살리는 일이 먼저다. 대선 공약 가장 앞자리에 청년을 살리는 정책이 있기를 기대한다.

윤덕룡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