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 ‘Quantitative Finance’ 편집장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 ‘Quantitative Finance’ 편집장

카카오와 같은 지배적인 플랫폼 업체들에 끔찍했을 한 달이 흘렀다. 시작은 9월 7일에 발표된 카카오페이와 같은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하는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가 단순한 광고가 아닌 중개행위라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유권해석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 플랫폼 업체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의 대상이며,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금융사와 동일하게 금융위원회에 등록 및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찌 보면 새로운 법령 시행 시 유관 당국의 해석과 현장의 이해가 달라 통상 발생하는 작은 사건이니 작은 소동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기폭제로 하여 플랫폼 업체들, 특히 카카오에 대한 사회적 성토가 폭발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하였고 포털 뉴스엔 살벌한 댓글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정작 불씨를 당긴 카카오페이보다는 영세 자영업자들과 접점이 많은 모빌리티나 예약, 헤어숍, 스크린골프 등 소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문어발’ 계열사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불과 1주일 후인 9월 14일, 카카오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사업은 접고, 경영권 승계 의혹이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며,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 역시 마련하겠다는 상생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사회적 공분은 여전하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카카오, 네이버, 야놀자 등 플랫폼 업체들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를 소환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해당 기업들엔 힘든 시간이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이자 우리 사회의 미래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던 플랫폼 업체들에 지금의 시련은 지나가는 소낙비일까 아니면 본질적인 위협일까.

현재의 플랫폼 산업은 에어비앤비와 우버를 제외하고 논의하기 힘들다. 10여 년 전,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창업하며 사회적으로 공유경제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의 문이 활짝 열린다. 당시 새로운 플랫폼 업체들이 전면에 내세웠던 가치는 공유경제, 즉 소유가 아닌 공유다. 내가 소유하고 있지만 당장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공유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비전은 무제한에 가까운 공급자를 양성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바라는 소비자 역시 이에 부응하였다. 또한 공유를 통해 제한 없는 생산과 소비에 제동을 걸어 점차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사회적 가치 역시 매력적이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폭발적인 기술 발전 역시 플랫폼 산업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랜 기간 혁신에 목말라하던 시기,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미래를 본질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고, 이를 가장 잘 활용한 플랫폼 업체들은 순풍에 돛 단 듯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다. 가치와 기술로 무장한 공유경제 업체에 투자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바라는 정부들은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했다. 사람들의 열광 속에 에어비앤비는 급격하게 성장했고, 창업한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2017년,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 5개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숙소를 보유하게 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은 공유경제가 아닌 기존에 존재하는 산업에도 플랫폼 업체가 침투할 수 있음을 확신시켜줬다. 중국의 위챗이 좋은 사례인데, 중국에서는 위챗이 없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역시 승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포털 기반의 네이버, 카카오톡 기반의 카카오가 좋은 사례다.


플랫폼 시초 된 에어비앤비·우버, 역풍의 시작

하지만 좋은 시절은 거기까지였다. 작은 실험이자 매력적인 스타트업이었던 업체들이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 시점부터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한 사업자가 늘며 방문자가 많은 대도시나 관광지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고, 우버 역시 원래 추정과는 다르게 수요가 많은 대도시의 교통혼잡이 심각해져 버렸다. 또한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통해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각국의 정치 권력이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문제를 외면하기 힘든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 회색지대에 있던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일례로 에어비앤비는 작년 오랜 법적 분쟁 끝에 공급자 정보를 뉴욕시에 제공하는 데 합의하였다. 뉴욕시에는 주거용 주택은 1년에 최대 30일까지만 상업적 사용을 허용하는 법이 있다. 거주용 부동산이 상업적인 용도 때문에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인데, 에어비앤비로 폭등한 주거용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정치 권력이 규제의 칼날을 본격적으로 에어비앤비에 들이댔고, 결과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영업 비밀인 리스팅 정보를 뉴욕시에 제공한 것이다.

우버도 본격적인 수익을 내는 시점부터 규제의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영국에서 발생했는데, 골자는 우버 운전자는 자영업자가 아닌 우버의 피고용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버는 법정 휴가와 최저임금 보장을 해줘야만 했고, 그에 따른 급격한 비용 상승을 경험했다. 중국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디디추싱이나 알리바바에 내려진 철권은 정치적인 함의 없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표면적으로 내세운 것은 승자독식에 따른 부(富)의 불균형, 노동자의 처우 문제 등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흐름에 비춰보면 카카오와 같은 국내 플랫폼 업체에 부는 역풍 역시 시점의 문제였을 뿐 필연이라고 보인다. 이는 플랫폼 업체의 숙명이 아닐까. 공짜 서비스로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피부에 체감되는 효용을 제공하는 동안은 해당 비즈니스 생태계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규제 당국의 보호를 받지만,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시점부터는 기존 산업과 동일한 사회적 역할이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플랫폼 비즈니스 성공의 문법은 사실 아주 간단했다. 그것이 모빌리티든 숙박업이든, 해당 비즈니스 생태계의 지배적인 사업자가 되면 된다. 그것이 달성되면 모든 참여자의 활동이 바로 이윤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은 치열하다. 유일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 그리고 운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승자들 역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승자가 된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전 세계적인 대응을 볼 때 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장밋빛 미래만이 펼쳐질 것으로 보였던 성공 공식은 미완으로 보인다. 치열하게 동종 업체와 경쟁하며 성장할 때는 원가 이하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모든 플랫폼 참여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승자가 되어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점부터는 모든 사람의 공적(公敵)이 되어 이윤 창출이 어려워져 버리는 것이 현재 플랫폼 업체들이 당면한 패러독스(역설)다.

플랫폼 패러독스가 쉽게 해결 가능할지, 아니면 업(業)에 대한 본질적인 위협일지 일개 책상물림인 필자가 감히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황상 플랫폼 산업에 몸담은 창업가와 혁신가가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임은 확실해 보인다. 따라서 이번 국정감사의 관전 포인트는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를 열광케 했고, 그만큼 현재 비판을 받고 있는 혁신가들이 당면한 위협과 비판을 어떤 식으로 슬기롭게 헤쳐나갈지를 살펴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