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가가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1월 11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최고 3266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사상 최초다. 52주 최저점인 1439 대비 140%가 상승한 수치다. 최저점에서 평균적인 주식을 샀더라면 수익률이 140%가 된다.

이쯤 되니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말 20조원대이던 고객예탁금은 이제 70조원 가까운 수준을 보인다. 소위 ‘세력’이라고 불리는 기관과 외인들이 조금 과도하게 매도한다 싶으면 이내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매수를 확대한다. 개인투자자의 매수 규모가 하루 2조원을 넘어서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가격 상승을 바라보는 개미투자자는 언제쯤 이익을 실현하고 시장을 이탈할지가 고민이다.

그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벤트는 3월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다. 기관과 외국인들이 주식을 들고 있지 않고서도 고점에 와 있다고 생각되는 주식을 매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주식을 사서 차액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모두가 예상하는 일은 잘 안 일어나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개미투자자가 불안해하는 것은 주로 단타 위주의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개미투자자는 내일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오늘 청산하거나 수일 내로 청산하는 ‘스윙 투자’의 비중이 높다. 투자자는 대부분 차액거래를 목표로 투자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나 선진국 주식시장은 양상이 좀 다르다. 미국에 사는 지인은 주식투자로 매 분기 배당금을 받아서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기 투자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장기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국민이 장기 투자로 기업의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기업 성과 중 일부를 분배받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래야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

여러 나라에서 개인투자자와 세력 간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신생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하는 주식시장을 따로 조성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시장의 소문에 휘둘리지 않게 이런 기업들의 주식을 하루 한두 차례 단일가 거래로만 매매하기도 한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한국거래소.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한국거래소. 사진 조선일보 DB

시장조성자에게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기도 한다. 루머에 흔들리는 우리 시장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하루 일정 규모 이상의 대량 거래를 하는 소위 세력들은 다른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모든 제도가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소는 주식회사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독점기업이다. 개인들이 7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영끌’해 투자하고 있는 달라진 시장에서 이들을 보호하고 투자자를 세심하게 배려할 제도가 필요하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일부 국가처럼 거래소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거래 규모에 따라 시장을 분할하거나 매매 방식 및 상품의 다양성 등을 가지고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공매도 제도도 시장에 따라 차별적으로 허용한다면 제도적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다. 상장 비용도 다양화되도록 허용해야 한다. 공기업적인 특성 때문에 서로 경쟁만을 유도하는 것이 공공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거래소가 자회사를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수년 전 코레일이 자회사로 SRT를 도입할 때 그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긍정적인 의견이 대세다. 개인투자자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려면, 반드시 거래소에도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