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고준석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대학생인 A씨는 유학을 준비하던 중에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혼자가 됐다. 선친이 운영하던 중소기업과 꼬마빌딩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도저히 경영할 수 없었기에 친척에게 소유권을 넘겨주었다. 현재 A씨의 유일한 수입은 꼬마빌딩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이 전부다.

그는 부동산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없어서 꼬마빌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꼬마빌딩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은 점점 줄어드는 상태다. 건물이 50년이 넘은 터라 수리비로 들어가는 돈이 ‘물 먹는 하마’ 수준으로 지출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꼬마빌딩의 입지가 워낙 좋아 재건축하면 임대수익이 두 배로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만약 재건축할 수 없다면 처분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A씨는 부모님의 손때가 묻은 꼬마빌딩을 절대로 처분할 생각은 없지만,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렇다고 꼬마빌딩을 현 상태로 놔두고 공부를 하러 가는 것도 고민이다. 그런데 유학에 관해 조언해 주는 지도교수로부터 꼬마빌딩을 신탁 회사에 맡겨 놓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러면 유학하는 동안에도 신탁 회사에서 꼬마빌딩을 관리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개발 및 처분까지도 해 준다고 했다. A씨는 부동산 신탁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최근 들어 부동산을 신탁 회사에 맡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말 부동산 신탁 회사의 수탁고는 2018년(206조8000억원) 대비 23조8000억원이 늘어난 230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담보신탁 144조2000억원, 토지신탁 70조8000억원, 처분신탁 6조1000억원, 관리신탁 2조7000억원, 분양관리신탁 6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부동산 신탁이 증가하는 이유는 부동산을 신탁하는 순간 모든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信託)은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부동산 소유자는 위탁자(委託者)가 되고, 신탁 회사는 수탁자(受託者)가 된다. 그리고 신탁의 이익을 받는 사람이 수익자(受益者)가 된다. 부동산 신탁은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신임 관계를 근거로 특정 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수탁자는 수익자와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해 그 재산을 관리, 처분, 개발, 그 밖의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하는 법률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수익자는 부동산을 관리하거나 자본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신탁을 맡긴다. 그러면 수탁자인 신탁 회사는 그 부동산을 신탁 목적에 따라 모든 행위를 도맡아 처리하게 된다. 즉, 신탁 회사는 부동산을 그 자체로 관리해서 임대수익을 높이거나 신축해 분양 및 임대하고 수익을 올려서 수익자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물론 신탁 회사는 약정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신탁법 제47조 참조). 부동산 소유자가 전문지식과 경험이 많아 스스로 잘 관리할 수 있으면 신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부동산에 관한 ① 지식이 전무한 경우 ② 미성년자, 고령자, 해외 거주자인 경우 ③ 수익을 올리고 싶은 경우 ④ 개발하고 싶은 경우 ⑤ 처분하고 싶은 경우 등은 신탁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입지가 좋은 곳에 있는 꼬마빌딩을 재건축하는 경우 대부분 자본수익 및 임대수익은 상승한다. 하지만 소유자가 쉽게 재건축에 나서지는 못한다. 재건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허가를 비롯해 준비하고 챙겨야 할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준공도 하기 전에 스트레스받아 혈압 약을 먹을 수도 있다. 그만큼 꼬마빌딩 재건축이 힘들다는 뜻이다. 이러면 부동산을 신탁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신탁 회사엔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부동산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동산을 관리, 처분, 개발 등을 해서 비용은 최소화하고, 수익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최근 들어 부동산을 신탁 회사에 맡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말 부동산 신탁 회사의 수탁고는 2018년(206조8000억원) 대비 23조8000억원이 늘어난 230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부동산을 신탁 회사에 맡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말 부동산 신탁 회사의 수탁고는 2018년(206조8000억원) 대비 23조8000억원이 늘어난 230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신탁 종류는 네 가지

부동산 신탁은 장점이 많은 편이다. 첫째, 부동산의 법률적인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신탁 재산(부동산)에 대해서는 강제 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 처분 또는 국세 등 체납 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 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는 예외다(신탁법 제22조 참조). 둘째, 소유자는 지식, 경험 및 돈이 없어도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셋째, 소유자는 신탁 행위로 정한 바에 따라 수익자로 지정될 수 있으며, 수익권을 취득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물론 수익권을 양도할 수도 있다(신탁법 제56조, 제64조 참조).

부동산 신탁의 종류에는 담보신탁, 관리신탁, 개발(토지)신탁, 처분신탁 등이 있다. 담보신탁은 뜻 그대로 부동산이 담보대출 목적으로 쓰인다. 주로 대출한도가 많이 필요할 때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 회사로 이전해 주고, 신탁 회사로부터 수익증권을 발급받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받는 것이다. 담보신탁은 대출금 한도가 많이 나오는 편이라 점차 신탁이 증가하고 있다. 또, 담보신탁에서 금융기관은 대출금 취급에 따른 비용(근저당권설정비)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관리신탁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만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 이용하면 좋은 제도다. 즉, 부동산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 직접 관리하는 것이 어려우면 하는 것이다. 관리신탁은 갑종과 을종 두 종류로 나뉜다. 갑종은 부동산의 소유권이 신탁 회사로 바뀐다. 여기에 건물의 현상 유지 및 시설물 관리에 따른 수리 및 보수, 임차인에 관한 임대차 관리, 임대소득에 관한 세무 관리, 임차인의 법률 리스크(명도소송)까지도 신탁 회사가 종합적으로 관리해 준다. 을종 관리신탁은 소유권만 신탁 회사로 이전해 관리해 주는 것을 말한다.

개발(토지)신탁은 토지를 신탁 회사에 맡기는 것이다. 그러면 신탁 회사는 건축물  신축에 따른 개발 계획을 세워 건축물의 인허가를 비롯해 건축 및 분양, 임대, 자금 조달 등의 모든 절차를 신탁 회사가 대신해 준다. 부동산 개발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여서 신탁 회사의 전문성과 개발 노하우에 의해 훨씬 더 많은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신탁 회사는 신탁 계약에 따라 자금 조달, 신축, 임차인 모집, 건물의 임대, 분양해서 그 수익은 소유자에게 돌려준다. 소유자가 부동산 개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경우에 이용하면 좋다.

처분신탁은 부동산을 처분할 때 주로 이용하면 된다.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매도 가격을 비롯해 법률과 세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부동산을 처분하고 싶지만, 그 규모가 너무나 커 매수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복잡한 지분 관계, 권리 관계 때문에 처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에 이용하면 좋은 제도다. 처분신탁은 신탁 회사의 공신력과 함께 정보력,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매수자를 찾아 부동산을 처분한다.

그렇다. 부동산 소유자 중에는 부동산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하거나 부족한 경우가 있다. 또한 미성년자나 고령자가 소유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 신탁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꼬마빌딩 소유자인 A씨의 경우에도 부동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유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신탁에 맡겨 놓는 것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