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숙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안명숙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혼란이 일고 있다. 3월 26일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로 하향 조정했고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평균 -0.5%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시장이 단기에 엄청난 조정을 받으면서 다음 관심은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3월 23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 전세는 0.04%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는 강남구와 서초구 0.14%, 송파구 0.1% 하락세를 나타냈고, 그동안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강북과 도봉구만 0.07%, 구로구 0.06%로 상대적으로 강보합세를 보였을 뿐 다른 지역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부동산은 특성상 주가에 후행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조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상승 폭이 컸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하락이 불가피한데, 하락한다면 과연 얼마나 떨어질까?

과거의 경제 위기 사례를 보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달러 유동성 불안으로 달러 가격이 치솟고 금리가 급등하면서 많은 기업이 도산하는 등 급격한 위기를 겪게 되면서 1년여 동안 KB지수 기준 17.8% 하락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면서 금융회사의 도산까지 초래해 6개월간 KB지수 기준 3.4% 하락했다. 이후 2009년 금리 인하, 양적 완화,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로 하반기에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하고, 서울 수도권만 DTI를 재적용하고 지방은 폐지하는 차별적 정책으로 2010년부터 지방은 상승했으나 수도권은 다시 하락, 2012년 말까지 4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10%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외환위기 때는 조정기가 짧고 급락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지속해서 오랜 기간 하락했다. 외환위기 때는 지역과 관계없이 상승세가 나타났고 이전 상승 폭도 크지 않아 주택 가격 조정기가 오래가지 않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상승 기간이 길었던 만큼 하락 기간도 장기화했다.

집값이 상승할 때도 지역별로 먼저 반등하는 곳과 많이 오르는 곳이 차이나듯, 하락할 때도 위험에 반응하는 속도와 강도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많이 오른 곳은 하락기에 위기 반응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하락한다. 결국 거주보다는 투자 수요가 많은 재건축 아파트는 위기 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나오면서 빠르게 하락으로 이어지지만, 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수요가 많은 곳은 소유자의 현금 흐름이나 신용 경색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더디게 반응한다.

‘산이 높은 곳은 골도 깊다’는 속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이런 양상은 다르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전 상승기(2002~2007년)에 많이 올랐던 강남(162%), 노원(151%)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 이상 하락했지만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던 은평구(94%)는 하락기에 5.8% 떨어졌다.

단지별로 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 102㎡(31평)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10억원을 훌쩍 넘었으나 2012년 말까지 7억3000만원 선으로 28% 하락했고, 잠실주공5단지 109㎡(33평)는 같은 기간 12억원에서 9억원(25%)까지 떨어졌다. 반면 실수요가 많은 중계동 은행사거리 대표 단지 중계청구3차 102㎡(31평)는 금융위기 전 5억6000만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14.7%, 불광동 북한산 현대홈타운 109㎡(33평)는 같은 기간 5억4500만원에서 4억7500만원으로 12.8% 하락해 강남권과 대조를 보였다.


강남권 -20%, 서울 -15% 급매물 주목

지난해 12월 16일 정부의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 후 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값은 강력한 대출 규제 및 보유세 부담 증가로 호가가 하락하는 추세였다. 안 그래도 위축되던 매수 심리에 코로나19가 찬물을 끼얹은 격으로 전반적인 주택 시장 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세계가 급격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및 금리 인하로 양적 팽창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고 기업 도산으로 인한 경제시스템 붕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에 긴급 수혈하고 있어 긴장감을 덜어주고 있다.

주택 시장 내부적으로 2002년부터 6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0만 가구에 달해 2008년에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4.1% 하락, 역전세난이 겹치면서 낙폭이 컸다. 반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9만5000가구 수준으로 공급이 과다하지 않았고 전셋값도 강보합세를 보여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고가주택은 전세를 비싸게 맞춰 매매가와 갭을 줄여 파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어 전셋값이 집값 하단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임대주택 물량이 145만 가구를 넘어섰고 그중 70% 이상이 수도권 주택임을 고려할 때, 매도할 수 있는 다주택자 주택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매도 물량이 쏟아져야 낙폭도 커지는 법인데, 매도 물량이 많지 않다면 하락은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이 모든 질문의 해답은 코로나19의 종식 시기에 달려 있으나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기대 투자 전략을 제시해본다. 일단 부동산 시장의 조정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주택 가격 하락은 강남권 재건축→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주요 지역 신축→서울 기축, 강북권 9억원 이하→수도권 외곽 및 비규제 지역 순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의 위기가 가라앉고 교역이 다시 늘어날 때까지 상당 시일 소요될 가능성이 커 상반기 중 10년 이상 보유 다주택자 물량이 나오면서 서울 초고가 주택 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조정이 단기간으로 끝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주택 가격 조정국면은 상반기 상황에 따라 하반기 또는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섣불리 투매하거나 매수하는 판단은 위험하다. 다만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 중과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정리한 후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주택자는 청약통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기존 주택 매입은 시기를 늦추고 급매 위주로 매수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강남권은 -20% 내외, 이외 서울 -15% 내외 수준이라면 재매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실수요 목적 매수는 가격의 적정성을 고려한 선별 투자가 바람직하다.

수익성 부동산 시장은 한국은행의 전격 금리 인하로 가격 하락 부담은 감소했으나 급속한 유통 구조 개편 등 비대면 생활패턴 확대, 자영업의 위기 확산 등으로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