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
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

5월 29일, 넷플릭스에서 ‘우리 사이 어쩌면(Always Be My Maybe)’이라는 오리지널 영화가 공개됐다. 미국에 사는 한국계 이민 2세대와 베트남계 이민 2세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작년에 미국에서 큰 흥행을 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대한 넷플릭스의 대답이라고도 볼 수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넷플릭스에서 극장 개봉 전 판권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제작사인 워너 브라더스가 거절했던 콘텐츠다. 제작비 3000만달러(약 350억원)를 들여서 미국에서만 1억7500만달러(약 2048억원)를 벌어들인 영화다(전 세계 흥행은 2억4000만달러·약 2800억원).

워너 브라더스는 넷플릭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전 세계에서 제작비의 7배를 벌어들였다. 10~20% 더 벌 수 있었던 것을 600% 더 번 것이다. ‘우리 사이 어쩌면’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출연진은 모두 미국계 아시아인이다. 그리고 이 두 영화는 이제 미국에서 아시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사이 어쩌면’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앨리 웡과 남자 주인공인 랜들 파크가 같이 각본을 썼다. 앨리 웡은 넷플릭스 스탠딩 코미디 콘텐츠인 ‘앨리 웡: 베이비 코브라’ ‘앨리 웡: 성역은 없다’ 등으로 인기를 얻은 유명 코미디언이다.

랜들 파크는 인기 미국 드라마 ‘프레시 오프 더 보트’와 영화 ‘디 인터뷰’ ‘앤트맨과 와스프’로 친숙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주인공을 사랑하지만,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고생하는 남자 친구 역을 맡았다. 앨리 웡과 랜들 파크는 어릴 때부터 실제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앨리 웡은 랜들 파크가 출연한 ‘프레시 오프 더 보트’ 시즌 3까지 작가로도 참여했다.

‘우리 사이 어쩌면’은 다양한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인 대니얼 대 김이 영화 초반 여주인공의 약혼자로 등장한다. 키아누 리브스도 카메오로 출연한다. 키아누 리브스는 영화에서 특정 역할을 맡지 않고 본인의 실제 모습인 배우 키아누 리브스로 출연했다.

이 영화에는 디테일이 살아 있는 코미디신이 많이 나온다. 특히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나오는 신이라든지, 영화가 끝나면서 랜들 파크가 키아누 리브스에 대한 노래인 ‘나는 키아누 리브스를 주먹으로 쳤다(I Punched Keanu Reeves)’를 부르는 신은 정말 재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음악은 각종 음악 콘텐츠 서비스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음악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넷플릭스 스튜디오가 제작을 담당한 이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은 BMG그룹에서 넷플릭스에 위임받아 유통하고 있다. 오늘의 주제가 바로 넷플릭스가 직접 만들고 있는 OST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미스터 선샤인’ ‘아스달 연대기’처럼 넷플릭스가 제작사에서 유통 권리만 사 해외에 독점으로 넷플릭스 로고를 달고 유통하는 경우가 있다. 또 시즌 2 제작이 결정된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7월 4일에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우리 사이 어쩌면’처럼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제작 투자에 참여해 지식재산권(IP)을 최소 10년은 확보한 경우도 있다. 지식재산권을 10년 이상 확보한 콘텐츠의 경우 넷플릭스는 최대한 이 권리를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들. 사진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들. 사진 스포티파이
넷플릭스에서 한국 오리지널 뮤직 담당자를 뽑고 있다. 사진 링크드인
넷플릭스에서 한국 오리지널 뮤직 담당자를 뽑고 있다. 사진 링크드인

한국 음악인 채용 나선 넷플릭스

특히 OST 영역은 넷플릭스가 최근 가장 열심히 지식재산권을 활용하고 있는 분야다. 자신들의 콘텐츠가 성공하면, 부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노래를 통해서 그 콘텐츠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홍보 역할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알라딘’의 주제곡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를 들으면 ‘알라딘’이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디스크 판매를 통해 추가적인 매출을 얻을 수도 있다.

노래를 듣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손쉬운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친다.

미국에서 서비스 중인 스포티파이에서 넷플릭스를 검색하면 위와 같이(큰 그림 참조) 다양한 넷플릭스 OST가 검색된다. 심지어 넷플릭스는 자신들을 소개하는 ‘위아 넷플릭스’라는 오리지널 팟캐스트를 제작해서 OST를 다양하게 유통하고 있다. 이런 OST는 유튜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넷플릭스가 OST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구인광고 플랫폼에서 넷플릭스 뮤직비즈니스 디렉터 채용 공고를 찾아볼 수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오리지널을 위해 우리 가수들이 싱글을 발표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불과 10여 년 전 일본의 많은 애니메이션 OST를 한국 아이돌들이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의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환영할 일임이 분명하다.

지금의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계약을 통해서 넷플릭스에 독점 공급되고 있다. 콘텐츠는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유통되는 플랫폼이 바뀌고 있는 것뿐이다.

그 유통되는 플랫폼은 일본만 바라보지 않는다. 글로벌을 바라보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자, 감독, 작가, 배우들에게 글로벌로 갈 수 있는 통로를 제공했다면, 이제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길을 열어 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