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금융긴축 등을 이유로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5%에서 2.3%로 하향조정했다. 그런 가운데 4월 26일 발표된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3.2%로 예상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다들 ‘깜짝 성장’이라며 놀라워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4월 29일 “세계 경제의 70%가 성장 둔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1분기 성장률이 3.2%를 기록한 것은 매우 놀라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로 교수는 2017년의 세제 개편 효과가 2018~2019년 성장률을 1.1%포인트 더 상승시켰다고 분석했다. 많은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경제가 좋지 않다는 쪽을 응원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률이 상승한 데는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배로 교수는 주장했다.
로버트 배로(Robert J. Barro)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세계은행 자문역
로버트 배로(Robert J. Barro)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세계은행 자문역

미국의 ①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연율 3.2%를 기록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경기침체가 끝난 후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2.1%에 그쳤다. 최근의 성장률 상승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해인 2018년에 영향을 미쳤던 2017년의 세제 개편은 당시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였다. 지금 되돌아봐도 성장에 기여했다. 그러나 세제 개편이 거시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2018년 1월, 그런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브루킹스연구소는 제이슨 퍼먼(오바마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하버드대 교수와 나에게 세제 개편이 향후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 연구보고서를 의뢰했다. 틀림없이 브루킹스연구소는 ② 퍼먼 교수의 진보적인 관점과 나의 친시장적인 성향이 합쳐지면 정치적 편견을 피할 수 있고 더 진실에 가까운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연구의 상당 부분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린 것,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더 낮은 수준의 감세 등을 포함한 기업 부문의 세제 개편에 중점을 뒀다. ③ 모든 기업이 구조적 변화에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설비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혜택을 받았다. 우리 연구는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자본축적의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생산성 향상과 실질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질 성장률은 향후 10년 이상 매년 평균 0.2%포인트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완만하지만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세제 개편의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개인 소득세에 대한 전면적인 감세였다. 평균적으로 소득세율은 2.3%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이 감세 규모는 1986년 레이건 행정부의 4.5%포인트, 1964년 케네디와 존슨 행정부의 3.6%포인트보다 작은 것이다. 2003년 부시 행정부의 2.1%포인트보다는 크다.

퍼먼과 나는 소득세 감세가 2018~2019년 성장률에 매년 0.9%포인트만큼 기여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성장률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소득세 감세의 성장률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법인세 감세보다 컸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작았다.

우리는 감세의 단기 성장률 효과를 2018~2019년 매년 1.1%포인트로 추정한 것이다. 최근 성장률 수치와 성장률 전망치를 반영해 기본 성장률 수치를 2%라고 한다면, 2017년 세제 개편으로 인한 성장률 상승치가 더해져 2018~2019년 실질 성장률 전망치는 3.1%가 된다.

의심할 여지 없는 행운이 있다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성장률 전망이다. 게다가 2018년 초의 우리 전망은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경기 후퇴를 예상한 것과 반대였다.

나는 당시 한 하버드대 동료 교수가 3% 성장률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해서 내기를 했다. 나는 2018~2019년을 특정해서 내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이었다고 한다. 나는 2020년에도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맞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미시간주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랠리를 재개하면서 러스트벨트(rust belt·미 중서부와 북동부 일부의 쇠락한 산업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4월 27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를 방문해 자신의 경제 성과에 대해 연설하는 장면. 사진 블룸버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미시간주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랠리를 재개하면서 러스트벨트(rust belt·미 중서부와 북동부 일부의 쇠락한 산업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4월 27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를 방문해 자신의 경제 성과에 대해 연설하는 장면. 사진 블룸버그

물론, 어떤 전망이 틀린 이유에 대해 항상 이유를 댈 수 있다. 최근 널리 진행되는 이런 형태의 논쟁 중 하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사람들의 종전 예상보다 훨씬 더 확장적 통화정책을 취할 것으로 판명났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걱정되긴 하지만) 유사하게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무역전쟁이 성장률을 꺾이게 할 것이라는 우려는 완화됐다.

기본적으로 퍼먼과 내가 2018년 초에 전망했던 3.1%의 성장률과 같은 예언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의견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연간 성장률에는 항상 많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전망이 정확했다는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보기도 한다.

경제 성장률이 낮은 것보다는 높은 것이 더 낫다는 건 자명하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성장률 상승으로 나타나는 임금 상승과 실업률 하락으로 혜택을 본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너무 강해서 동료 경제학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단지 트럼프의 정치적 승리를 부정하기 위해 경제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쪽을 응원하고 있다.

나는 이 같은 관점을 이해하지만 여전히 경제 호조로 인한 직접적 혜택이 정치적 계산 같은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대부분 국민들과 유권자들을 포함해 정책수혜자들이 경제 둔화보다 경제 호조로 인해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Tip

미 상무부가 4월 26일 발표한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연율 3.2%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5%를 크게 웃돌았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15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퍼먼 교수는 하버드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에 재직 중이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을 정도로 진보적인 경제학자다. 주요 연구 분야는 세금, 헬스케어, 거시경제정책, 경쟁과 불평등, 기술정책, 미국 사회보장프로그램 등 불평등 완화 관련 내용이 많다. 배로 교수는 신고전학파 창시자 중 한 명으로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거시경제학자다. 신고전학파는 정부 간섭을 줄이고 시장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재정지출보다는 감세가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기업투자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4년 6.9%에서 2015년 1.8%, 2016년 0.5%로 둔화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20일 취임한 이후 기업투자는 그해에 5.3%, 2018년 6.9%로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 27일 자 ‘물결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규제에 대한 위협을 제거해 오랫동안 억압됐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깨웠다”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 정책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야성적 충동’이 되살아나 경제에 활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야성적 충동’이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업들이 위험 부담을 지며 사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투자는 합리적 계산보다 기업들이 신바람 날 때의 충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WSJ는 이어 “법인세 인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감세정책을 마련하면서 미국 경제가 전반적인 글로벌 성장 둔화에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WSJ는 “감세 정책으로 인해 기업이 설비나 지식재산권 등에 투자하는 일이 꾸준히 늘어났다”며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혁은 ‘슈거 하이(sugar high·일시적 흥분 상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감세정책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