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새 대표이사에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낙점됐다. 그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권 부회장은 2022년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LG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앞으로 권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짝을 이뤄 조직을 이끌어 가게 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2022년에 취임 5년 차를 앞둔 ‘구광모호(號)’가 2기를 맞았다고 평했다. LG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도 변화를 추구한 구 회장이 자신의 입맛이 반영된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LG는 11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임원인사에서 권 부회장은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했던 권영수 부회장의 후임을 맡게 됐다. 권영수 부회장은 11월 초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부회장이 맡았던 LG전자 CEO 자리는 조주완 CSO(최고전략책임자)가 맡게 됐다.

1963년생인 권 부회장은 1987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해 모니터사업부, 유럽 웨일스 생산법인장을 역임했다. 권 부회장은 2007년 신설부서인 모니터사업부 수장을 맡아 LG전자를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 2014년에는 ㈜LG 시너지팀장을 맡아 이때 시너지팀 부장이었던 구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5년 TV 사업을 책임지는 LG전자 HE사업본부장을 맡아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시장에 내놨으며 스마트폰 사업을 펴는 MC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이를 발판 삼아 2019년 말부터 LG전자 CEO를 맡았다.

특히 권 부회장은 LG전자 CEO에 취임한 다음 사업 구조를 본격적으로 재편해서 누적 영업적자만 5조원에 달하던 스마트폰 사업을 올해 7월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26년 만의 휴대전화 사업 철수다. 권 부회장은 지난 4월 스마트폰 철수 결정 직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최종적으로 MC사업 종료라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고, MC본부에 축적된 핵심 역량은 LG전자와 그룹의 새로운 미래 가치에 집중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MC사업본부 영업적자는 5년 넘게 계속 이어졌지만 LG전자 입장에서도 LG 가전 등이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홈, 스마트카로 서로 연결되려면 스마트폰 사업은 필수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또 종합 IT 기업으로서도 스마트폰 사업은 상징적으로라도 영위해야 하는 사업으로 여겨졌다. 아울러 권 부회장은 지난 7월 초에 캐나다의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시켰다.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LG전자가 실적을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리자 권 부회장이 구 회장을 보좌해 LG그룹을 이끌 지주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LG전자의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3조7130억원, 3조1861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다.

재계는 권 부회장의 ㈜LG COO 선임이 구 회장이 힘쓰는 ‘뉴 LG’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에는 고성능 배터리와 고부가 합성수지(ABS), 가전 등 글로벌 시장에서 ‘톱 티어’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롭게 영토를 확장할 만한 신사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권 부회장은 ㈜LG COO로 있으면서 향후 LG그룹 성장을 이끌 대표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월 22일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월 22일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1일간 미국 출장 마무리한 이재용
빨라진 ‘뉴 삼성’
美 파운드리 20조 공장 부지 확정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

11월 24일 10박 11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포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번 20조원 규모 미국 투자를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음을 나타낸 말이다. 그는 11월 21일(이하 현지시각) 삼성전자 DS 부문 미주총괄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연구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가자”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에서 바이오·통신·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고 11월 24일 귀국했다. 그는 미국 정·재계 인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 경영진과 만나 차세대 유망 산업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을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움직이자 삼성이 빨라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제2공장 투자 계획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기간 미국 현지 파운드리 제2공장 계획을 발표했지만 세제 혜택 등 문제로 반년 넘게 부지를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11월 18~19일 이 부회장이 미 연방의회 의원들과 백악관 고위 인사를 만난 이후 삼성전자는 11월 23일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 부회장은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지막 날인 11월 22일에도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CEO를 만나 시스템반도체·가상현실(VR)·증강현실(AR)·자율주행·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소프트웨어와 ICT(정보통신기술)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뉴 삼성’을 향해 앞으로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1월 2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청년희망 ON’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1월 2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청년희망 ON’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 선 그은 정의선
배터리 내재화설 끊어낸 현대차
선택과 집중하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1월 22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청년희망 ON’ 행사 자리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은 배터리 업체에서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독립적으로 자체 생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룹 차원에서 이런 기조를 알려왔어도 정 회장이 직접 배터리 내재화에 선을 그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정 회장의 발언은 전기차 시장을 잡기 위해 테슬라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배터리 자체 생산보다 그간 유지해온 배터리 3사와의 협력을 활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또 이미 배터리 업체 간 가격경쟁이 격화하고 배터리를 하나 팔아 남기는 마진도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보이자 현대차그룹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간 협력도 배터리 내재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 현대차그룹의 기조를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약 11억달러(약 1조1700억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미래 배터리 연구기술을 확보하는 투자는 병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완성차 업계 안팎에선 미래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회장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설을 단칼에 끊어냈지만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와 관련한 이슈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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