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스프링 포워드 행사에서 당시 케빈 린치 애플 기술 부문 부사장이 애플워치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015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스프링 포워드 행사에서 당시 케빈 린치 애플 기술 부문 부사장이 애플워치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새로운 수장 케빈 린치(Kevin Lynch) 지휘 아래, 오는 2025년까지 애플카를 발표할 수 있도록 애플카(Apple Car) 프로젝트를 힘차게 추진하고 있다. 애플카 프로젝트는 목표를 더 높게 잡고 있다. 애플은 핸들과 페달이 없어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1일 1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이 내용은 올 초 이후 잠잠했던 애플카 이슈에 불을 지폈다. 애플카는 미국의 아이폰 개발사인 빅테크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완전자율주행 전기차다. 애플은 블룸버그 보도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지만 구체적인 출시 소식이 흘러나오자 전 세계 완성차·전기차·자율주행차와 정보기술(IT) 업계는 애플카 개발 진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은 2014년부터 애플카 사업을 추진하는 특별 프로젝트팀 ‘프로젝트 타이탄’을 출범시키고 운영해왔다. 원래 애플은 내부적으로 애플카 출시 목표 시점을 5~7년 후로 잡았다. 그런데 최근 애플카에 올라가는 자율주행 시스템 관련 반도체 칩(프로세서)의 핵심 작업이 상당 부분 완료되면서 애플은 애플카 출시 일정을 4년 뒤인 2025년으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애플카 칩은 아이폰과 맥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인 ‘애플 실리콘’ 개발팀이 설계한 것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조율하는 작업도 이미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 칩은 자율주행을 관장하는 인공지능(AI)을 처리할 뉴럴 프로세서로 주로 구성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카는 아이폰 등 애플의 기존 기기·서비스와 긴밀히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애플은 이 칩을 장착한 자율주행 전기차의 도로 테스트도 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에 따르면, 애플은 자율주행 시험용으로 렉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69대를 갖고 있다.


영국 자동차 리스 업체 바나라마(Vanarama)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애플카 3D 콘셉트 이미지. 사진 바나라마
영국 자동차 리스 업체 바나라마(Vanarama)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애플카 3D 콘셉트 이미지. 사진 바나라마

우여곡절 애플카의 새 수장, 린치

새롭게 애플카 지휘봉을 잡은 린치는 애플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2030년 가까이나 돼야 나올 것 같았던 애플카 출시 일정이 린치가 취임하고 조직을 정비하면서 2025년으로 앞당겨졌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또 린치 지휘 아래 애플카는 완전자율주행 모델에 집중한다는 큰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았다. 앞서 프로젝트 타이탄 부서는 최근 몇 년간 운전자가 어느 정도 운전하는 제한적인 자율주행 모델과 운전자 조작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모델을 모두 연구해왔다. 산만했던 애플카 방향이 한 가닥으로 잡힌 셈이다.

린치는 지난 9월 애플카 총괄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전 수장이었던 더그 필드가 같은 달 프로젝트 타이탄을 떠나 경쟁사인 포드로 이적하자 애플은 자동차 업계 베테랑이 아닌 내부 임원인 린치를 총괄 자리에 앉혔다. 린치는 이전에 애플워치 기술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었다. 반면 3년간 타이탄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필드는 테슬라 엔지니어링 부사장 출신으로, 테슬라에서 모델3 생산 전반을 책임졌던 전기차 전문가다. 애플 내부에서 외부 전문가보다 내부인이 애플카 개발을 이끄는 게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도비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하다 2013년 애플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애플에서 웨어러블과 헬스 부문을 담당하며 애플워치 개발을 이끌었다. 린치는 애플워치와 워치 OS(운영 소프트웨어) 공개 행사 무대에서 새로운 기능을 직접 발표하며 국내외 애플 소비자에게 얼굴을 알렸다. 린치는 애플카 수장 자리에 앉기 한 달 전인 지난 8월 애플워치 부서에서 프로젝트 타이탄 부서로 이동했는데, 일각에서는 애플 측에서 필드가 떠날 것을 알고 린치를 미리 프로젝트 타이탄 부서로 옮겼다고 보고 있다.

프로젝트 타이탄은 우여곡절의 아이콘이었다. 테슬라가 초보적인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파일럿’을 공개하고 구글이 자율주행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2014년, 애플도 이에 질세라 프로젝트 타이탄호를 띄웠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애플은 비밀리에 인재를 고용했지만 팀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졌다. 2016년 초에는 포드 엔지니어 출신의 스티브 제이드스키를 비롯한 주요 인력이 프로젝트를 이탈했다. 당시 외신은 “타이탄이 타이타닉처럼 침몰했다”고 평했다.

애플은 어떻게든 프로젝트 타이탄을 살려내기 위해 목표를 변경했다. 자율주행차를 직접 개발하는 대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정비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하드웨어는 기존 완성차 업체와 손잡겠다는 전략을 꾀한 것이다. 이로 인해 올 초에 현대자동차와도 생산 협력이 논의됐지만 이후 중단됐다.

이후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 인재 확보에 열을 올렸다. 2018년 필드와 테슬라 디자이너 앤드루 김을 프로젝트 임원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애플은 불과 1년여 만에 프로젝트 직원 200명을 해고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율주행 개발에 올인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애플카 수난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2월에는 프로젝트 초기 멤버인 벤저민 라이언 센서팀장이 프로젝트 타이탄을 떠났고 자율주행 그룹 책임자 제이미 웨이도도 회사를 그만뒀다. 여기에 지난 9월 수장이었던 필드의 포드행(行)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 자동차 야망이 잠재적으로 종말을 맞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린치가 부임한 후 불과 두 달 만에 애플카 출시 계획은 더욱 구체화됐다. 또 애플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테슬라에서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수석 기술자로 근무한 크리스토퍼 CJ 무어가 애플에 합류한 것이다.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린치의 애플카팀은 우려를 딛고 선방했다. 만약 애플이 2025년에 완전자율주행이 구현된 첫 모델을 낸다면, 자동차 업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플카가 추구하는 완전자율주행차 기술 구현이 어렵고 인력도 대거 감축된 상황에서 린치의 계획이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애플이 애플카로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도 애플카 수혜주”…자율주행 전기차 업계 환호

베일에 싸여 있던 애플카 사업이 점차 구체화하자 업계는 애플이 자율주행차 생산을 위해 ‘누구와 협력하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이 애플카 하드웨어를 기존 완성차 업체 및 자동차 부품 업체와 협력해 만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 세계 애플카 관련 업체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내 자율주행 부품 1위 업체인 ‘디세이’가 애플카 기대감에 11월 18일부터 11월 24일까지 선전증권거래소에서 5거래일 만에 17.97% 급등했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카의 2025년 자율주행 전기차 양산 소식이 보도된 이후 디세이를 포함한 중국 내 자율주행 관련 주들이 급등세를 보이며 자율주행 모멘텀(상승 동력)이 재차 강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기대감에 LG전자 주가가 상승했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던 LG전자는 같은 기간 4.05% 올랐다. 애플과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맺어온 LG가 지난 7월 초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와 함께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 것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애플을 위한 차량을 제작할 준비가 돼 있고 북미 공장 증설 의향도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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