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식 포스코건설 건축사업본부 도시정비영업실 리모델링영업그룹장 전 송도개발그룹실 그룹장 / 사진 조선일보 DB
이원식 포스코건설 건축사업본부 도시정비영업실 리모델링영업그룹장 전 송도개발그룹실 그룹장 / 사진 조선일보 DB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9년 서울 잠원동 훼미리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입찰에서 3개사 중 가장 높은 공사비를 써냈음에도 수주에 성공했다. 훼미리 조합원들은 한강변이라 연약한 지반 문제나 구조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우리가 사업 제안 당시 타사의 2배에 달하는 구조도면을 제출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이익을 위해 뛰어들었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삶의 질을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4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사업이 될까 싶었지만 지금은 ‘리모델링 열풍’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속속 생기고 있다. 특히 올해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만 90여 곳(올해 1분기 기준)에 이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과거 정비 사업 시장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던 건설사지만 리모델링 시장에서만큼은 선두권으로 꼽히고 있다. 새 역사를 쓰는 리모델링영업그룹의 이원식 그룹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는 서울 개포동 개포 우성 9차 리모델링 투시도. 아래는 왼쪽부터 리모델링 전과 공사 중인 모습. 사진 포스코건설
위는 서울 개포동 개포 우성 9차 리모델링 투시도. 아래는 왼쪽부터 리모델링 전과 공사 중인 모습. 사진 포스코건설

올해 리모델링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리모델링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리모델링을 재건축이 어려운 경우 어쩔 수 없이 하는 ‘차선’의 선택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건축과 별개로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가장 신속한 ‘현실적 최선’의 방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대체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아파트가 오래되면 필연적으로 배관이 녹슬고 마감재가 탈락하는 등의 물리적인 노후화가 생긴다. 여기에 가구 내부 구조나 부대시설·주차장 등이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적 노후화까지 찾아온다. 이때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채우느니 리모델링을 통해 삶의 질을 빠르게 개선하면서 보다 안전한 주거 공간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당시에도 리모델링 붐이 일었다가 다소 침체됐던 적이 있지만, 이번에 찾아온 리모델링 붐은 앞으로도 전망이 대단히 유망하다고 본다. 종전에는 서울·분당 등 일부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1기 신도시 등 수도권 전역과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까지 추진 단지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이 바뀐 만큼 시장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단지의 경우에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유리할까.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건물 배치나 가구 평면 계획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대신 재건축은 준공되고 30년이 지난 아파트의 안전진단 결과가 D등급 이하여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만 지나면 되고 C등급이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또 정비구역 지정이나 정비계획 수립 등의 행정절차가 없는 것도 사업 기간이 획기적으로 빠른 요인이다. 용적률이 200%를 초과하는 중층 이상 단지의 경우에는 리모델링에서 오히려 재건축보다 더 높은 사업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재건축은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각종 규제 대상인 반면, 리모델링 사업은 오히려 일부 지자체에서 리모델링 기금 등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결국 준공된 지 15~30년 사이인 용적률 200~300% 단지들의 경우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더 유리하다. 경험상으로는 준공 후 20년이 지난 단지 주민들이 15년이 갓 지난 단지들보다 호응도가 다소 높았다. 용적률도 300%를 넘어서면 법적으로는 용적률 완화가 가능해도 도시 계획상 인허가 기관과의 소통이 더 어려워져 200~300% 단지들이 더 유리하더라.”

사업자 입장에서의 리모델링 수주 판단 기준은 또 다를 것 같다.
“결국 ‘기존 단지의 여건이 어떤지’와 ‘미래 성장성이 어떤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리모델링 사업은 기존 구조물을 존치하면서 진행하다 보니 입지 외에도 기존 여건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 이에 용적률 문제와 함께 별동(別棟) 증축 시 일반분양분 확보, 분담금 부담 비율 등도 고려해야 한다. 또 최근에는 고급화에 대한 요구도 커져 예전처럼 공사비를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단지와 얼마나차별화하고 고급화해 리모델링 후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지가 조합원들의 최대 관심사다.”

리모델링 시장에 선도적으로 나선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리모델링 시장도 긴 침체기를 겪었는데, 포스코건설은 앞으로 굳이 재건축을 기다리지 않는 사회적 트렌드가 형성돼 다시금 리모델링 시장이 열릴 것으로 봤다.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리모델링 시장이 정부에서 여러 보조를 받아 신축 시장과 거의 같은 비율로 성장한 사례도 참고가 됐다. 다만 리모델링 시장이 요즘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곤 우리도 예상을 못했다. 리모델링 전담부서를 만들 때 역점을 둔 것은 ‘기술 영업’이 가능하게 토털 서비스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선발된 직원들이 지금까지 약 20여 개의 프로젝트를 맡아 사업기획, 설계, 기술 검토, 계약, 인허가, 금융 알선 등의 업무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해 이제는 모두 베테랑의 경지에 올랐다. 또 기술개발에도 투자를 많이 해 기존 구조체와 신설 구조체 간의 슬래브 접합 기술, 지상·지하 동시 공정 기술 등 리모델링과 관련한 가장 많은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가장 기억나는 현장이 있다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회사의 1호 리모델링 사업이자, 오는 11월 준공 예정인 개포 우성 9차 아파트다. 지난 2014년 대치 우성 2차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래미안 대치 하이스턴 이후 5년 동안 리모델링 사례가 아예 없어 벤치마킹할 사례도 없는지라 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포스코건설뿐 아니라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의미가 컸다. 착공식 당시의 벅찬 감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려웠던 기억도 많을 것 같다.
“공통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본계약 협상일 것 같다. 특히나 요즘처럼 건설 물가가 급등한 시기에는 더욱 어렵다. 공사비란 것이 기본적으로 물가와 연동되기 마련인데, 건설 물가는 체감하기 어려워 조합원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또 가계약과 본계약 사이의 기간이 길다 보니 그사이 각종 건축법규가 강화되거나, 인허가 조건으로 새로운 공사가 추가되거나, 설계변경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하는 등 상황의 변화를 조합원들에게 이해시키기가 항상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