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버즈는 자연 재료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신발을 제조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올버즈 신발에 부착된 ‘탄소 발자국’ 라벨. 사진 블룸버그·올버즈
올버즈는 자연 재료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신발을 제조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올버즈 신발에 부착된 ‘탄소 발자국’ 라벨. 사진 블룸버그·올버즈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발생 자취를 추적해 측정하고 소비자에게 알려라.”

제품에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라벨’을 부착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걸 소비자에게 알려, 저탄소 시대 친환경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다.

탄소 발자국은 원자재 준비부터 제조 및 운반, 폐기 단계까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총량을 의미한다. 탄소 발자국은 무게 단위인 킬로그램(㎏) 또는 배출된 만큼 심어야 하는 나무의 수로 표시한다. 이를 라벨로 만들어 제품에 부착하는 것이 탄소 발자국 라벨링이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저탄소 제품 소비를 유도해 온실가스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게 목표다.

제품에 ‘탄소 발자국 10㎏ CO2e’라고 적힌 라벨이 부착돼 있다면, 기업이 그 제품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10㎏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뜻이다. 탄소 발자국 10㎏은 자동차로 약 39㎞ 주행했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하다.

탄소 발자국 라벨링은 미국, 유럽 기업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늘어나는 친환경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저스트 샐러드가 비교한 자사 제품 평균 탄소 발자국(0.81㎏ CO2e)과 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기 패티의 탄소 발자국(3.75㎏ CO2e). 사진 저스트 샐러드
저스트 샐러드가 비교한 자사 제품 평균 탄소 발자국(0.81㎏ CO2e)과 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기 패티의 탄소 발자국(3.75㎏ CO2e). 사진 저스트 샐러드

‘올버즈’ 모든 제품에 탄소 발자국 라벨링

‘올버즈(Allbirds)’는 지난해 4월부터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탄소 발자국 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저탄소·친환경은 올버즈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조이 즈윌링거 올버즈 공동 창업자는 “천연 소재로 운동화를 만들었을 때 탄소나 유해물질 배출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을 알았고, 여기서 우리의 가치를 찾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버즈는 자연 재료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했다. 이 회사의 대표 신발 브랜드 ‘울 러너(Wool Runner)’는 양모로 만든 울로 신발의 몸체를 만들고, 밑창은 사탕수수를 가공해 제조한다. 신발 끈은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재생섬유로 만든다.

올버즈의 탄소 발자국은 자연스레 줄었다. 일반적으로 스니커즈 한 켤레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12.5㎏ CO2e가 배출되는데, 올버즈 제품은 평균 7.6㎏ CO2e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올버즈 제품의 배출량은 세탁 건조기를 5회 돌렸을 때나 22개의 초콜릿 바를 만든 경우에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하다.

올버즈는 탄소 발자국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펀드를 만들었다. 또 회사 수익의 일부를 재생 농업, 풍력 발전, 쓰레기 매립지 배출 가스 줄이기 등 환경을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올버즈는 저탄소·친환경 가치에 공감하는 배우·환경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부터 2018년 투자받기도 했다. 이후 디캐프리오를 시작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이 올버즈 신발을 신고 다니며 ‘스타 신발’로 유명해졌고,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등이 애용하며 ‘실리콘밸리 운동화’라고도 불렸다.

미국 샐러드 프랜차이즈 ‘저스트 샐러드(Just Salad)’는 지난해 9월부터 메뉴에 영양 성분과 함께 탄소 발자국 라벨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 라벨에는 원료 생산, 배송 등 소비자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이 적혀 있다. 저스트 샐러드는 채소, 과일 등으로 만든 건강한 샐러드를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스트 샐러드에 따르면, 회사 제품의 평균 탄소 발자국은 0.80~0.81㎏ CO2e다. 전형적인 미국인 한 명의 하루 식단 평균 탄소 발자국은 4.7㎏ CO2e다. 저스트 샐러드 제품을 하루 세끼(2.4~2.43㎏ CO2e) 먹는 것과 비교해 두 배가량 많다. 저스트 샐러드는 현재 탄소 발자국이 적은 재료를 모은 새로운 저탄소 메뉴를 개발 중이다.

산드라 누난 저스트 샐러드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는 “음식 선택은 정서적 유발 인자, 개인 의식 요구 및 사회적 규범을 포함한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우리가 제품에 표시한 탄소 발자국 라벨이 저탄소 소비문화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저스트 샐러드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해 소비를 유도하고 있고, 탄소 발자국 라벨이 소비자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학 등과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소극적’

한국 기업은 탄소 발자국 라벨링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 기업이 환경부로부터 제품에 대한 탄소 발자국 인증을 받았지만, 라벨링은 잘 하지 않는다.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라벨링을 해도 소비자가 잘 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탄소 발자국 라벨을 만들고 제품에 부착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배출된다는 우려도 있다. 생수 시장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라벨을 부착하지 않는 무라벨 제품이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려와 무관치 않다. 국내 한 대형 식품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탄소 발자국 라벨링을 했는데 올해부터 하지 않는다”며 “라벨링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을 생산 공정 효율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자재 준비, 제품 제조, 소비자 이용 후 폐기 등 제품 라이프사이클을 따라가며 탄소 발자국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다”라며 “정부가 나서서 측정은 물론 제조 단계에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소비자도 탄소 발자국 줄여야”

사진 환경부
사진 환경부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생활 속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환경부가 저탄소 생활법을 제시했다. △여름엔 26℃ 이상, 겨울엔 20℃ 이하로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조명(LED)이나 절전형 전등을 사용한다 △사용하지 않는 TV, 세탁기, 전기밥솥, 가습기 등의 플러그를 뽑아둔다 △가까운 거리는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자동차 대신 일주일에 1회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비닐 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한다 △샤워 시간은 10분 이내로 줄이고 빨래는 모아서 한다 △음식은 적다고 느낄 만큼만 조리한다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 캔 등은 분리해 버린다 등이다.

생활하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도 직접 계산할 수 있다. 한국 기후·환경 네트워크 홈페이지(www.kcen.kr)에서는 전기·가스·수도·교통 네 개 항목의 사용량이나 요금을 입력하면 탄소 발자국값을 확인할 수 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