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나란히 부착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광고. 사진 연합뉴스
2020년 12월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나란히 부착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광고. 사진 연합뉴스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배달애플리케이션(앱) 점유율 1위사인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기 위해 ‘요기요’를 팔기로 결정하자, 요기요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이 뜨겁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전통 유통그룹은 물론 유사 서비스를 운영 중인 쿠팡, 위메프, 카카오, 네이버 등은 단숨에 2위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장점에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요기요의 기업 가치가 1조원 중반에서 2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적당한 인수처를 찾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DH는 2019년 말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지분 88%를 40억달러(약 4조38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공룡 배달앱 탄생을 알리는 깜짝 발표였다. 하지만, 두 회사를 모두 인수하면 DH가 국내 배달앱 시장의 99% 이상을 독점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20년 12월 28일 1년여간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결합 심사를 한 결과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배달통 등을 운영하는 DH코리아 지분을 100%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곧이어 DH는 이를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요기요는 공정위 결정에 따라 6개월 이내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다. 배달앱 업계가 요기요의 새 주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수자는 단번에 2위 사업자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019년 거래액 기준 배민은 배달앱 시장에서 점유율 78%로 1위, 그 뒤를 요기요가 19.6%로 2위다. DH코리아가 운영하는 배달통과 푸드플라이도 각각 1.3%, 0.3%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 간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혜택 등이 줄고 음식점 수수료는 오를 것을 우려했다.

업계에선 요기요 인수 후보군으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거론된다. 네이버는 현재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지분 5.03%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기존에 배민을 우아한형제들과 배달앱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계약’을 맺었지만, 보유 지분이 DH에 매각되면 해당 계약도 해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네이버는 배달대행 업체 ‘생각대로’에 400억원을 투자했으며 배달대행 서비스인 ‘부릉’의 운영사 메쉬코리아의 최대 주주(20.68%)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주문하기’와 ‘채널톡’으로 지역 음식점과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요기요 인수 가능성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 카카오 측은 “인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쿠팡도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지목된다. 쿠팡은 최근 쿠팡이츠로 배달앱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업계 3위까지 올라왔다. 쿠팡이츠는 서울, 경기 일부, 부산, 대구, 울산, 세종, 대전 등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쿠팡이츠 월간 이용자는 2019년 17만4057명에서 2020년 8월 74만8322명, 11월 126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쿠팡은 누적적자가 부담일 수는 있지만, 소프트뱅크가 최대 주주다. 쿠팡 측은 요기요 인수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전국 단위 서비스를 하고 있는 위메프도 요기요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요기요 인수전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이 플랫폼 위상 강화를 위해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고 했다.


매각 어렵다는 전망도…공정위 “분할매각 되지만 경쟁은 유지돼야”

요기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업계에서는 요기요의 기업 가치를 1조원 중반에서 2조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짧은 기간에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사모펀드가 아니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통 대기업도 자영업자들과 수수료를 놓고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나서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요기요가 적자인 상황에서 이를 인수하기도 쉽지 않다. DH코리아는 2019년 4391만유로(약 5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배달앱 특성상 사용자가 쉽게 사용하던 앱을 바꾸지 않아 시장 2위 사업자라도 점유율을 크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도 매각의 변수다.

통매각이 어려울 경우 분할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DH코리아는 요기요와 배달통 외 자체 배달 서비스인 푸드플라이, 프리미엄 음식 배달 서비스 셰플리, 마트 즉석배달 요마트 사업을 운영 중이다. 배달대행사 바로고의 지분 27%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DH는 6개월 내 DH코리아 지분을 완전히 매각해야 한다”며 “다만, 공매 과정에서 입찰자가 없거나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도 불가피하게 매각을 못하면 기한이 6개월 연장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분할매각을 포함해 매각 방식은 상관없다”며 “단, 인수 자산으로 1개 사 이상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유지해 시장의 경쟁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Plus Point

김봉진, 이제는 아시아 시장으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사진 조선일보 DB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사진 조선일보 DB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후 DH와 우아한형제들 사업은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DH는 배민이 한국 시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후발주자들의 치열한 도전을 받은 배민은 DH와 설립하는 합작회사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자금력 등을 활용해 아시아·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2021년 1분기 중 싱가포르에 아시아 14개국 사업을 총괄하는 합작법인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할 예정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합작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그와 함께 DH가 보유한 배달 기업 푸드판다아시아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컵 안젤레와 우아한형제들의 현 최고재무관리자(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오세윤 부사장이 함께 합작사 공동대표에 오른다.

한편 김봉진 의장은 9000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 매각 대금으로 받기로 한 딜리버리히어로 주식 가치가 1년 만에 3배 가까이 오른 덕분이다.

2020년 12월 28일 기준 딜리버리히어로 주가는 129.25유로로 마감했다. 1년 전 계약 당시 47.47유로보다 약 2.7배 상승했다. 배민 총인수금액 규모도 9조원대로 불어났고 김 의장 몫의 자산도 9000억원대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