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종방한 ‘고등학생 간지대회’의 한 장면. 메인 에피소드 2화에서 유비(19)씨가 미션 수행 후 심사평을 듣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7월 22일 종방한 ‘고등학생 간지대회’의 한 장면. 메인 에피소드 2화에서 유비(19)씨가 미션 수행 후 심사평을 듣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기업들이 유튜브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업마다 유튜브 계정 하나씩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하지만 유튜브 인기 콘텐츠는 여전히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콘텐츠, 트래픽 유도법, 수익화 방법까지 고민거리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의 실험이 눈길을 끈다. 블랭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광고 영상 클립을 노출하고, 300여 종의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다. 이번에는 유튜브에서 호흡이 긴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도전했다. ‘고등학생 간지대회’다. 6월 10일부터 7월 22일까지 방영했다.

간지대회라니, 프로그램 이름부터 젊다. 간지는 ‘느낌’이라는 뜻의 일본어에서 유래했는데, 국내에서는 ‘느낌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인터넷 은어다. 이 대회는 13명의 고등학생이 패션 스타일로 겨루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1시간 분량의 메인 에피소드 7개와 10분 이하의 클립 영상 100여 개로 이뤄져 있다. ‘웹툰 캐릭터 스타일링’ ‘뮤직비디오 출연자 스타일링’ 등 매회 미션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슈퍼주니어 김희철, 모델 문가비,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래퍼 레디 등이 심사위원과 진행자로 참여했다.

고등학생 간지대회의 준비 기간은 6개월, 예산은 10억원이었다. 유튜브 콘텐츠치고는 규모가 꽤 크다. 올해 10월 스핀오프(기존 프로그램의 설정에 근거해 새로 만들어낸 것) 프로그램과 내년 시즌 2 프로그램을 추가 기획하고 있다. 블랭크의 성공 비결을 세 단계로 살펴봤다.


1단계│유튜브에 걸맞는 편성 전략

블랭크는 다작(多作)으로 유튜브 시청자를 확보했다. 평균적으로 매일 1.6회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메인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참가자 매력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도 자주 올린 결과다.

메인 에피소드는 매주 월요일 오후 8시에 스트리밍 버전으로 제공했다. 재생바를 끝으로 옮겨서 결과를 곧바로 확인하는 시청자들을 막기 위해서였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의 결과가 궁금해 시청자들이 TV 앞에 모여드는 것처럼, 고등학생 간지대회 팬들도 메인 에피소드가 올라오는 시간에 유튜브 채널을 켰다. 카카오톡에 고등학생 간지대회의 준말인 ‘고간지’를 검색하면, 참가자 팬덤 카톡방 20여 개가 뜬다. 그 결과 메인 에피소드의 동시 시청자 수가 평균 1만5000명, 최고 2만 명을 기록했다. 유튜브 ‘라이브’ 1위를 차지하는 JTBC ‘뉴스룸’의 평균 시청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청자 비율은 18~24세가 45.7%로 가장 높았고 13~17세 19.7%, 25~34세 16.2%로 그 뒤를 따랐다.


2단계│간접광고 어디까지 가능해?

이렇게 확보된 시청자는 블랭크의 잠재 고객이 된다. 에피소드에 자사 제품을 간접광고로 홍보하면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고등학생 간지대회 참가자들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합숙 생활을 했다. 블랭크는 합숙소 곳곳에 자사 제품을 배치했다. 생활용품 브랜드 ‘바디럽’의 침구류나 남성용품 브랜드 ‘플렉싱’의 바디 제품 등 20여 가지 제품이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유튜브의 단골 인기 콘텐츠인 뷰티 영상도 만들었다. 블랭크의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블랙몬스터’ 제품이 등장했다. 경기고 재학생 전준우(19)씨가 출연한 ‘아침부터 미모 열일하는 남고생의 같이 준비해요’ 영상은 조회 수 38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플랫폼의 적정 광고 수위를 확인해본 것도 성과다. 유튜브는 광고성 짙은 영상을 자체적으로 삭제한다. 블랭크는 프로그램에 단계적으로 배너광고, 미니광고 등 광고 콘텐츠들을 넣으면서 영상 삭제 여부를 확인했다. 블랭크 관계자는 “유튜브는 아직 제재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미지의 플랫폼으로 기성 방송사들도 광고성이 짙은 영상을 삭제당하곤 한다”면서 “유튜브에서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했다”고 했다.


3단계│‘고간지’ 세계관은 회사의 자산

종방을 맞았어도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다. 방송은 끝나도 캐릭터는 남는다. 팬덤도 남는다. 하나의 세계관이 형성됐다. 프로그램을 총괄한 윤상희 블랭크 미디어 사업 부문 총괄 매니저는 “방송 과정에서 창출되는 마케팅 효과는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출연진의 행보로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했다.

서울디자인고에 다니는 우승자 유비(19)씨는 연봉 1억원에 블랭크와 2년 계약을 했다. 이 기간에 개인 패션 브랜드를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 블랭크 입장에서는 재능 있는 인재와 이미 팬덤이 형성된 브랜드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윤상희 매니저는 “시청자들이 참가자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참가자가 만든 브랜드는 그만큼 당위성과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 “현재 유씨가 매일 출근해 브랜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10·20세대의 ‘연예인’이 됐다. 유씨는 대회 참가 전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00여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만7000명에 달한다. 최후 3인이었던 유씨와 휘문고 재학생 임휘순(18)씨, 양천고 재학생 심수현(18)씨는 잡지 ‘에스콰이어’의 8월호 화보를 촬영했다. 또 5개가 넘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가 대회 참가자들에게 화보 촬영 ‘러브콜’을 보낸 상황이다.


plus point

[Interview] 윤상희 블랭크 미디어 사업 부문 총괄매니저
“고등학생 간지대회 총시청 시간 1억6000분”

윤상희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CJ E&M tvN 시사 마케팅팀, CJ E&M tvN 교양 기획 제작팀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윤상희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CJ E&M tvN 시사 마케팅팀, CJ E&M tvN 교양 기획 제작팀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윤상희 블랭크 미디어 사업 부문 총괄매니저는 CJ E&M PD 출신이다. 마케팅 직무를 맡다가 이산가족 다큐멘터리 ‘다녀오겠습니다’의 연출팀에 합류하면서 PD로 데뷔했다. 그는 블랭크에서 현재 25명의 제작팀, 촬영팀, 사업팀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이법기 블랭크 PD, tvN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소사이어티’를 연출했던 장가람 블랭크 PD와 함께 ‘고등학생 간지대회’를 연출했다.


고등학생 간지대회를 기획한 계기는.
“이법기 PD가 연출한 화장품 광고가 시작이었다. 남자 고등학생이 화장으로 훈훈하게 변신하는 내용의 영상광고인데 조회 수가 많았다. 당시 남대광 블랭크 대표가 ‘고등학생’과 그들의 관심사인 ‘패션’을 결합한 콘텐츠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한 이유는.
“그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적합한 짧은 영상광고를 만들었다. 최근 유튜브에서 사람을 설득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요 콘텐츠 플랫폼이 기존 방송 채널에서 유튜브 채널로 완전히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블랭크는 먼저 이 실험에 도전했고, 매우 설레는 작업이었다.”

프로그램의 성과는.
“시청자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누적 시청 시간이 1억6000분, 햇수로 하면 300년이더라. 첫 도전이 성공적이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는 시청자의 시간을 보다 의미있게 만드는 작업에 주력하고 싶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점은.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콘텐츠를 위해 출연자를 소모시키고 끝내는 경향이 있다. 고등학생 간지대회는 상담 선생님을 배정해 학생들이 원할 때 언제든 상담받도록 조치했다. 대회 이후에도 전체 출연자와 상담자가 모여 대화 세션을 가졌다. 미성년자 참가자들을 돌보는 세심한 배려 장치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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