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기업들이 IT 개발자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기업들이 IT 개발자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에서 직원이 가장 많은 기업은 월마트다. 미국에서만 150만 명, 세계적으로는 230만 명을 고용한다. 2018년 기준 미국 전역에 총 4761개, 세계적으로 1만1718개 매장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고용 인력도 많다.

그런데 미국 고용 시장의 효자 역할을 하는 두 번째 기업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바로 미국에서 40만 명, 전 세계적으로 64만 명을 고용하는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주요 사업 모델은 상품을 판매하는 제휴점과 고객을 연결하는 일이다. 때문에 자체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수는 월마트보다 압도적으로 적다. 2016년 인수한 식품 업체 ‘홀푸드(Whole Foods)’의 매장 수는 아직 500개에 불과하나, 지난해 9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에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 4-스타’를 10여 개 열었다. 월마트는 아마존보다 매장 수가 9.5배 많지만, 직원 수는 3.5배 많을 뿐이다.

아마존과 같은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모델은 고용을 자체적으로 창출하지 못한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O2O 비즈니스는 소비자와 오프라인 사업체를 연결하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 사업을 의미한다. 고객군을 확보하고 인터페이스를 만들면 수익은 자연히 보장되는 것처럼 보인다. 소비자와 사업체 간 거래 활동으로 수수료와 광고료로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간 아마존은 고용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마존 등장 이후 전 세계 오프라인 업체가 타격을 받았다는 ‘아마존 효과’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업 간 과잉 경쟁으로 폐업하는 가게들이 늘고, 이에 따라 고용도 줄어든다는 의미였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아마존 효과’로 연평균 1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O2O 비즈니스는 IT 개발자와 같은 고숙련 노동자 고용 창출의 근원지다. 온라인 플랫폼은 고객과 사업체 간 연결을 효율화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안해야 한다. 아마존은 물류 유통 과정에서 자동화 시스템이나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존이 2013~2017년 낸 특허가 6000건으로 하루에 3건 넘는 특허를 출원했을 정도다.

‘한국의 아마존’ 쿠팡도 마찬가지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쿠팡을 IT 기업이라 규정한다. 쿠팡 직원 중 약 40%가 IT 개발자다. 개발자만 1200명에 달한다. 쿠팡이 보유한 거대 물류센터가 이 개발자들이 설계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랜덤스토(Random Stow)’로 돌아간다. 랜덤스토는 AI를 통해 상품별 예측 입출고 시점, 주문 빈도, 물품 특성, 물품 운반 동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품적재 시스템이다.


O2O 스타트업 전성시대…국내 개발자 채용 앞장선다

국내 O2O 비즈니스 신흥 강자들도 IT 개발자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 배달 중개앱 ‘배달의민족’의 직원 수는 지난해 1000명에 달했다. 2016년 500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가 3년 새 2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개발자는 같은 기간 60명에서 300명으로 5배 증가했다. 올해도 개발자만 200명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고객군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수 요소가 됐다”면서 “제휴점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문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결제 금액 정산 주기를 줄이는 등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개발 분야는 프런트엔드와 백엔드 두 가지로 나뉜다. 프런트엔드 부문은 고객이 직접 보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사이트를 개발한다. 백엔드 부문은 서버, 응용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가 서로 호환돼 시스템이 기능하게끔 돕는다.

실무에 적합한 인재 확보를 위해 배달의민족은 두 달간 ‘우아한테크캠프’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IT 개발자 양성 전문 커리큘럼 ‘우아한테크코스’를 운영 중이다. 최소한의 프로그래밍 지식을 가진 인재를 업무 가능한 개발자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숙박 중개앱 ‘야놀자’도 최근 세 자릿수 채용을 이어 가고 있다. 2017년 280명, 지난해 40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200여 명을 채용했다. 현재 야놀자의 직원 수는 850명에 달하고, 올해 하반기에 약 200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야놀자는 인재를 데려온 직원에게 3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영업적자인데도 채용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이례적이다. 그만큼 추가 비용이 장기적 사업 성과에 도움 된다는 판단에서다. 야놀자의 2018년 매출은 1885억원이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89억원이었다.

역시나 공들이는 부문은 배달의민족과 마찬가지로 IT 개발자 채용이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채용 인력의 50%가 IT 개발자에 해당한다. 야놀자는 3년 전부터 중국 여행 플랫폼 씨트립과 제휴를 맺고 해외 고객 유치에 힘썼다. 2018년에도 일본의 라쿠텐 라이플 스테이와 제휴를 맺어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개업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플랫폼이 자체 혁신뿐만 아니라 고객군인 사업체들의 혁신까지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숙박업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가맹점과 제휴점에 보급하고 있다. 2016년에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숙박업 운영∙관리 솔루션인 ‘스마트프런트’를 개발했다. 올해는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객실관리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 퇴실 현황이 숙박업소 프런트에 자동 전달돼 청소 인력이 바로 투입되는 서비스다.

야놀자의 경쟁 상대인 숙박 중개앱 ‘여기어때’도 같은 상황이다. 여기어때 서비스를 선보이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50명, 올해 8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현재 총직원수는 400여 명에 달한다. 역시나 주요 채용 부문은 개발 인력이다. 위드이노베이션의 IT 개발자 비중은 직원 수 대비 30%를 차지한다.

여기어때는 사업 확장이 개발 인력 확보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어때는 중소형 호텔에 해당하는 모텔 서비스가 타깃이었지만 점차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펜션, 리조트와 같은 종합숙박시설이나 액티비티 중개에도 뛰어들었다. 이외 기업체와 숙박업체를 연결하는 B2B 서비스도 활성화되면서 웹사이트를 끊임없이 개발한다.

막상 국내 IT 개발자가 적은 것은 문제로 꼽힌다. 2018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 국내 개발자는 3만여 명이 부족하다.

부동산 중개앱 ‘직방’은 지난해 최대 1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20명밖에 뽑지 못했다. 직방 관계자는 “현재 개발팀을 하반기까지 2배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인원을 무작정 채우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갖춘 훌륭한 인재를 뽑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