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잇단 리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새 사령탑으로 권영수 LG그룹 부회장을 전격 등판시켰다. 권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 재정비라는 과제와 함께 내년에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성공시켜야 하는 중책을 떠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12월 LG화학에서 배터리 부문을 분리해 만든 회사다. 이 회사는 10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권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기로 결의했다. 임기는 11월 1일부터다. 이번 인사는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올해 발생한 대규모 배터리 리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단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투수’ 부름받은 권영수

이번 인사를 두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의 명운이 걸린 배터리 사업에 가장 믿을 만한 인물을 배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리콜 사태로 위기에 빠진 LG에너지솔루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약 4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지냈다. 권 부회장은 아우디 등 이름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주를 이끌어내는 등 LG화학이 중대형 배터리 분야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 개에서 20여 개로 두 배로 늘린 것도 권 부회장의 공로다.

2018년 6월 구광모 회장의 취임 후에는 LG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돼 신임 회장의 경영 체제를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


수주 규모 200조⋯강력한 리더십 필요

LG에너지솔루션은 GM, 현대차, 스텔란티스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과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수주 규모만 약 200조원에 달한다. 수주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합작 공장 설립을 순조롭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 회장이 그룹 이인자인 권 부회장 카드를 쓴 것도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품질 문제 해결뿐 아니라, 수주 물량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배터리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이어 글로벌 배터리 2위 업체지만, 최근 중국과 유럽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수주를 늘리고 있어 도전을 받고 있다”며 “그룹 간판 CEO인 권 부회장을 등판시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했다.  


정기 인사 한 달 앞둔 원 포인트 인사

이번 인사에서 특이한 점은 정기 인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권 부회장 1인에 대한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있는 정기 인사를 통해 CEO를 교체하는 게 LG그룹 내 인사 관례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IPO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10월 12일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사태로 중단됐던 IPO 절차를 다시 밟겠다고 밝힌 지 약 2주 만에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IPO 추진 중 CEO가 교체되면 투자자가 불안해할 수 있어 정기 인사보다 서두른 것 같다”며 “원 포인트 인사를 통해 권 부회장의 등판 소식을 외부에 확실히 홍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故 이건희 1주기 이재용 첫 메시지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 만들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인 10월 25일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밝혔다.

이날 이 부회장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며 이 같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부회장은 “고인에게 삼성은 삶 그 자체였고, 한계에 굴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으로 가능성을 키워 오늘의 삼성을 일구셨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1주기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삼성으로의 도약 의지를 밝힘에 따라, 앞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는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11월 직접 미국을 방문해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 부지를 둘러보고, 매입까지 확정 지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쯤 예정된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도 이 부회장이 미래 삼성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 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 사진 연합뉴스

최태원 청년 일자리 2만7000개 약속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부문서 채용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월 25일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같은 첨단산업 부문에서 3년간 총 2만7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채용 계획에서 매년 3000명씩 더 채용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연간 채용 규모는 9000명에 달한다. SK그룹의 채용 확대는 정부의 민관 합동 청년 일자리 확대 사업인 ‘청년희망ON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추진됐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경기 이천 SK하이닉스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청년희망 ON’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약속을 밝혔다. SK그룹은 KT(1만2000개), 삼성그룹(3만개), LG그룹(3만9000개)에 이어 네 번째로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협약을 맺은 기업이 됐다. SK그룹은 또 ‘청년 Hy-Five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400명씩 3년간 총 1200명의 인재를 육성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SK는 미래를 대비하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제네시스 첫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제네시스 첫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印尼를 동남아 전기차 교두보로
“내년부터 현지서 전기차 양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0월 25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현지 전기차 시장 생태계 조성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10월 24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정 회장은 25일 오전 자카르타 북부 자카르타 인터내셔널(JI) 엑스포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주최한 전기차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장에서 정 회장은 조코위 대통령과 만났다.

이날 정 회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이곳 생산공장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부터 전기차 양산을 앞두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내 전기차 생산과 충전소 개발, 폐배터리 활용 분야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자카르타 외곽에 있는 브카시에 동남아시아 첫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완공은 올해 말로 예정돼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이곳에서 현대차의 전기차를 양산할 예정이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