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머그컵에 새겨진 ‘세이렌(목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린다는 전설 속 인어)’ 모양의 스타벅스 로고. 사진 이민아 기자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머그컵에 새겨진 ‘세이렌(목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린다는 전설 속 인어)’ 모양의 스타벅스 로고. 사진 이민아 기자

올해도 한국에서는 ‘럭키백’ 대란이 벌어졌다. 럭키백은 스타벅스판 복주머니다. 텀블러, 머그컵 등의 상품을 무작위로 묶어 포장했다.

1월 10일부터 판매된 럭키백은 너무 빨리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사람당 1개씩으로 수량을 제한했다. 그런데도 서울 시내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는 판매 당일 오전 중에 물건이 동났다.

올해 럭키백은 6만3000원으로 지난해(5만9000원)보다 6.8% 올랐지만, 국내 충성 고객들은 가격 인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다퉈 구매했다. 이들은 럭키백뿐 아니라 새로 나오는 음료, 한정판 현금 충전 카드 등 스타벅스의 새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스타벅스 팬덤’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타벅스에 대해 내놓는 전망은 사뭇 엇갈린다. 이들은 “스타벅스 주식을 팔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스타벅스 주가는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점인 68.72달러를 찍은 후 서서히 내리막을 타고 있다. 1월 15일(현지시각) 기준 64.08달러로 장을 마쳤는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1월 11일 보고서에서 스타벅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타벅스 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이유 세 가지를 정리했다.


이유 1│전임 CEO의 고급 매장 전략 폐기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타벅스 주식을 팔겠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2017년 4월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케빈 존슨에 대한 실망이다. 존슨 CEO는 전임 CEO인 하워드 슐츠가 제시했던 경영 목표에 제동을 걸었는데, 일부 금융 전문가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30년간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슐츠 전 CEO의 청사진은 고급형 매장인 ‘스타벅스 리저브’를 1000개까지 늘리는 것이었다. 기존 스타벅스 이미지는 주로 대형 쇼핑몰에 들렀다가 ‘커피 한잔하며 쉬는’ 장소였다. 슐츠 전 CEO는 여기에 안주할 경우 회사의 장래가 위험할 것이라고 봤다. 소비자들이 쇼핑몰에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추세가 더 강화되면,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도 따라서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슐츠 전 CEO가 리저브 매장을 확대하고자 했던 이유는 고객들이 스타벅스에 가기 위해 외출하는 것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여기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존슨 CEO는 “(슐츠 전 CEO의 계획이었던) 리저브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린다는 것은 ‘포부(aspiration)’였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저브 매장 6~10곳 정도를 골라 수익성을 검증해보겠다”면서 “검증 과정을 마치기 전까지는 리저브 매장을 새로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저브 매장이 지금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다면 슐츠 전 CEO가 세웠던 경영 전략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자산관리 회사 마케토크라시의 켄 캄 CEO는 이 같은 존슨 CEO의 행보가 주가 상승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을 담아 ‘스타벅스: 내가 이 종목을 팔라고 권하는 이유’라는 글을 경제 주간지 ‘포브스’에 기고했다.

캄 CEO는 “슐츠 전 CEO가 리저브 매장 확대 전략을 제시했던 것은 경쟁자는 늘어나는데 새 매장을 낼 만한 곳은 남지 않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슐츠 전 CEO의 계획을 축소하는 건 스타벅스가 예전처럼 성장하도록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력적인 주식이 되려면 가격이 현재 수준보다 훨씬 낮거나, CEO가 믿을 만한 성장 회복 전략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 2│중국 경기 하강으로 부진 우려

중국의 경기 하강도 전문가들이 스타벅스의 부진을 내다보는 주요 원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스타벅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는 기존 75달러에서 63달러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경기 부진 때문에 애플 다음으로 타격받을 기업은 스타벅스”라고 했다. 애플이 최근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는데, 스타벅스의 앞날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3분기 스타벅스의 중국 매출은 9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들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스타벅스는 1999년 중국에 처음 진출해 현재 150개 도시에서 약 36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1만4000여 개) 다음으로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나라가 중국이다. 스타벅스는 오는 2022년까지 중국 내 매장 수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된 탓에 이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 목표치를 6.5%에서 0.5%포인트 낮춘 6%로 조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 3│포화 상태에 경쟁사 약진까지

스타벅스는 미국에서 시장 포화 상태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스타벅스 매장이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나라 순위에서 미국은 2위(매장 1개당 4만1000명)를 차지했다(1위는 캐나다). 도심에서 손쉽게 스타벅스 매장을 발견할 수 있는 한국(1개당 5만 명·4위)보다도 많다.

파노스 모르도우코우타스 롱아일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스타벅스의 매장 분포를 두고 “같은 스타벅스끼리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상황”이라고 ‘포브스’를 통해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이런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는 미국 내에서 매출이 부진한 매장을 150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매년 미국에서 평균 50개의 매장이 문을 닫은 것보다 세 배 많은 것이다.

다른 커피 브랜드들의 약진도 스타벅스의 아성을 위협한다. 고급 커피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도심 지역에 새로 매장을 내고 있고, 던킨과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품질 좋은 커피’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위치가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는 ‘루이싱(瑞幸·Luckin)커피’라는 토종 브랜드가 20% 저렴한 가격과 배달 서비스로 스타벅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루이싱커피는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에 처음 문을 열었다. 설립 1년 만에 점포를 1500개로 늘렸다.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가 12년 걸렸던 것을 1년 만에 달성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열광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7월 루이싱커피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하고 대응책으로 부랴부랴 알리바바와 제휴했다. 스타벅스는 알리바바의 자회사 어러머(饿了么)의 배달 유통망을 이용해 커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미국 브랜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면서 매출 회복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스타벅스의 중국 내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시작된 시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