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헌서울벤처대학원 양조학 석사 / 김대헌 스퀴즈브루어리 대표가 대표 맥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김대헌
서울벤처대학원 양조학 석사 / 김대헌 스퀴즈브루어리 대표가 대표 맥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스퀴즈브루어리 수제 맥주는 공통적으로 첫맛은 쌉싸름하지만, 끝 맛은 쓰지 않습니다. 술술 잘 넘어가는 술을 만드는 게 저희 양조 철학입니다. 쌉싸름한 맛을 내기 위해 홉을 충분히 많이 넣고도 끝 맛이 쓰지 않은 것은 저희만의 온도 조절 노하우 덕분입니다.”(김대헌 스퀴즈브루어리 대표)

강원도 춘천의 수제 맥주 펍(pub·대중술집)이자 양조장인 스퀴즈브루어리(SQUEEZE BREWERY)의 시그니처(대표 상품) 맥주인 ‘소양강에일’이 올해 대한민국주류대상(조선비즈 주최)에서 수제 맥주 부문 최고상인 ‘Best of 2020’상을 받았다. 스퀴즈브루어리는 2017년 7월에 설립됐다.

양조장 숙성 탱크에서 갓 뽑아낸 ‘소양강에일’ 한 모금을 마셨다. 자몽, 복숭아, 열대과일 맛이 났다. 첫맛은 쌉싸름하지만 뒷맛(맥주를 목 안으로 넘기고 난 뒤에 남는 여운)은 전혀 쓰지 않았다. 일반 라거 맥주보다 홉(맥주 원료로 쌉싸름한 쓴맛을 낸다)을 많이 쓰는 수제 맥주는 쌉싸름한 향과 맛을 강조하다 보니 뒷맛이 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소양강에일은 그렇지 않았다. 혹시 홉을 적게 넣었기 때문일까? 스퀴즈브루어리 김대헌 대표는 “홉을 충분히 많이 넣고도 맥아즙을 만드는 브루하우스(brewhouse·맥아즙 제조기) 온도 조절을 통해 맥주 뒷맛이 쓰지 않도록 공정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뒷맛이 쓰지 않은 것은 이곳의 흑맥주인 ‘밤이면 밤마다’도 마찬가지였다. 흑맥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몰트)를 태울 정도로 세게 볶아(로스터링) 쓴맛과 함께 맥주의 깊은 향이 특징인 맥주. 그런데 스퀴즈브루어리의 밤이면 밤마다는 흑맥주이면서도 첫맛은 쓴맛이 느껴졌지만, 뒷맛은 살짝 달짝지근하기까지 했다. 김 대표는 “단맛이 나는 알밤 액상(천연향)을 조금 넣어 끝 맛이 살짝 단맛이 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술은 술술 잘 넘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스퀴즈브루어리의 양조 철학이다”라고 말했다. 


스퀴즈브루어리 맥주 숙성 탱크에서 소양강에일 맥주를 잔에 담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스퀴즈브루어리 맥주 숙성 탱크에서 소양강에일 맥주를 잔에 담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맥주의 첫맛은 쌉싸름하지만, 뒷맛(잔향)은 쓰지 않게 하는 비결은.
“브루하우스에서 맥아즙을 만드는 도중에 홉을 넣는다. 쌉쌀한 맛을 내려면 홉을 많이 넣어야 하는데, 브루하우스가 뜨거운 상태일 때 많이 넣으면 홉 향이 강하게 나서 쓴맛이 도드라진다. 이때 공정(온도 조절)을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많은 홉을 넣으면서도 뒷맛이 쓰지 않게 하는 데는 온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맥아즙이 완성된 직후 브루하우스의 온도를 급격히 낮추면 쓴맛이 날아간다. 이렇게 되면 맥주의 첫맛은 쌉싸래하지만, 뒷맛은 거의 쓰지 않게 된다.”

맥아즙을 만든 후 발효·숙성 시간은.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는 발효와 숙성 시간에 차이가 있다. 에일 맥주와 비교해 라거 맥주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상면발효(효모를 상온에서 단기간에 발효시켜 복잡한 향과 깊은 맛, 과일 맛이 난다)를 하는 에일 계통 맥주는 발효에 2~3주, 숙성은 일주일 정도 걸린다. 반면 하면발효(저온 발효로, 청량감과 맑은 빛깔이 특징)를 하는 라거는 발효조에서 4~5주 정도 머문다. 발효 자체는 3주면 되는데, 잡미를 없애기 위해 1~2주 정도 더 발효조에 둔다. 라거는 저온 발효를 하므로 발효 과정에서 부산물이 생기는데, 이 부산물이 사라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라거는 투명한 맑은 색깔이 생명이기 때문에 숙성도 2주 정도 한다.”

춘천의 물을 선택한 이유는.
“춘천의 물은 미네랄이 적은 순수한 형태의 물에 가깝다. 서울 지역 물보다 다양한 맥주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이는 양조 용수의 조성을 바꿔가면서 여러 스타일의 맥주를 생산해야 하는 크래프트 양조장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소양강에서 정수한 물에 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미네랄을 투입해 맥주를 만든다. 수제 맥주는 여러 스타일로 맥주를 생산(다품종 소량 생산)하는데, 그때마다 맥주의 특성에 맞게끔 미네랄을 넣는다든지 해서 물의 조성을 바꿔줘야 한다. 그런데 맥주에 맞지 않는 무기질 같은 것이 물속에 많으면 1차적으로 이런 것들을 다 걸러내야 한다. 그런데 춘천의 물은 이런 사전작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하얀 도화지’ 같은 깨끗한 물이다. 물 자체의 개성이 없는 것이,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스퀴즈브루어리는 언제 출범했나.
“2016년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 설비를 들여놓고 회사를 설립한 것은 2017년 7월이다. 춘천의 스퀴즈브루어리에 총 53억원을 투자했다. 양조 설비는 최고급 제품인 독일산 카스파리(CASPARY)를 들여왔다. 카스파리는 중국 설비보다 3배가량 비싸다. 수제 맥주 업계에서는 ‘꿈의 양조 설비’로 불린다. 230년 전통의 카스파리 설비를 사용하는 국내 브루어리는 전국 통틀어 두세 곳밖에 안 된다.”

현재 몇 군데에 맥주를 공급하나.
“서울 강남의 수제 맥주펍 아일랜드를 비롯해 70여 곳에 공급한다. 제주도에도 간다. 아직 캔이나 병 제품은 없고 업소용 용량, 케그(생맥주 용기)에 담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순창 공장에서 빠르면 4월 중으로 캔 제품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대형마트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해와 올해 예상 매출은.
“2019년 8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캔 제품 판매가 시작되는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원이다.”

스퀴즈브루어리는 최근 새로운 시도에 성공했다.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해 한 달 만에 목표액인 2억원의 105%를 달성했다. 소액 주주를 모으는 펀딩 프로젝트는 스퀴즈브루어리가 영국 수제 맥주 회사 ‘브루독’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작은 양조장에서 출범한 브루독은 펀딩으로 주주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는 주주가 6만7000명 정도에 이른다. 이들 주주가 ‘브루독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한다. 브루독 주식 가치는 2조2000억원에 이른다.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한 가장 큰 이유는 자금 확보가 아니라 ‘팬덤(fandom·팬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145명이 주주로 참가했다. 앞으로 이 주주들이 우리 제품을 홍보하는 자발적 마케팅(홍보대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3억원을 더 펀딩할 계획이다. 1000~1200명의 주주를 모을 작정이다.”

올해 주세법 개정 후 달라진 점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 이후 맥주 세금이 1L당 780원 낮아졌다. 500 캔 기준으로 400원 인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수제 맥주가 주세 개정 전에는 편의점에서 캔당 3300원 정도 했는데, 이제는 2500원까지 낮출 수 있어 ‘네 캔에 만원’이 가능해졌다.”

올해 주요 사업은.
“빠르면 4월 말에 나오는 캔 제품을 유통망에 안착시키는 것이 역점 사업이다. 캔 제품 매출만 올해 10억원 정도로 본다. 소양강에일, 밤이면 밤마다, 스퀴즈화이트, 353 라거 네 가지 제품이 캔으로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