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위해 12월 6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위해 12월 6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3명을 한 번에 교체하는 정기 사장단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김기남)·가전(김현석)·모바일(고동진) 수장을 동시에 전부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전면 세대교체를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2월 7일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인사를 발표했다. 특히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의 퇴진이 주목받았다. 이들은 2018년 3월부터 각각 그룹 주요 사업인 반도체(DS)와 가전(CE), 모바일(IM) 부문을 총괄해왔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CE와 IM 부문을 세트 부문으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도 동시에 진행했다.

김기남 부회장의 후임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부사장 출신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사장)가 맡는다. 세트 사업 부문은 부회장으로 승진한 한종희 CE 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총괄한다. 이로써 경 사장은 한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2인 대표 체제를 이끌게 됐다. 삼성전자는 “회사 발전과 주요 사업의 성장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경영진을 승진시켜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 따르면, 애초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대표이사 3인을 유임하는 안이 유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이 부회장의 부재 등 대내외적 악재에도 회사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등 성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202조600억원으로, 연간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8년의 243조7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종희 신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세트 사업 부문장(왼쪽) 1962년생, 인하대 전자공학 학사, 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장 부사장, 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경계현 신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반도체 사업 부문장(오른쪽) 1963년생,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학·석·박사, 전 삼성전기 대표이사,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한종희 신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세트 사업 부문장(왼쪽)
1962년생, 인하대 전자공학 학사, 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장 부사장, 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
경계현 신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반도체 사업 부문장(오른쪽)
1963년생,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학·석·박사, 전 삼성전기 대표이사,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이번 인사로 이 회장의 ‘뉴 삼성’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 부회장이 꺼내든 ‘위기론’이 가전과 모바일의 경계를 허무는 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중동 등 잇달아 해외 현장을 찾으며 그룹의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1월 미국 출장 전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또 미국 출장 이후 귀국길에서는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봤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파격 인사는 앞으로 예정된 임원 인사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기존 부사장과 전무의 임원 직급을 모두 ‘부사장’으로 통일하고, 임직원 승진 시 직급별 체류 기간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30대 임원과 40대 최고경영자(CEO) 발탁이 가능해졌다.


BBC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BBC코리아 유튜브
BBC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BBC코리아 유튜브

SK 최태원 “美 반도체 공장 설립 전제 조건 검토”
“아들 아직 어려, 승계 강요 안 해”

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2월 5일(현지시각) 보도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미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세우는 계획은 없지만 전제 조건(precondition)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한 질문에 “반도체 제조 시설(fab·팹)을 짓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이 반도체 공장 건립이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고 말한 것은 인력과 비용 조달 등 문제 때문이다. 그는 “반도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거대한 시장이지만 노동력과 비용이 문제”라며 “(미국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많지만 생산에 필요한 기술 엔지니어는 그리 많지 않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고심도 드러냈다. 최 회장은 “20년 동안 배터리 사업을 해오면서 많은 비용과 연구개발 노력을 쏟았다”며 “아직도 적자를 보고 있고 설비 투자 규모가 막대해 때로는 그 수치가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앞서 SK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에 150억달러(약 17조7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포드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합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가 많은 세월 함께 사업을 해왔기에 서로 신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은 지난 9월 포드와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통해 미국에 총 세 개의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12월 6일 보도된 BBC코리아와 인터뷰에서는 후계자 문제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자녀 승계와 관련한 질문에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아들은 아직 어리고 본인만의 삶이 있다. 내가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장직은) 단순 직책이 아니라 큰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좋은 점도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나쁜 점도 있다”며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씨와 사이에 장녀 윤정(32)씨, 차녀 민정(30)씨와 장남 인근(25)씨를 두고 있다.


이태성(왼쪽) 세아홀딩스 신임 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신임 사장. 사진 세아그룹
이태성(왼쪽) 세아홀딩스 신임 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신임 사장. 사진 세아그룹

세아그룹 3세 이태성·이주성, 나란히 사장 승진
1978년생 동갑내기 사촌지간

세아그룹 오너 3세 이태성(43)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이주성(43)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이 12월 6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태성 사장은 특수강 사업 부문의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를, 이주성 사장은 강관 사업 부문 세아제강지주(세아제강)를 맡아왔다.

이번 승진으로 세아그룹의 형제 경영이 1978년생 동갑내기 사촌 경영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이태성 신임 사장은 고(故) 이종덕 세아그룹 창업자의 장남인 고 이운형 세아그룹 선대 회장의 첫째다. 이주성 신임 사장은 고 이종덕 창업자 차남으로 현재 세아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이번 인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성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세아홀딩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4조3351억원, 영업이익 264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아제강지주는 누적 매출 2조216억원, 영업이익 2310억원을 올려 각각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변화하는 사회와 고객 눈높이에 맞춰 책임 경영을 더욱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