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대표 - “천연 염색 옷 입고 자연으로…”



 황토 등 천연 염료를 이용해 색상을 내는 이른바 천연 염색이 상용화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천연 염료를 이용해 색상 원료를 만드는 업체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자연주의’와 통하는 웰빙 스타일은 패션 소재에도 색다른 시도를 일으켰다. 질기지만 왠지 살에 닿으면 껄끄러운 합성섬유 대신 자연 그대로의 천연 소재, 나아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몸에 좋다는 식물이나 광물에서 추출해낸 새로운 천연섬유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패션업계의 새로운 소재 도입에 발빠르게 나선 중소기업 자연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선우권(48) 사장은 웰빙 붐 이후 몸에 좋은 화산재를 이용해 염색하는 방법을 고안, 색다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선우사장은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합성섬유가 아닌 옛날의 우리 선조의 방식으로 돌아가야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화산재를 이용한 천연 염색 방법은 원적외선 방사, 항균 방취, 탈취 등 민감한 피부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성인병 예방 효과까지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기능성 소재들이 일반 제품보다 2배 정도 비싼 가격이 매겨졌지만, 매출 면에서는 안정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쌍방울에서 독립

 선우사장은 쌍방울에서 염료기술자로 25년을 보낸 전문가다. 연구개발 부문에서만 18년 이상을 보냈다. 그가 천연 염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섬유업의 경쟁력이 중국이나 베트남에 밀리기 시작한 90년대말부터다. 100억달러 수출을 가장 먼저 달성하면서 우리 경제 발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섬유업이 신흥 국가에 밀리면서 하향 곡선을 걷던 시기다. 그는 “섬유업의 침체는 불을 보듯 뻔했다. 우리가 중국이나 베트남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황토를 이용해 염색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가 살던 고향인 전북 익산은 질 좋은 황토가 많은 지역이었다. 주변에는 황토를 이용해 옹기를 생산하는 공장도 즐비했다. 그는 일과 후나 휴일을 이용해 천연 염료 개발에 나섰다. 황토를 이용해 염색하는 방법은 쉽지 않았다. 적당히 황토를 섞는 방법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수작업이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렸다.

 여기에다 ‘웰빙’이 부각되던 때여서 경쟁자들도 많이 생겨났다. 황토를 이용한 염색 방법을 개발했지만 경쟁자들보다 앞설 수 있는 뭔가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내다봤다. 2000년에는 독립해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이어서 머드, 숯, 화산재를 이용한 염료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현재 주품목이 된 화산재를 이용한 천연 염료 개발까지 7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관련 특허도 등록했다. 선우사장은 요즘은 쪽, 치자, 겨자 등 식물을 이용한 천연 염료를 개발중이다.

 그는 섬유업계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천연 염료와 기능성 제품 개발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비록 지금은 전체 의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틈새 시장이지만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화산재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에선 우주복에 화산재를 첨가하고 있으며, 화산 활동이 많은 일본에서도 화산재에 대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화산재를 염료로 개발한 곳은 거의 없다. 색을 낼 수 있는 화산재가 드물기 때문이다.

 선우사장도 화산재를 염료로 개발한 것은 ‘집념’이었다고 설명할 정도다. 그는 “밤에 혼자 남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개발했다. 실패를 거듭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산재를 이용해서 염료를 개발한 것은 무엇보다 그의 끈질긴 집념이었다. 그는 뭔가를 한 번 붙잡으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 연구개발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주저없이 얘기한다.

 천연 염료를 이용한 염색이 기능성 등에서 탁월한 반면 단조로운 색감은 단점이다. 그래서 선우사장은 황토나 화산재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한 후 다양한 컬러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다른 회사의 황토 관련 제품이 붉은색 계통 일색인 점에 착안해 그는 두 가지 정도의 컬러를 추가하는 한편, 화산재를 이용한 천연 염료도 7가지 정도의 색상을 구비해 선택 폭을 넓혔다.

 해외 진출 등 사업화 박차

 그는 천연 염료를 이용한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염료만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개발 도중 자금이 궁하면 천연 염료를 이용한 제품을 생산해 비용을 대기도 했지만 판매치 못한 경우도 많았다. 그를 포함해 4명뿐이던 직원도 16명으로 늘렸다. 그것도 작년말 관련 업체를 인수, 13명 정도를 충원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선우사장은 생산은 분업화와 계열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생각이다. 그는 염료 연구와 염색을 담당하고, 그밖의 원사와 봉제 등은 다른 업체에 맡길 계획이다. 혼자서 이것저것 다하다가는 비용만 늘고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생산기지를 중국 등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에 빼앗겨 분업화와 전문화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천연 염색을 전문화해 기능성을 갖춰야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다. 매출도 2002년 1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2억원을 올린 정도다. 하지만 미래 목표는 원대하게 잡았다. 전문화된 천연 염색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내의 중심으로 천연 염료를 이용한 제품이 생산되지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천연 염료를 이용한 의류를 입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러한 날을 앞당기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올해 추진하는 또 하나의 야심찬 계획은 해외 진출이다. 작년에 2번 해외전시회에 참여한 적이 있으며, 조만간 러시아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패션뿐 아니라 침장류와 의료 분야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화산재를 이용한 천염 염료가 항균성, 원적외선 등 기능성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위협적인 중국 등 신흥 시장에 대한 경계도 늦춰선 안된다. 선우사장은 합성섬유 시장을 중국 등에 빼앗긴 만큼 천연 염료시장은 반드시 지킨다는 각오다. 그는 몇 차례 중국을 둘러보고 나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한다. 식물을 이용한 중국의 천연 염료 기술은 우리 못지않았지만 대부분 식물 중심이었고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단순 생산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천연 염료를 이용한 일부 과정을 자동화했다.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등과 경쟁하려면 기계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 이러한 생산 방식에도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다. 그는 “위협적인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선 고가의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