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북부 상권 중 가격 전쟁이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단연 일산지역이다. 신도시 초입인 백석과 마두역 사이의 이마트를 필두로 정발산역엔 까르푸, 주엽역엔 롯데마트, 대화역엔 월마트가 입성해 있다. 삼성테스코(홈플러스)를 빼면 할인점 빅5 중 4개 업체가 맞붙은 격전장 1번지로 통한다. 고양시 80만 인구에 서울 서북부와 파주 등 인구 100만명 이상의 초대형 상권을 놓고 가격 경쟁을 벌이는 일산 현장을 찾아 봤다.

 어떻게 조사했나



 
일산 내 대형 할인점 빅4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품목은 1차 조사(6월호) 때의 8개 품목(커피류, 주류, 우유, 라면류)에 4개 품목(부탄가스 썬연료, 게토레이 1.5리터, 동원녹차 1.5리터, 태평양 찬물에설록차)을 추가, 총 12개 제품을 조사했다.

 조사 시점은 6월10일 저녁 8~10시로 통일했다. 방법은 본지 기자 4명이 4개 할인점(이마트, 롯데마트, 까르푸, 월마트)을 같은 시간대에 방문, 현장 조사를 했다. 할인점 빅5 중 홈플러스는 일산 내에 점포가 없어 제외했다.  당초 코펠, 텐트, 선풍기, 돗자리 등 여름 캠핑용 상품 10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브랜드와 모델명이 할인점마다 각기 달라 객관성 유지를 위해 똑같은 브랜드에 똑같은 모델명이 적용된 공산품 12개 품목을 조사 대상으로 최종 선정했다.



 난 6월10일 저녁 8시 이마트 일산점 지하 1층내 최저가격신고보상센터. 이마트와 반경 5km 이내 대형 할인점에서 이마트보다 싼 값을 신고하면 5000원짜리 상품권을 내 주는 곳이다. 카운터 직원 강정화씨는 “월 초엔 하루 평균 100여 건 이상 신고가 접수된다”며 “접수 직후 곧 가격 조정이 이뤄져 이마트 상품이 경쟁점포에 비해 가장 저렴하다”고 말한다.

 정말 이마트가 동일 상권 내 최저가일까.

 할인점 천국 일산 대화동에 사는 주부 정희자씨(43·가명). 그녀는 “농산물이나 식품을 살 땐 하나로클럽, 공산품을 살 땐 월마트를 이용한다”고 말한다. 할인점을 골라 다니는 첫째 이유는 가격때문이다. 1회 쇼핑 때 5만~6만원씩 소비하는 정씨의 판단은 정확한 걸까.

 해답을 얻고자 <이코노미플러스>가 일산 내 4대 할인점을 찾아 음료와 커피, 주류, 녹차, 부탄가스, 라면 등 6개 품목군 12개 공산품 가격을 직접 비교해 봤다. 그 결과 12개 품목 총액 면에서는 까르푸가 최저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단품 기준으로 최저가 품목이 가장 많은 곳은 월마트로 나타났다. 업계 4,5위인 까르푸, 월마트가 상위 업체인 이마트, 롯데마트를 따돌리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셈이다.

 이는 5월 1차 조사(동일상권이 아닌 무작위로 뽑은 5대 할인점 점포) 때와 같은 결론으로 ‘업계 1,2위 점포=최저가 점포’라는 공식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롯데마트 최저가 가장 적어

 한 소비자가 동일한 12개 품목을 모두 구입했을 때 까르푸는 4만557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다음은 이마트로 4만5870원으로 조사됐다. 월마트는 4만6040원, 롯데마트는 4만6660원으로 가장 비쌌다. 말하자면 까르푸 고객이 롯데마트 고객에 비해 2.4%(1090원) 가량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나마 롯데마트는 총 4개 제품 구입 시 보너스 상품을 증정하는 등 사은품 행사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최저가 품목을 상품 수로 비교하면 월마트가 12개 품목 중 6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까르푸가 5개, 이마트가 4개, 롯데마트가 2개였다. 12개 조사품목보다 최저가 점포가 많은 이유는 공동 최저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만큼 경쟁 점포 눈치보기가 치열하다는 반증이다. 전체 12개 가격 비교 품목 중 부탄가스 썬연료(4입)만 2650원으로 4개 할인점 가격이 모두 같았고 11개 품목(92%)에서는 가격 차별화가 이뤄졌다.

 구체적인 품목별 가격비교로 들어가 보자.

 일단 여름에 많이 찾는 음료 제품군을 보면 특히 가격 격차가 극심했다. 동원녹차 1.5리터는 까르푸에서 사면 1500원이지만 롯데마트와 월마트에서 사면 1850원을 내야 했다. 동일 제품에 18.9%(350원)나 가격 격차가 난 것이다. 매일ESL우유(1000㎖)는 월마트가 1400원으로 가장 쌌다. 까르푸와 롯데마트의 1650원에 비하면 15%(250원) 이상 싼 셈이다. 게토레이 1.5리터는 롯데마트와 월마트가 1060원으로, 이마트 1230원에 비해 13.8% 싼 가격 경쟁력을 보여줬다. 품목별로 최저가 점포와 최고가 점포가 뒤바뀌고 있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 가격이 비슷한 품목은 커피류로 조사됐다. 커피류 3개 품목중 맥심오리지날믹스(100입)는 최저가인 월마트(9250원)만 다를 뿐 3개 점포가 모두 9350원으로 같았다. 차이도 100원(1.1%)으로 미미했다. 맥심모카믹스(100입)와 초이스골든모카믹스(100입) 가격 격차도 5.9%와 8.4%로 4개 점포가 엇비슷한 가격대를 보였다.

 소주(참이슬 360㎖)는 이마트와 까르푸가, 맥주(하이트병 500㎖)는 월마트가 가장 쌌다. 이 밖에 라면류에서는 이마트와 까르푸(삼양라면)가, 짜파게티는 월마트가 가장 쌌다. 업계 1위 이마트는 총 4개 품목에서 최저가(공동 포함)를 보인 가운데 녹차(태평양 찬물에설록차)에서만 4500원으로 유일하게 단독 최저가를 보였다.

 동일한 제품이 점포별로 가격 격차가 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유통업체의 바잉파워(구매력), 제조업체의 시장 지배력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마트 이응규 커피 바이어는 “유통업체 덩치가 클수록 주문량이 많아 가격을 싸게 매입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제조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팽팽한 쪽일수록 각종 할인 행사 등 프로모션이 많아 가격차가 많이 나는 편”이라고 분석한다.

 쉽게 말해 커피(동서와 네슬레)나 우유(남양/매일/서울 등)처럼 제조업체간 점유율이 팽팽한 분야는 각종 행사가 많은 반면 소주(진로)나 맥주(하이트), 라면(농심)처럼 시장 지배력이 큰 업종은 유통업체에서도 가격이 엇비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마트 일산점에서 만난 직장인 이정민씨(35·가명)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이마트를 주로 이용한다”며 “1위 점포가 가격 경쟁력도 가장 높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소비자들이 가격만 보고 쇼핑 장소를 택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접근성(교통)을 첫 번째로 꼽았고 이어 품질과 가격, 서비스, 인지도 등을 골고루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가격 정보를 정확히 안다면 가격이 싼 곳으로 옮길 개연성도 충분하다. 월마트 단골인 정희자씨는 “산지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는 농산물이 아니라면 조금 멀더라도 가격이 싼 곳으로 옮겨 다니며 쇼핑할 것”이라고 밝혔다.



 Plus tip 이마트 은평점/일산점 가격 비교



 할인점 같아도 제품 60% 가격·모델명 달라

 같은 할인점인 데도 가격이 다를까. 정답은 ‘예스(Yes)’다. 점포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동일 상권 내 유통업체간 경쟁 탓이다.

 실제 이마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격은 은평점 따로, 일산점 따로다. 이마트 내 여름상품 1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가격이 같은 제품은 4개에 불과했다. 반면 3개 제품은 동일 모델에 가격 격차가 발생했고 3개 모델은 아예 판매대에 진열조차 되지 않았다. 가격 격차가 발생한 제품은 게토레이 1.5리터가 은평점에선 1480원으로 일산점 1230원에 비해 250원이나 비쌌다. 태평양 찬물에설록차 역시 4700원으로 일산점에 비해 200원 비쌌다. 반면 동원녹차 1.5리터는 은평점이 1520원으로 일산점 1530원보다 10원 쌌다. 말하자면 일산 이마트 고객이 서울 은평 이마트 고객에 비해 5.7% 싸게 구입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