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인 C씨는 요즈음 마음이 불편하다. 사람관리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어렵다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임원 승진 전까지만 해도 자기 부서에서 무난하다는 평을 받으며 관리자로 성장한 그였다. 그런데 새로 맡게 된 마케팅 본부장 역할은 아무래도 힘에 부치는 직무였다. 마케팅 조직 특성상 아이디어 회의가 많았는데 회의가 끝나고 나면 늘 뒷얘기가 많이 들려왔다. 

 ‘누구누구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거나 ‘이미 3년 전에 검토돼 추진되다 누구를 잘못 건드려 중단된 아이디어’ 라는 것 등이 그것이다. 매사 다양한 조직내 역학이 날카롭게 작용하는 느낌이었고 그 밑에 깔려 있는 전제를 읽지 못할 경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곳에서 이런저런 견제가 들어왔다. 마치 살얼음판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파워의식의 성숙도 4단계

 C씨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사람들의 파워 의식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아 성숙도’에 따라 파워 의식의 성숙도가 다르다. 첫 번째는 가장 낮은 단계로 ‘종속적 파워’단계다. 다른 사람의 파워에 기대어 자신이 강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우리 엄마가 네 엄마보다 예뻐’라고 말하는 경우를 연상하면 된다.

 두 번째 단계는 ‘독립적 파워’로 이 단계에서는 자기 자신이 파워의 원천임을 인식해 이러한 인식을 자기 자신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단계다. ‘그 누구도 필요 없어, 나는 나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피력하는 단계다.

 세 번째 단계는 ‘개인화된 파워’ 단계인데 영향력을 타인에게 행사하지만 주된 목적은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자기 자신이 파워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

 마지막 단계인 네 번째 단계는 ‘사회화된 파워’다. 영향력을 행사하되 그 목적이 자기 자신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각 개인들은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서 진정한 사회화를 겪게 되는데 그들이 개인사적으로 겪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직장내 자아 성숙도 진화를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 단계의 종속적 파워로부터 두 번째 독립적 파워, 세 번째 개인화된 파워, 네 번째 사회화된 파워 단계로 옮겨간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네 번째 단계로의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개인적 충성을 강요하는 상사들은 대체로 직원들을 양육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직원들을 첫 번째 단계에 머물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더들은 보통 다른 직원들을 자기 자신을 높이는 데 이용하려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줄서기가 횡행하고 부정적인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일이나 성과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사가 부하의 공을 가로채는 상사인데, 이런 상사는 종속적 파워와 개인화된 파워를 행사하는 경우다. 

 앞서 말했던 마케팅 본부의 경우에도 사회화된 파워가 부족한 조직풍토에서 생기는 문제다. 사회화된 파워를 형성시키려면 조직내 평가와 보상을 조직성과에 근거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마케팅 본부장이 본부 내에 횡행하는 공 가로채기, 과잉정치적 상황을 타개하려면 조직내 승진, 보수 등 평가보상이 무엇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고쳐나가는 데 착수해야 한다. 만약 조치가 늦어지면 조직 내에는 미성숙한 파워가 횡행하여 조직내 사람들의 열정을 식히고 그러다 마침내 조직내 잠재력은 깊은 잠에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