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전개된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의 핵심은 ‘강남 집값 잡기’였다.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정부의 8월말 부동산 정책 또한 ‘세금 정책의 강화’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 확대책으로 기대되는 것 가운데 정책의 주도자인 정부와 민간의 예상이 합쳐지는 곳이 강북 뉴타운이다. 8월 초, 한남 뉴타운을 찾았다.

 남 뉴타운은 2003년 2차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된 용산구 이태원, 보광동, 한남동 일대를 말한다. 아직 개발 기본계획도 확정되지 않는 등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한남동과 인접하여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지역이다.

 일단 한강변을 끼고 있어 한강 조망권이라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로 꼽힌다. 여기에 고속철 역사의 등장으로 용산역 일대가 크게 달라진 데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으로 개발 호재가 많은 점도 장점이다. 연초에 비해 6월 가격이 평당 200만~300만원 가량 올라 기존 뉴타운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남대교 북단에 위치한 중개업소 한남뉴타운의 배효숙(40) 대표는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상태다. (물건을) 내놓는 사람도 없고,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했다. 지난 6월, 뉴타운 개발예정지 중에서 가장 큰 가격 상승을 기록한 이유로 배 대표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입지’를 꼽았다.



 가격 너무 올라

 매입·매도자 거의 없어

 2차 뉴타운 지역 중 하나로 선정된 한남 뉴타운 지구는 아직 재개발의 첫 번째 순서인 개발 기본계획조차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를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강북 뉴타운 중 입지 측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산과 한강, 강북 도심과 강남 접근성이 서울 전역 뉴타운 지역 중 가장 좋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적으로 용산 부도심의 급격한 개발, 미군기지 이전과 공원화 추진 등의 호재가 겹쳤다.

 중개업소에서 30m 가량 떨어진 건물 2층에 ‘한남 뉴타운 추진위원회’ 현판이 붙어 있는 사무실이 보였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추진위 관계자 2명이 취재진을 맞았다. 조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모씨(55)는 자신을 “한남동에서만 30년 넘게 살아온 토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뉴타운 지정을 전후해 이미 90% 이상 손바뀜이 일어났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리만 건너면 바로 강남이라 특히 강남 지역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산 걸로 안다”고 했다. 또 손바뀜이 일어나지 않은 10%의 건물주, 토지주는 “당장 급할 것이 없는, 여유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와는 별개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 개발에 대해 추진위원장 김씨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미 가격이 충분히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무슨 돈이 있어 그 많은 땅과 집을 사들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3차 뉴타운 지역까지 선정되고 나면 강남을 제외한 서울시 대부분이 뉴타운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강남구에서도 방배2, 3동이 ‘강남 역차별’을 이유로 뉴타운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지정이 된다면 서울시 전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되게 된다. 자칫하면 서울시와 정부가 개발주체를 놓고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뉴타운 묶는 광역 개발 계획

 “돈 없어 못할 것”

 “서울시는 현재 3개 시범 사업과 12개 2차 사업, 5개 균형발전촉진지구 등 20개의 뉴타운 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이중 시범 뉴타운인 길음, 왕십리 등 일부는 분양이나 수용이 이뤄지고 있고 2차 뉴타운도 대부분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있어요. 정부와 여당은 이런 뉴타운을 밑그림으로 기존 시가지를 신도시처럼 개발(미니신도시)하겠다는 것인데, 뉴타운 2~3곳을 하나로 묶겠다는 겁니다.”(함영진 팀장)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광역 개발이 뉴타운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함 팀장도 동의한다. “가장 큰 문제인 토지수용 시 토지주와의 협상, 보상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과 시세를 감안한 감정가격으로 보상을 받을 경우 손해가 불가피한 주택,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남동 지역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다세대, 다가구 주택 지역으로 꼽히는 보광동으로 이동했다. 먼저 한남 뉴타운 일대를 조망하기 위해 근처 청화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이 일대 고급 아파트의 상징처럼 꼽히던 이태원 캐피탈 호텔 옆에 위치한 청화아파트는 울창한 녹지 속에 파묻혀 있었다. 관리인의 허가를 얻어 옥상으로 올라가자 한남 뉴타운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함 팀장은 “한남 뉴타운은 입지 여건상 호재가 많은 지역이긴 하지만 남산이라는 생태 환경과 접하고 있어 고도 제한, 낮은 용적률 적용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거래되는 금액을 보면 10평 이하의 매물에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있어요. 그런데 현재 적용되는 용적률이나 층고 제한을 기준으로 투자가치를 살펴보면 쉽게 계산이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용적률, 층고 제한에 묶여 있어 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기본 개발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현재로선 투자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요.”

 보광동에 위치한 현대부동산서비스 김현태(45) 대표도  “8월초 현재 매물을 찾는 사람은 물론 거래도 한 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정부의 공영 개발, 미니신도시 수준의 강북 개발도 악재로 꼽힌다”고 주장했다.



 전망 좋은 뉴타운,

 개발 진척 상황 꼼꼼히 살펴야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전통적으로 6, 7, 8월은 비수기라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의 발걸음이 뜸할 때입니다. 여기에 8월말 정부의 종합부동산 대책이 나온다고 하니까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죠.”

 김 대표는 “그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10평 미만의 대지지분을 가진 다세대나 연립 매물들의 거래가 활발했다”고 전했다. ‘이미 대부분 매물의 손바뀜이 일어났다’는 추진위원장의 주장과 일치했다.

 “2003년 12월30일, 정부가 분할 지분(속칭 ‘지분 쪼개기’)에 대해서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조례를 발표한 이후 일절 거래가 없었어요. 이후 10평 미만의 매물이 거래량의 80~90%를 차지했고, 거래도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올 2월 이후 대지 30~40평의 지분을 가진 큰 물건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발생했어요. 3~4월에는 40~50평대를 집중적으로 찾더군요.”

 김 대표는 “그 즈음 강남 지역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남 뉴타운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신고 의무 평형은 54.4평형으로, 이 기준은 피하면서 큰 매물들이 지난 봄 집중 거래된 것이다. 김 대표는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한 일부 수요자들이 사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강북 뉴타운 재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관심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함 팀장은 “재개발 투자는 베테랑 투자자들에게도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투자방법과 시기에 따라 수익성 차가 크고, 사업진척 상황에 따라 미래 가치가 좌우되는 투자처이므로 재개발 사업지 중 돈 될 만한 곳을 골라내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투자 전 세심하게 입지 여건을 따져봐야 합니다. 재개발은 투자 수익과 리스크가 정비례하기 때문에 고수익이 예상된다고 하면 정반대로 안정성은 떨어지죠. 제일 위험한 게 소문만 좇아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한 예로 재개발 지역 대부분이 고지대(산동네)가 많은데, 입지여건상 편의시설이 불편할 가능성이 높아요. 높은 수익만 예상했다가는 상투 잡은 주식처럼 어쩌지 못하기 십상입니다.”

 함 팀장은 또 “입지와 함께 사업 추진속도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개발 지분은 초기 부담금이 많아 투자비용과 기간을 감안해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개발이 진행되기까지는 기본계획수립→구역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이주 및 착공의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 중 구역지정부터 사업시행인가 전 단계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다. 함 팀장은 “특히 구역지정은 4~5차례 지정신청 끝에 관문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구역지정 이후 급격한 시세상승이 따른다”며 같은 뉴타운이라고 해도 사업진척 상황에 따라 투자 타이밍을 결정하라고 권한다.

 “고수익보다 안전 투자를 원하는 수요자라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개발 지역을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지분 값이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있어 투자 메리트는 떨어지지만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함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