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간접투자 상품(이하 해외펀드)이 큰 인기다. 펀드 운용의 안정성과 투명성이 높은데다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률도 가능하다는 것이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 이런 장점으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해외펀드는 무려 8조원 가량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해외 펀드는 국내 펀드보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좋을까? 또 해외펀드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인투자자 A씨는 1억원을 정기예금에 예치해도 월 30만원 남짓 한 이자밖에 받지 못하는 최근의 은행금리에 갑갑해하던 차에 거래 은행으로부터 해외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해외의 유수 펀드들에만 모아서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 운용의 안정성이나 투명성이 높으며 무엇보다도 기대 수익률이 예금보다 훨씬 높다는 설명이었다. 국내 펀드야 과거에 대우사태니 SK글로벌, 카드채 위기 등 무슨 사건만 터지면 말도 많았고, 주가지수가 1000만 넘었다 하면 고꾸라지는 경험상 최근의 높은 주가지수에 부담을 가지고 있던 차에 A씨도 세계화에 동참하기로 했다. 과연 A씨는 자신이 생각하던 성과를 쉽사리 성취할 수 있을까?



 해외펀드 1년새 8조 몰려

 해외투자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많은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 상품의 종류와 수는 더 많고 그 투자대상은 이역만리 흩어져 있는 전세계가 아닌가. 먼저 해외투자 펀드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으며 어떤 상품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현재 해외 투자상품은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의 주식 및 채권에 직접 투자하거나 아니면 해외 펀드에 재간접(펀드오브펀드)으로 투자하는 상품이 있다. 이러한 국내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해외 투자상품은 2005년 상반기 말 8조4300여억원으로 작년 초 2조원 정도에서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반면 해외 운용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해외투자 상품을 직접 수입해 판매 중인 펀드들도 있다. 이들 해외펀드(Offshore Fund)에 가입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급속도로 증가해 작년 초 2조8000억원에서 2005년 상반기 말에는 4조2000억원으로 50% 증가했다.

 운용의 주체 및 근거법이 국내 운용사와 국내법인지, 아니면 해외 운용사와 해외법인지 뿐만 아니라 투자대상별로 살펴보면 더욱 다양해진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해외 중에서도 중국이나 인도, 동유럽에 투자하는 펀드,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 등 투자지역별로도 다양하다.

 지난 7월15일자로 성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해외투자 펀드오브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최고 5.01%에서 최저 0.22%까지 약 5.3%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1년 이상 장기 성과로 살펴보면 이러한 수익률 격차는 더 커져서 최고 35.1%, 최저 0.13%로 벌어진다. 한편 해외 운용사들이 운용하며 국내에 판매한 해외투자 펀드들의 수익률 격차도 1개월 수익률의 최고 수익률과 최저 수익률 간의 격차가 17% 정도, 1년 수익률은 78%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익률 성과의 차이는 펀드의 투자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인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인지, 주식이라고 해도 어느 국가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성과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것인지 해외 채권에 투자할 것인지, 다소 위험성은 높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는 신흥 개발 국가에 투자할 것인지, 수익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을 고려해서 선진국에 투자할지는 결국 투자자의 몫인 셈이다.

 참고로 S&P Fund Service의 지난 3년간 해외펀드 평가자료에 따르면 터키 시장에 투자한 펀드는 272%의 고수익률을 달성한 반면 대만 시장에 투자한 펀드는 겨우 20.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시장에 투자한 해외펀드도  45.6% 수익률에 그쳤다.



 투자계획 전문가 상담이 필수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국내 투자상품 고르기가 어려워 해외 투자상품에 눈을 돌렸더니 훨씬 다양한 종류의 상품과 수많은 펀드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투자 정보는 부족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은 더 많아졌으니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투자 원칙 점검과 정보 수집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이 최상책일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요령만으로는 지속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해외투자 관련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점검해보아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자.

 제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역시 자신의 투자 성향과 투자 자금의 성격, 투자의 목적 등 기본적인 투자 계획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산을 주식과 채권 투자비중으로 나누고 각각의 자산 중에서 일부 비중을 해외투자 상품 비중으로 할당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해외투자 상품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전체 자산에서 높은 투자비중을 할당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분산투자 차원에서 충분히 활용할 가치는 있으나 너무 많은 돈을 한꺼번에 해외 상품에 투자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일단 투자비중을 어느 정도 나누었다면 주식펀드와 채권펀드로 나누어 구체적인 상품 선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 단계 더 들어가서도 중요한 것은 역시 배분의 문제이다. 최근 유행하는 펀드들은 중국, 인도, 러시아와 같은 신흥 성장시장에 투자가 집중되어 있다. 이들 펀드들은 지역 특성상 기대수익률이 높을 수는 있으나 그만큼 수익률의 변동성도 높은 편이어서 위험요소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특정 국가에 집중하기보다는 유럽 지역, 미주 지역, 신흥시장 지역 등 경제구조가 상이한 지역으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일 것이다.

 채권펀드의 경우 우리나라 채권펀드와 유사하게 생각했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의 채권펀드들은 대부분 국공채와 우량채권 중에서도 단기 채권에 투자하여 수익률의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해외 채권펀드들은 투자 채권의 잔존만기가 길어 금리 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움직인다.

 또한 국채라 할지라도 신흥시장의 국채는 국가 신용 리스크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펀드와 달리 해외펀드에 가입할 때는 추가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환율 문제이다. 투자한 펀드에서 수익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환차손이 발생하여 수익을 상당부분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율관리는 원-달러간 스왑계약을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대수익이 높지 않은 채권펀드는 환헤징(환 hedging)이 불가피하다. 반면에 통상 주식펀드 가입 시에는 환헤징(환 hedging)이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가 많다. 이는 시장의 관행상 스왑계약이 1년 단위로 맺게 되어 있어 본의 아니게 단기투자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주식펀드의 경우 높은 기대수익률을 목표로 투자하기 때문에 스왑계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장기투자, 통화분산 투자가 더 바람직하다.

 국내 시장을 벗어나 또 다른 기회에 도전해본다는 것은 정말 흥미롭고 기대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다. 해외 투자에 대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면 가급적이면 위에서 언급된 사항들을 점검해보기 바란다. 특히 해외펀드 투자 역시 적립식으로 투자하여 앞에서 언급된 투자자산 분산, 투자지역 분산, 투자통화 분산과 함께 투자시점을 분산함으로써 그 누구도 점칠 수 없는 미래 금융시장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해외투자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