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통기업에서 마케팅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김호민 이사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로 손꼽힌다. 그 이유에 대해 부하들은 그와 함께 일하면 배우는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또한 팀원 의견을 존중해 부하들 사기를 높여 준다고 평가한다. 

 이런 평가 이전에는 김 이사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되어 있다. 팀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틈틈이 유머를 개발하기도 하고, 팀원들이 불편해 하는 일이 있거나 어려운 점이 있으면 함께 풀어 나가려고 애쓰기도 한다.

 하루 최소 한 번은 직원들에게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느라 애썼네’와 같은 업무적 칭찬을 자연스럽게 하고, 1년에 한 번은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자신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직원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그는 이렇게 팀원들을 존중하고 의욕을 북돋으려고 노력하는 이유에 대해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내가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 되라

 연차가 늘어나고 직급이 높아져 관리자가 되면, 개인 실적만을 자신 무기로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과장이나 차장은 자신이 가진 실적으로 인정받지만, 부장급 이상이 되면 리더십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되면 개인의 전문성과 업무 역량은 대개 비슷한 경우가 많은 반면, 조직원들의 잠재 능력을 개발해 내고 부서를 잘 이끌어 성과를 높이는 능력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 상사와의 마찰 때문에 퇴사 또는 이직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직장인이 1900여명 가운데 78.6%나 되었고, 직장 상사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는 응답이 67%를 넘었다.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것이 기업의 최대 경쟁력이 되고 있지만, 부하들은 상사 때문에 회사를 떠나고 싶은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이렇게 리더십은 인재를 유지시키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주요 요소가 될 뿐 아니라, 개인 경쟁력의 주요 요소가 된다. 실제로 기업마다 360도 평가, 다면평가제가 정착되면서 부하의 입김 역시 중요한 구성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주로 업무 수행 결과나 태도에 대해서는 상사가,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은 부하가 평가하는데,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부하에게 상사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평가 결과는 승진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갈림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 정보통신사는 리더십이 있는 CEO를 채용한 덕분에 1년 만에 부채를 청산하고, 흑자로 전환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조직 구성원을 올바르게 리드할 수 있는 평판이 좋은 인재를 임원으로 모셔 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때문에 외부인사 채용시 빠뜨리지 않는 것이 평판 조회다. 그리고 관리자급 이상은 부하직원들로부터 어떠한 평가를 받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관 례다.

 하지만 무조건 사람만 좋다고 리더십을 갖춘 리더로 평가할 수는 없다. 외국계 소비재 기업에 근무하는 윤정철(41) 부장은 ‘사람 좋다’는 평판을 갖고 있지만, 이직에 실패했다. 평판조회를 하면서 윤 부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상사, 부하, 동료 모두 “사람은 좋아요…그런데…”라는 답변을 했던 것.

 평판 조회 때 사람이 좋다는 말로만 시작하는 경우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뚜렷한 성과나 결과를 나타내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평가하는 리더십은 그저 좋은 인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조직 구성원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줄 아는 능력, 그리고 결정된 사항을 추진해 나가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조직 문화 때문인지 예전에는 부하들 위에서 군림하며 관리하고 명령을 잘하는 지시형 리더가 인정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겸손하게 자신 업무에 솔선수범하고 부하들의 잠재능력을 잘 이끌어 내는 비지시형 리더가 인정받는다.

 이렇게 조직 구성원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은 나약하거나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코칭 기술을 활용하는 게 상당히 효과적이다.



 ‘코치형 리더십’ 따라해 볼 만

 코칭 기술에 대해 설명한 <먼데이모닝 리더십>이라는 책을 보면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다했지만, 자신에게 불만을 갖고 떠나는 팀원들을 직면하며 허탈감에 빠진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례가 등장한다. 그는 정말 일에 몰두했고, 직원들과 자주 회식을 가지면서 고민도 많이 나눴다. 때때로 당시 못마땅했던 회사 중역들의 일하는 방식을 비판하기도 하면서 부하직원들과 공감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후 사업이 난항에 부딪혔다. 그가 문제라고 생각하며 비판했던 것들이 팀 전체 업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늦게까지 일했지만 하향하는 업무 실적을 호전시킬 수는 없었다.

 이 상태에서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자책하고, 자신의 열정을 쏟아냈던 기업을 어떻게 일으킬 수 있을지, 팀원들의 만족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런 상황은 어떤 조직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또 어떤 리더에게나 닥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앞으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 리더십은 권위적인 모습을 가진 카리스마를 통해 나타나거나, 그가 앞서 했던 것처럼 상사나 회사를 비판하며 부하들과 친분을 쌓는다고 해서 나타나는 건 아니다.

 그들의 핵심 과업은 직원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를 주고 무장시키는 것, 고객에게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부하직원들이 이런 핵심 과업을 잘 실천하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관리자 자신이 인재로 인정받고, 또 그런 리더와 함께 일하는 부하들도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창출해야 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관리자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바로 ‘코치형 리더십’이다.

 성과를 창출하는 데 문제는 무엇인지, 관리자인 자신에게 부하들이 갖고 있는 실질적인 불만은 무엇인지를 공감적 경청을 통해 깨닫고, 긍정적 피드백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기 스타일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어떤 성격과 특성을 갖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하며, 함께 목표를 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실현해 나가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코치형 리더십을 갖춘 리더는 주변 동료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조직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차원이 아니라, 다른 부서나 동료로부터 효과적으로 협조를 받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리더가 되어야 한다.

 명확해진 핵심 과업을 실천하면서, 상대방 장점과 능력을 충분히 인정해 주는 코치형 리더십이야말로, 관리자 자신의 역량과 팀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나아가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코치형 리더가 갖춰야 할 요소

1.
지시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양하고, 권유형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라.

2. 부하 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하라.

3. 능력 있는 부하의 자질을 인정하고 개발시켜라.

4. 팀원 간 투명하고 정직하게 성과를 공유하라.

5. 부하직원들의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길러라.

6. 업무 외 개인적인 관심도 표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