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지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동화책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영화 포스터에서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린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필름스피커의 상용화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 (주)미래프라즈마는 종이만큼 얇은 0.04㎜의 필름스피커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있는 회사다.
 름과 스피커는 익숙하지만 필름스피커는 쉽게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진동판과 전기신호를 음파로 바꿔 주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피를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고정된 형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 이 모든 것이 얇고 유연한 필름 하나로 대체될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김철웅(35) (주)미래프라즈마 대표는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한다’며 바로 필름스피커를 이용해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소리가 방 전체에 크게 울린다. 한 장의 얇은 필름에서 그 정도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던 김 대표가 필름스피커 사업을 구상한 것은 2003년 8월경.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던 중 외국에 필름스피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뛰어들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40년 전부터 필름스피커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량생산해서 상품화하지는 못하고 있죠.”

 김 대표는 필름스피커 상품화에 나서면서 세 가지 조건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고 한다. 일반 스피커에 버금가는 음질,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양산 시설, 그리고 소비자가 수긍할 만한 적절한 가격이 그것이다. 현재 세 가지 조건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극복해 가고자 한다.

 “아직 낮은 음역은 일반스피커 수준에 못 미칩니다. 자체 공장 없이 OEM 방식으로 만들다 보니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해서 가격도 아직은 높은 수준이고요.”

 총 11명의 직원 중 5명을 연구 개발 인력으로 두고 있는 것도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필름스피커의 핵심은 프라즈마.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PDP TV에 쓰이는 물질로 기체지만 전기 전도도가 높아 전기가 통하는 특수필름에 전극을 형성시킨다. 이 과정을 거쳐 한 장의 필름이 다른 장치 없이도 전기신호를 소리로 바꿀 수 있는 필름스피커가 되는 것이다.

 작년 9월 양산이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인 판로 개척에 나섰다.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샘플을 보내고 답을 기다렸지만 별다른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 김 대표는 전략을 바꿔 올 3월부터 아예 자체적으로 상품 개발과 생산에 나섰다. “우리 제품이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조명스피커입니다. 그때서야  여기저기서 반응이 있더라고요.”

 김 대표는 당당히 세계시장이 목표라고 말한다. 올 5월 중국의 업체와 1000만달러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일본, 유럽, 대만 등과 계약이 예정되어 있어 내년이면 3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품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합니다. 작고, 얇고, 가볍기 때문에 컴퓨터부품이나 휴대용 제품들, 그리고 옷을 비롯한 의상 소품까지 만들 수 있죠. 모든 제품이 전 세계로 우리 이름을 달고 나갈 겁니다.”

 김 대표는 올해만 수차례의 해외출장을 앞두고 있다. 그만큼 그의 목표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