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필자의 경험담이다. 에너지 회사에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한 발전소의 연료 교체 프로젝트 과정을 진행하면서 연구 조사한 결과, 이 발전소가 기존 LNG 가스를 LPG 가스로 교체하면 연간 수백억 원대 이익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예상 결과를 설명하자 해당 회사는 기꺼이 가스 교체 건에 대해 합의했다. 그런데 얼마 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교체 건에 대한 논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만 것이다. 결정적 이유는 LPG 가스로 바꾸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탈리아와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LPG 가스로 교체해 사용하고 있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재차 이러한 트렌드를 설명하며 책임자를 설득했지만 결국은 무산되고 말았다. 발전소 책임자들은 가스 교체로 인해 회사 이익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만약 사고라도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목이 달아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수백억 원대 이익을 눈앞에서 날려 버리고 만 셈이다. 

 그뿐 아니다. 브라질에서 이동전화 사업권을 획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동전화 사업은 큰 수익 사업이었기 때문에 여러 국가들이 경합한 상황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러한 경쟁을 뚫고 간신히 사업권을 얻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신규 사업에 대한 리스크와 불안감 때문에 회사 내에서 갑자기 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해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사업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겼는데, 이후에 이 사업자는 몇 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고 전해 들었다.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라는 한순간의 판단 때문에 회사로서는 커다란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흔하다. 특히 임원들의 경우 이미 오랜 기업 활동을 통해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해진 상태이므로 과거 경험에 의한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도전보다는 익숙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조직이 이익을 많이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이 두려워 복지부동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도전 두렵다면 옷 벗어라 

 이것은 우리의 조직 문화에도 문제가 있다. 열심히 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실패하거나 투자에 손실을 가져오면 엄청난 문책을 당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얻지 못했을 때는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리고 최고 경영자의 경우에도 이익이 많이 나는 기존 인기 사업은 편애하면서, 성과가 오래 걸리는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격려보다는 질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직 문화에서는 변화와 도전보다는 안전과 나태 위주의 사고방식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공동으로 책임질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혁신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조직이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나아가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파이오니어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5% 미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상 도전정신을 갖고 신규 사업에 뛰어든 사람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오히려 새로운 변화는 피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것이 만일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이라면 어떠하겠는가.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기를 포기하기보다는 장을 담근 이후에 구더기가 나타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려고 애쓸 것이다. 나타날 가능성이 불확실한 위험 때문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일을 포기하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 입장에서 모두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리스크 부담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투자를 하거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만약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나가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간 관리자와 임원은 직원들이 익숙한 것을 넘어 새로운 것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새로운 문화가 조직 내에서 성공적인 변화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

 도전과 혁신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용기를 갖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나가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진행 과정에 대해 모니터링해 나가면서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때 기업도, 그리고 자신도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리고 조직을 변화시키기에 앞서, 자기 스스로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일을 맡으면 ‘난 이것밖에 못해’라고 생각하고 다른 일에 도전하기를 포기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최소 4년에 한 번씩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직무뿐 아니라, 자신의 관심 분야도 확장시켜 나갈 때 시대 흐름에 발맞출 수 있다.



 변화가 성공의 밑거름

 
제너럴일렉트릭(GE) 사의 슬로건 중에 ‘날마다 좀 더 나은 방안을 찾자’는 것이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변화 흐름을 이해하고, 변신할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의 발로다.

 리더십 대가인 피터 드러커 역시 예전 성공 방식에 얽매여서는 무능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실력과 미래 가능성을 키워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빠르게 변화해 나가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선도해 나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고 또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간 관리자급 이상 임원이 변하고, 경영자가 변해야 한다.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변하지 않고서는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말은 많이 하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변화와 혁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다양성 시대다. 고객들의 취향도 다양하고 기업 환경도 다양하다.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변화 흐름에 따라 혁신과 도전을 실천해 나가는 것, 전략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문화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인재의 자세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