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경영, R&D 집중 투자로 휴대전화 세계 5위 기업으로 거듭날 터"



지난 3월10일부터 16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 전시회 세빗(CeBIT)은 한국 업체들을 위한 무대였다. 삼성·LG·팬택이 메인 부스를 차지하고 신기술 신제품으로 미디어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 참가한 팬텍은 특히 이번 세빗을 통해 유럽진출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출했다.



 난 3월10일부터 16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 전시회 세빗(CeBIT)은 한국 업체들을 위한 무대였다. 삼성·LG·팬택이 메인 부스를 차지하고 신기술 신제품으로 미디어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 참가한 팬택은 특히 이번 세빗을 통해 유럽 진출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출했다. 유럽 휴대폰시장 진출을 위해 개발한 첨단 고기능 범용이동통신시스템(UMTS) 모델 3종(PN-7000, GU-1000, GU-1100)을 동시에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전시회에 참석한 이성규 팬택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유럽 본사를 설립, 글로벌 경영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며 팬택의 제2 도약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사장은 “오는 5월 자본금 500만달러 규모의 팬택 유럽 본사법인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설립하고 유럽식 이동전화(GSM)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며 “유럽 본사는 유럽 선진 5개국인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을 중심으로 3G(3세대 이동통신)와 GSM 시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장은 “팬택은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시장과 소비자들에 대한 사전 분석과 영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한 만큼 유럽 시장에의 성공적인 안착과 이를 통한 비약적 성장의 발판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서면으로 나눈 이성규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이유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서는 전세계 휴대전화시장을 선도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3~4개의 유럽 이동통신사업자와 구체적으로 사업 제휴를 추진중이다. 아울러 동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 지사 설립도 병행하고 있다.”

이사장은 “팬택이 그동안 아시아와 북미 및 남미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이뤘지만 유독 유럽에만 진출할 기회가 없었다”며 “신세계를 개척하는 도전 정신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이나 지사 설립 이외에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어떤 방안을 갖고 있나.

 “이미 지난해 11월 유럽 지역에 대한 원활한 서비스와 물류 지원을 위해 암스테르담에 유럽 물류법인을 설립했다. 2년여에 걸친 사전 분석과 영업 전략을 철저히 준비했다. 성공을 자신한다.” 

 유럽 시장 이외에도 해외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해외 영업 강화를 통해 팬택 브랜드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먼저 태국,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해외 영업 조직을 전진배치해 자체 브랜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동남아 시장은 2003년부터 꾸준히 해외 사업을 전개해 왔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첨단 휴대폰을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영업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CDMA 라이선스를 취득해 고가의 CDMA시장을 공략했는데, 올해는 GSM시장에도 ‘Pantech’ 자체 브랜드로 프리미엄 휴대폰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블루투스(근거리통신 표준 규격)폰, 지문인식폰, 메가픽셀 카메라폰 등 16종의 첨단 컨버전스폰을 앞세워 진출 1년만에 월 16만대 판매란 성과와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은 소득을 얻었다. 올해는 러시아 인근의 CIS 국가까지 영업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팬택측은 올해 “자체 브랜드 비중을 80% 가량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휴대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팬택은 지난해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휴대폰 공급에서 탈피, 자체 브랜드 휴대폰 공급에 나서 비중을 30∼40%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다.

 팬택의 경쟁력은.

 “대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R&D 투자비로 3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도 매출액의 10%를 웃도는 규모로 기술개발 투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R&D를 통해 특허권 확보, 카메라모듈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 그리고 차세대 이동통신 개발에 주력할 것이다.”

 경쟁력과 관련, 이사장은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휴대폰산업은 스피드가 관건이라는 것. R&D를 통해 확보된 기술이 기술력에 그치지 않고 빠른 모델 개발과 출시로 이어졌다는 점이 팬택의 현재를 있게 한 요인이라고 이 사장은 강조했다.

 이사장은 “신속한 판단과 대응력은 팬택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라며 “향후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승부의 관건은 기술개발력과 함께 현지 시장 중심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긴밀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사장은 국내에서 가장 빨리 결재를 하는 CEO로 꼽힐 정도로 스피드경영을 중시하고 있다. 팬택 홍보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말단 사원에서 대표이사까지 의사 결정 시간이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휴대폰시장에서 ‘지체는 곧 손실’이라는 이사장의 경영 철학이 실현된 결과다.

 팬택의 올해 목표는.

 “세계 시장에 2800만대를 생산, 공급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5위의 글로벌 메이저 휴대폰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향후 개발 계획은.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첨단 컨버전스 제품 개발에 주력하겠다. 디자인 고급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성규 팬택 사장은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 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애니콜’ 신화를 일궈낸 주역이다. 76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후지쯔코리아를 거쳐 79년 삼성전자에 입사, 99년에는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무선사업부 전무 자리에 올랐다. 2001년 9월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의 ‘삼고초려’에 따라 팬택 사장으로 영입됐다.

 근성과 추진력을 갖춘 야전사령관을 연상시키는 CEO라는 게 그에 대한 인물 평이다.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보다 정면 승부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오너인 박병엽 부회장과 소위 죽이 통한다. 이런 근성은 그가 주창하는 ‘강인한 팬택’에서도 잘 드러난다. ‘강인함’과 관련해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고슴도치론’을 설파한다. “한 번 건드리면 가시를 곤두세워 누구도 건드릴 수 없도록 만드는 고슴도치처럼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