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이 IT벤처타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업체인 NHN을 비롯, SK C&C도 지난 8월 서울에서 분당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여기에다 인텔, 지멘스 등 세계적인 기업도 R&D센터를 분당에 두고 있다. 과연 분당밸리는 테헤란밸리는 물론 대덕밸리를 대체하는 밸리타운으로 급성장할 수 있을까.
 전 8시30분 지하철 분당선. 서 있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서울의 ‘지옥철’에 비하면 그야말로 한산한 편이다. 야탑역과 서현역에서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내린다. 최근 벤처타운으로 급부상한 정자역에서도 말쑥한 차림의 직장인들이 지하철을 빠져나와 바삐 걸음을 옮긴다. 9시가 다 된 역 주변 도로에는 통근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국내 최대의 벤처타운인 킨스(KINS)타워로 속속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노수진 NHN 대리는 “서울 역삼동에 있을 때는 아침 출근시간부터 지하철에서 사람들에 치이면서 시작하는 하루가 피곤했다”면서, “분당으로 회사가 이전한 뒤로 지금은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책도 읽으면서 아침을 조용하게 시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위자영 SK C&C 과장은 두 살배기 딸 나예를 데리고 자동차로 출근한다. 회사가 사옥을 옮겨 지난 9월1일 개원한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위 과장은 “아기가 어려 회사에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회사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겨 안심하고 근무한다”고 말했다.

 주로 서울로 향하던 분당의 아침 출근 풍경이 이렇게 변한 지 오래다. 단일 벤처기업 집적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분당 벤처타운이 최근 문을 열고 세계적인 첨단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 국내 벤처업체들의 분당행이 속도를 더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최근 가장 각광받는 이전지는 전철 분당선 정자역에 위치한 최대 규모 벤처타운인 킨스타워다. 정자역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볼 수 있는 27층 규모의 깔끔한 건물이다. 지난 8월29일 준공식을 갖고 킨스타워로 이름 붙인 이 벤처타운은 연면적이 7만563평에 달한다. A동의 경우 지하 6층, 지상 28층 규모로 SI(시스템통합) 기업인 SK C&C 본사가 서울에서 이전했으며, 지난 7월 입주한 NHN은 사옥건립 때까지 머물 계획이다.

 또 B동은 지하 6층, 지상 27층의 최첨단 규모의 오피스 건물로 성남시가 7~22층 16개 층을, 경기도가 23~27층 5개 층을 소유했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공동으로 유치·운영하는 15개 층(13~27층)은 세계적인 IT기업인 인텔, 지멘스 등 4개 해외기업의 R&D센터가 입주했다. 또 8~12층에는 R&D센터와 연계해 첨단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국내 유수의 첨단 벤처기업 10개사가 들어섰다.

 킨스타워 주변에는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기업 이전에 따른 상권이 들어서 지역경제의 활기를 느끼게 한다. 킨스타워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내영(42)씨는 “벤처타운이 들어선다는 얘기를 듣고 1년 전부터 음식점을 운영해 왔다”면서, “기업들이 입주하기 전에는 장사가 안 됐지만 지금은 그때의 손해를 메울 정도로 벌고 있다”며 웃었다.

 이제 테헤란로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게다가 사무동에서 조그만 걸어 나오면 시원스런 공원이 펼쳐져 잠시나마 하루 일과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답답한 서울과는 전혀 다른 근무환경이다. 퇴근시간이 되자 편안한 차림의 직장인들이 근처 공원에서 농구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분당지역 역세권 중심으로 모여

 내로라하는 IT업체들이 분당에 새 둥지를 틀면서 ‘분당밸리’는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 성남시는 분당벤처타운을 미래성장 동력의 핵심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킨스타워가 기존의 성남 벤처기업 육성지구와 연계돼 벤처클러스터로 구성되는 중심축을 이룬다.

 1999년 60개사에 머물던 성남시 입지 벤처기업은 2000년 150개사, 2001년 270개사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이후 다소 정체현상을 보이긴 했지만, 지난 7월 415개사로 벤처기업의 증가는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들 중에서 분당지역에 입지한 벤처기업은 212개사로 절반을 넘는다.

 특히 이들 벤처기업은 대덕밸리나 서울디지털산업단지처럼 단일 지역에 뭉쳐 있는 형태가 아니라 역세권을 중심으로 기다랗게 늘어선 형태를 띤다.  야탑역 주변에는 전자부품연구원을 비롯해 파인디지털 등 103개의 벤처기 업이 들어섰으며, 서현역에는 포스데이타, 휴맥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내역에는 SK텔레콤의 네트워크연구소, 터보테크연구소가 있다. 최근 급부상하는 정자역에는 KT 분당본사를 비롯해 최근 킨스타워에 입주한 SK C&C부터 NHN과 인텔, 지멘스 등 외국계 IT기업의 R&D센터가 위치해 있다.

 업종별 분포를 살펴보면, 방송통신기기 업종이 41.5%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컴퓨터업종과 전기·전자 업종이 각각 13.9%와 10%를 차지했다.

최근 분당으로 옮긴 기업은 NHN과 SK C&C. 국내 최대 인터넷업체인 NHN은 지난 7월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를 떠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벤처타운 건물로 이사했다. NHN는 최근 2년 사이 세 배 이상 규모가 커져 사무공간이 비좁아지자 사무실 이전을 결정했다. 사옥 후보지로 상암, 잠실, 판교 인근 등 경기도 근교가 떠올랐으나, 서울과 가깝고 물리적 공간에 제약이 없는 분당으로 결정했다. NHN은 분당 정자동 SK C&C 빌딩의 9층부터 18층까지 10개 층을 임대해 사용한다. 실제로 분당 정자동 신사옥은 기존 스타타워 임대면적 3200평 대비 거의 두 배인 6000평 규모로 확대됐고, 업무좌석 수도 약 30% 증가했다. NHN은 분당 정자동 인근에 지하 5층, 지상 23층짜리 단독 신사옥을 건축해 오는 2009년 무렵 완공되면 입주할 예정이다.

 인력이 1900명에 달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인 SK C&C도 8월 초 남대문 SK빌딩을 떠나 분당으로 이전을 마무리했다. 신사옥인 SK U-타워는 최첨단 유비쿼터스 체험관인 U-SPACE,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전화 환경, 무선랜, 화상회의실 등 유비쿼터스 개념을 적용한 첨단 인텔리전트빌딩이다. 이 밖에 심신수련실, 헬스센터, 수면실, 의무실과 함께 전체 임직원의 30%에 달하는 여직원의 복지를 위한 보육시설과 여직원 전용휴게실 등 직원의 편의를 고려한 각종 복지시설을 갖췄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SK남산빌딩, 연세빌딩, 파이낸스센터 등 여러 곳에 분산근무를 하였다. 이에 따른 비용 지출은 물론 분산근무로 인해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졌다”면서 분당으로 옮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SK C&C가 이전함에 따라 포스데이타(서현동), 삼성SDS 제2사옥(구미동) 등 포스코·삼성·SK 그룹의 SI계열사가 모두 분당으로 모이게 됐다.



 해외기업들도 속속 모여들어

 해외 유수의 IT기업들도 분당으로 속속 모이고 있다. 인텔, 엑세스텔, 지멘스, 내셔널세미컨덕터 등은 분당에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이 투자하는 액수만도 1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서울의 도심 한복판이나 강남 테헤란로를 선호하던 외국계 업체들도 이제 분당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관련업체인 ARM의 한국지사는 정자동 인근 수내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ARM 측은 대표적인 고객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과 구미사업장, 하이닉스반도체 등인데, 강남에 있을 때는 접근이 그다지 쉽지 않았으나, 분당으로 이전한 뒤 업무 소요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에는 산업자원부 산하 전자부품연구원이 평택에서 이전해 왔고, 지금도 분당에 있는 휴맥스는 400억원을 들여 따로 신사옥과 연구소를 건립 중이다. 특히 전자부품연구원은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체계를 갖추고 인근 벤처기업들이 고가의 첨단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품연구원은 약 250개의 기술 지원 및 협력업체가 성남시에 위치한다는 걸 감안해 이들과의 활발한 교류와 즉각적인 기술 조치를 위해 본원을 분당으로 이전했다.

 조원갑 전자부품연구원 벤처지원실장은 “95억원 상당의 장비를 갖춘 벤처기업의 신뢰성 테스트 분야에만 지난해 200개 기업이 400여회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연구원은 총 600억원대의 고가장비를 벤처기업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벤처로 손꼽히는 셋톱박스업체인 휴맥스를 비롯해 MP3플레이어업체인 엠피오, 파인디지털 등도 분당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서울, 경기도 용인을 거쳐 2000년 서현역 인근에 자리를 잡은 휴맥스는 분당으로 옮긴 뒤 코스닥의 황제주로 주목받는 등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분당은 지역적으로 우수한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데 가장 좋은 지리적 위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 4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분당으로 이전한 파인디지털은 분당의 요지인 야탑동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벤처빌딩을 새 사옥으로 보유하고 있다. 파인벤처빌딩은 최첨단 시설과 편리한 교통편 때문에 각종 IT기업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현재 파인디지털을 비롯해 네트워크 장비 개발업체인 다산네트웍스, 무선인터넷 개발업체인 인프라밸리, IBM의 한국 A/S업체인 삼주시스템, GPS 지도정보 개발업체인 픽쳐맵인터내셔널, 휴대전화 부품 개발업체인 엑사텔레콤 등의 첨단 IT기업들이 입주한 상태다. 김용훈 파인디지털 사장은 “강서구 등촌동에서 임직원의 근무여건 개선 및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며, “분당의 새 사옥으로 옮긴 후 예전에 비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 가장 변화된 모습”이라며 분당 입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1998년 분당에 회사를 설립한 엠피오는 지난해 80만대가량의 MP3P를 수출, 매출 850억원대를 기록할 만큼 대표적인 토종 MP3업체로 성장했다. 이 밖에도 분당에는 KT, SK텔레콤 네트워크연구소, 토필드, 터보테크연구소, 위다스, 영우통신 등 크고 작은 IT업체들이 자리해 있다. 지난해에만 다산네트웍스, 피델릭스 등 코스닥기업이 서울을 떠나 분당으로 이전했다.

 분당 IT밸리의 터줏대감은 지난 1997년부터 10년 가까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본사를 서현동에 둔 포스데이타. 포스데이타도 헬스클럽을 비롯한 각종 직원 편의시설을 갖추고, 최근에는 직원과 그 가족을 회사로 초대해 영화를 상영하는 등 직원들이 회사를 친근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옥은 지난 1997년 준공 당시 통상산업부와 총무처가 주관한 사무환경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사옥 외에는 근처 큰 빌딩이 없었는데, 지금은 다른 대형건물에 파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SI업계 1위인 삼성SDS도 분당에 연고를 두고 있다. 삼성SDS 본사는 서울 역삼동이지만, 분당에 제2사옥을 두어 주로 IT 신기술 연구와 솔루션 개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제2사옥은 지난 2002년 오픈 당시 ‘하이테크센터’로 불렸으나, 지난 2003년부터는 제2사옥이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한다. 지상 5층, 지하 4층, 연면적 약 1만평 규모의 이곳에는 약 1000명의 삼성SDS 직원들이 근무한다.



 연구개발 중심 기업들 많아

 분당이 벤처밸리로 뜨는 것은 IT 기반시설 및 주변녹지 조성과 공원 등 근린시설이 발달해 있으며, IT기업들이 몰려 있는 강남권과의 거리가 가까울 뿐만 아니라 교통이 편리해 IT업체가 위치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외에도 임직원들의 자녀를 위한 교육 여건과 아파트를 주축으로 한 주거 여건이 집중돼 임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 IT기업들에게 최고의 보금자리로 꼽히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분당밸리에는 기본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이런 입지조건에 따른 분당 벤처밸리의 특징은 연구개발 벤처가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 네트워크연구소, 휴맥스 R&D센터, 삼성SDS의 제2사옥, 터보테크 R&D센터 등 국내 기업의 R&D센터뿐만 아니라 인텔, 지멘스, 액세스텔 등의 해외 유수기업의 R&D센터가 자리를 잡았다.

 전자부품연구원과 코리아디자인센터가 자리하고 있으며, 공학한림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들어서 벤처기업의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벤처기업에는 매력적이다. 여기에 분당에서 20여분 거리 안에 국내 최대 IT업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있다는 점은 엄청난 잠재력이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우수한 연구인력은 경기도 용인 정도만 해도 오지 않으려고 한다”며, “연구개발 중심의 벤처기업에게는 분당만큼 좋은 지역이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인력이 705명에 달하는 휴맥스도 경기도 용인에 있었던 90년대 말 연구인력 채용이 가장 어려웠다고 변 사장은 설명했다.

 분당이 뜨는 또 하나의 이유는 판교 개발이다. 2008년까지 개발될 판교신도시에 벤처단지를 조성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성남시는 분당을 IT벤처의 중심지로 육성해 판교 IT업무지구와 환형 IT벤처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성남시가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서는 것도 한 이유다. 시는 공기업 지방 이전으로 인한 공백의 대안으로 벤처를 꼽는다. 성남시는 벤처기업이 이 지역에 건물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 등을 감면하고 개발 부담금 등에 대한 혜택을 주고 있다. 세계적인 IT기업인 인텔의 외자유치를 위해 5년간 임대료를 면제해 주기도 했다. 외국계 기업의 임대료는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준다.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에도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는데, 성남시는 전자부품연구원 유치에만 500억원을 들였다. 건물을 지어 주고 파격적인 임대료에 입주시킨 것이다.

 지난 7월 입주한 NHN 유치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NHN이 갖는 파급효과와 상징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저가에 시유지 2000평 정도를 매각한 것. 성남시는 대신 지역 세수 확보와 추가인력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 고도화 등을 노리고 있다. NHN 관계자는 “사옥 이전을 위해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했지만, 성남시의 적극적인 유치 요청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전자부품연구원과 연계 벤처클러스터를 구성하고, 향후 조성될 판교 IT업무지구와 연계하여 첨단기술 산업의 인프라가 조성되면, 성남시는 지식기반 산업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도 성남시와 함께 적극적인 벤처 지원책을 펼치는 중이다. 경기도는 올 초 1조1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중소·벤처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장민호 성남시 재정경제국장은 “성남시의 미래성장 동력은 결국 벤처기업이 될 것이기에 기업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에 둥지를 트는 대부분의 IT기업은 영업 등 꼭 서울에 있어야 할 부서를 제외한 연구·관리 부문을 옮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임대료가 서울보다 싸 관리비용 부담을 덜면서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IT산업이 집중된 분당의 경우 연구개발 투자액은 18.4%로, 성남시 평균인 9.0%의 두 배 수준이다.

 분당은 2000년대 들어 강남의 기형적인 고가의 집값과 임대료 등을 피하면서도 비즈니스 중심지인 강남과 연계하기 좋은 최적의 지역으로 평가됐다. 지역 IT클러스터 형성의 핵심요소인 기업과 연구기관이 들어서 시너지 구축의 박자를 맞추면서 분당 IT밸리가 영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분당은 판교와 함께 IT밸리를 형성하며,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과의 접근성에도 문제가 없다. IT기업 밀집지역인 강남까지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30~40분 정도면 문제없이 도착 가능하다. 서울 시내 한복판 광화문까지도 직행버스를 타면 러시아워 외에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또 경부·중부·영동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어 지방이나 해외 출장에도 이용이 편리하며, 사통팔달의 교통여건을 자랑한다.

 그러나 분당지역이 IT밸리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만한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분당이 한국의 대표적인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는 다름 아닌 부동산가격의 안정이다. KT를 비롯한 몇몇 대규모 기업들은 사옥을 짓거나 정자동 인텔리지빌딩 같은 대형 벤처집적 타운을 분양받아 입주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IT기업들은 턱없이 비싼 부동산가격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가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강남 테헤란밸리의 거품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우려를 내비친다. 그래서 분당밸리는 부풀려진 땅값과 부동산가격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임대료와 관리비가 거의 서울 강남 수준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IT&벤처 바람이 확산되면서 사무실과 상가 임대료 등이 조금씩 상승할 조짐을 보여,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짙다. 벤처열풍과 함께 사무실 임대료가 오르고, 아파트 전세가격도 강세를 띠는 등 분당의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기 때문이다.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올 들어 4월 말까지 분당에서만 모두 6만6550평의 땅이 팔렸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네 배가량 늘어난 것이라면서 들썩이는 분당의 부동산시장에 대해 걱정을 했다. 한 벤처업체 관계자는 “분당의 IT열기로 관리비 수위(평당 2만원)가 서울 강남(평당 2만7000원)에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어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낀다”며, “요즘은 임대료와 관리비가 비싸 벤처타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말했다. 분당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안인수씨는 “벤처기업들이 선호하는 지하철역 주변의 경우 작년 말 평당 300만원 선이던 사무실 임대료가 요즘은 평당 500만원에도 물건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아직 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분당은 아직 베드타운적인 성격이 강해 호텔과 같은 비즈니스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IT업체의 잇단 분당행 여파로 테헤란밸리의 명성이 빛바래고 있다. NHN 외에도 스타타워 인근의 데이콤빌딩에 세 들었던 다음커뮤니케이션도 테헤란밸리를 떠나 서초동으로 갔다. 1990년 중반 이후 자생적으로 IT벤처들이 몰려들었던 강남의 테헤란밸리는 단연 한국의 실리콘밸리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벤처거품이 확인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테헤란밸리는 더 이상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대표성을 띨 수 없게 됐다. 최근 분당이 벤처밸리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대덕밸리나 테헤란밸리의 대안이라기보다는 보완재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2의 강남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분당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