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수익형 부동산밖에 없다.” 8·31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 전문가들이 내는 한결같은 목소리다. 주택임대사업이나 상가투자, 부동산 펀드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투자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코노미플러스>는 첫 순서로 ‘상가투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유영상 상가114투자전략연구소 소장의 상권 분석 현장에 동행했다.

AM 11: 00 강남역 상권



 울 강남역에 위치한 뉴욕제과는 강남역 상권이 뜨기 시작한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강남역 부근을 찾는 이들에게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로 꼽힌다. 2호선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찾을 수 있는 뉴욕제과 앞에서 유영상 소장을 만난 시각이 오전 11시. 유 소장은 “지금 시각이 뉴욕제과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적은 시간”이라고 했다.

 “점심시간 사무실 직원들이 쏟아져 나오고, 오후 2시부터는 대부분 10~20대인 쇼핑 유동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해요. 그러다가 오후 5시 이후부터는 통행로를 걷기도 힘들어집니다.”

 강남역 상권은 제일생명사거리부터 시작해 뉴욕제과가 위치한 곳까지를 속칭 ‘노른자위 상권’이라고 부른다. 큰길 가까이는 주로 업무시설 중심으로, 건물 1층엔 은행이나 대형 프랜차이즈업체 등이 자리해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엔 상업시설인 음식점과 술집 등이 빼곡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평지에 위치한 대로(교보생명사거리에서 양재역 방면 도로) 우측은 이면도로변 상권이 발달한 반면, 언덕 지역인 대로 좌측(역삼역 방면)은 이면도로 상권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유 소장은 “물이 제대로 흐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상권의 지속적인 발전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언덕이 있느냐 하는 점이에요. 같은 상권이라고 하더라도 언덕이 있는 곳은 상권이 덜 발달합니다. 사람들이 속성상 언덕으로는 잘 올라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언덕 부분에는 차량으로 이동하기 좋은 고급 음식점이나 고급 카페가 자리하는 속성이 있죠. 대신 유동인구는 많지 않아요.”

 정오가 가까워 오자 한산하던 길거리는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음식점이 밀집한 이면도로에도 차량이 제대로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심식사를 위해 인근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유 소장은 “강남역 상권은 평일과 주말이 따로 없는 전천후 상권”이라고 했다. 낮 시간엔 인근 사무실 직장인, 저녁과 주말엔 10~20대의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강남역 상권은 유동인구 대부분이 젊은이들인 만큼 유행과 변화에 민감하고, 그만큼 잦은 업종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유 소장은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은 보통 3~4개월 단위로 점포가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뱅뱅사거리~양재사거리 눈여겨 봐야

 뉴욕제과사거리를 지나 뱅뱅사거리 방면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유 소장은 “최근 상가투자의 트렌드는 한마디로 ‘빈익빈 부익부’로 정리된다”며, “대표적인 강남 상권인 강남역 상권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뱅뱅사거리라는 이름이 말해 주듯 7층짜리 건물과 이웃한 패션아울렛 매장이 늘어섰던 사거리는 고층건물로 빼곡했다. 사거리를 지나 양재역까지 이어지는 큰길가도 공터는 물론, 저층건물을 꼽기 힘들 정도였다.

 “뱅뱅사거리부터 양재역까지는 아직 상권이 크게 발달하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상권이 확장되는 추세인 건 늘어난 건물 수만 봐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큰길가 안쪽에는 지금도 삼성이 짓는 것을 포함해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활발해요. 상주인구 유입도 기대되는 데다 유동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죠.”

 강남역을 중심으로 신사동 방향인 교보생명사거리는 2007년 개통 예정인 9호선 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9호선이 개통되면 2호선 강남역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이 교보생명사거리 쪽으로도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소장은 “상권을 말할 때 이제 역세권은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 되었다. 역세권이 아닌 곳은 상권 발달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역세권이라고 해도 상권은 길 하나 차이로 갈리기도 합니다. 여기(뱅뱅사거리)만 해도 오피스건물 위주라 주말 유동인구는 기대할 수 없어요. 그 대신 배후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면 상주인구를 대상으로 한 음식점, 술집 같은 업종은 더 늘어나죠.”

 강남역 상권에 투자(임차를 통해 창업하려는 경우 제외)하려면 자금은 어느 정도나 필요할까? 유 소장은 “입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5억원 이상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물 입지 외에 건물 층수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 수익률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1, 2층을 제외한 층들은 환금성이 떨어져요. 막상 사놓긴 했는데 임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출이자에다 관리비까지 고스란히 물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상가투자는 주택의 안정성과 임야-토지의 장기투자 성격의 중간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PM 2:00 건대입구역 상권



 오후 2시, 건대입구역 부근으로 향했다. 건대입구역 상권은 강북 상권 중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권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7호선이 개통하기 전에는 별반 주목받는 상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7호선 환승역이 생기고 중랑구와 노원, 상계 북부까지 연결하게 되면서 급속하게 활성하고 있어요. 하루 유동인구가 40~50만명 정도나 됩니다. 사당동에서 건대입구역을 거쳐 중랑구 면목동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노선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황금노선이에요.”

 유동인구의 급속한 유입과 더불어 건대입구역 주변 활성화에 가장 큰 몫을 담당한 것은, 예전 건대 야구훈련장 부지에다 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스타시티를 짓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골조공사가 마무리된 스타시티는 40층 이상의 고층건물로 향후 강동 지역의 랜드마크 구실을 톡톡하게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시티 공사장 바로 옆에는 성동구문화회관이 이미 완성된 상태로 속칭 건대입구 ‘로데오거리’와 도로를 마주해 있다.

 건대입구의 대표적인 상권은 건대입구역을 나와 건국대부속병원과 길을 마주해 있는 ‘건대글방’ 부근. 상권의 확대는 과거 어린이대공원 쪽에 위치했던 대학의 정문 입구를 전철역 쪽으로 이동시킨 상태다. 예전 전철역을 중심으로 해 대각선 300미터 위쪽에 자리했던 병원도 전철역 사거리 부근으로 바싹 내려온 상태다. 건국대학교 측은 병원 앞쪽 부지에 공원과 상업용 건물 건설을 예정하고 있다.

 “과거 상권은 건대입구 쪽이 아닌 화양리 근처였어요. 건국대, 세종대 등이 맞붙어 있는 지역이라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상권이 형성되었죠. 그러나 역세권 개념이 들어서면서 화양리 상권은 급속도로 쇠락을 맞이하기 시작했지요. 역세권 중심으로 기존 상권은 더욱 커지고 비역세권 부근은 약화된다는 법칙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지역이 바로 이곳입니다.”

 건대입구역 상권 중에서도 핵심상권으로 꼽히는 건대글방 뒤쪽 부분으로 향했다. 과거 다세대 주택이던 이곳 건물 1~2층은 이제 음식점과 유흥주점, PC방, 체인점 등이 빼곡하다. 건대입구에서 화양리 방면으로 약 400미터, 배후 지역으로는 약 300미터에 달했다. 유 소장은 “7호선이 개통되면서 상권이 두배가량 확대되었다”고 했다. 큰길과 나란한 통행로에는 각종 잡화와 간단한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즐비하다. “상가 주인 입장에서 볼 때 노점이 상가가치 향상에 장애요인이 아니냐”고 묻자, 유 소장은 “오히려 정반대”라고 했다. 노점은 유동인구의 통행 속도를 느리게 하고, 건물 앞에 머물게 하는 주요소이기 때문에 건물에 입주한 상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건물 가치의 상승과 이어진다”고 유 소장은 분석했다.



 ‘건대글방’ 뒤쪽이 핵심상권

 횡단보도를 이용해 이번에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스타시티 방면으로 건너갔다. 40층 이상의 고층 주상복합건물은 골조공사가 거의 진행된 상태에서 내·외장 공사가 한창이다. 그 앞쪽으로는 금호건설에서 건설하는 상업지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금호측이 건설 중인 상업지구에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장 도로와 마주한 해피부동산의 최영 소장은 “백화점 입점은 확정되었고, 할인점 입점을 두고 두 곳의 유통회사가 경쟁 중”이라고 확인시켜 주었다.

 “유동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함께 주변의 상주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향후에도 늘어날 전망이란 점이 건대입구역 상권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주요 요인입니다. 현재 성동구 자양동에 위치한 동부지검과 동부지방법원이 송파구 문정동 쪽으로 이전하고 그곳이 택지로 개발됩니다. 스타시티를 포함해 인근 상주인구가 늘어나면 핵심상권인 건대입구는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같은 상권이라고 해도 모두가 가격이 오르고 투자가치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청담대교의 개통은 강남 접근성을 좋게 하고 유동인구 유입의 증가를 가져왔지만, 상대적으로 청담대교로 향하는 고가의 신설은 고가 인접지역의 투자가치를 떨어뜨리는 현상을 초래했다. 실제로 건대입구 로데오거리 뒤쪽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지역의 경우, 고가도로에 인접한 1층 건물에는 ‘임대’ 팻말을 붙인 채 비어 있는 건물이 다수 눈에 띄었다.

 “기본적으로 상가투자는 ‘발품 판 만큼 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주택은 주변과 비슷한 시세가 형성되는 반면, 상가는 얼마나 임차가 잘 되고, 장사가 잘 되느냐에 따라 상가가치가 달라지니까요. 같은 지역에 있다고 해도 어떤 가게가 들어와 얼마나 장사가 잘되느냐에 따라 건물가치가 20~30%까지 차이가 납니다.”

  유 소장은 “정부의 8·31부동산대책 이후 상가투자에 대한 문의가 3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하면서,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상가투자도 서두르지 말고 꼼꼼히 살핀 뒤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상가투자는 임야나 토지 투자와는 달리, 건물이 어느 정도 지어진 다음 투자 여부를 판단해도 된다는 것. 특히 대형 복합상가 분양 매물은 유의해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밀레오레나 두타 같은 복합쇼핑몰은 기본적으로 전체 매출이 하향세입니다. 쉽게 생각해도 인근 대형할인마트에서도 식·음료품 외에 저가 의류나 잡화를 모두 팔잖아요? 굳이 복합쇼핑몰을 갈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게다가 새로 생겨난 복합쇼핑몰까지 경쟁에 가세한 데다 복합상가는 장사가 안 될 경우 업종 전환이 쉽지 않아요. 분양할 때 이미 업종 제한을 받기 때문이죠. 특히 상가투자 초보자는 역세권의 근린상가, 그 중에서도 환금성이 높은 1층 위주로 투자해야 합니다. 물론 위층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하려 할 때 위로 올라갈수록 환금성이 떨어져요. 빠른 시일 안에 제값을 받기가 어려워요.”



 기타 상권



 유 소장은 기존 상권 외에 향후 상권 발달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송파구 거여동·마천동 일대와 강서구 발산·마곡지구를 꼽았다. 거여동·마천동 지역은 재개발이 이뤄지면 소비수준이 높은 주민의 유입이 예상되고, 발산·마곡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미개발지역인 만큼 새로운 상권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 곳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늦은 지역이라는 점과 2007년 개통 예정인 9호선 개통 지역이라는 점이다.

 “월드컵경기장이 위치한 상암지구 역시 향후 상권발달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곳입니다. 마포구청 이전이 예정되어 있는 데다 주상복합 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에요. 기존의 교통인프라도 훌륭해서 강변북로, 지하철 상암역을 비롯해 내부순환도로와 외곽순환도로 등 교통입지도 좋기 때문이죠.”

 알짜 상가를 찾아내고 투자하는 일은 아파트와는 달리 비교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매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만큼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 매입 후 제대로 임차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리비를 비롯한 유지비용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는 점도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유 소장은 “무리하게 대출받아 투자하기보다 자기자본 80%, 대출 20% 정도로 동원 가능한 예산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분양가보다 낮게 팔고, 중도금 대출 등을 파격으로 한다는 광고를 많이 접하는데, 그만큼 가치가 낮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 기존 상가를 매입하거나 분양권을 살 때는 과거 임차인이 얼마나 자주 바뀌었는지 주변 부동산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요. 임차인이 자주 바뀌었다면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니까요. 특히 요즘 상가분양 광고가 많은데, ‘확정수익률 몇 퍼센트’하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분양업자 입장에서는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거든요.”

 오후 5시 30분, 강의를 마친 대학생들을 비롯해 10대들이 통행로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입점 점포는 물론이고, 마주한 노점에도 하나둘 불이 들어왔다. 대각선 맞은편에 높게 자리잡은 스타시티를 비롯한 최신 건물이 들어선 지역은 상대적으로 어둠에 잠겨들었다. 건대입구역 상권의 현재와 미래가 그렇게 그곳에 자리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