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쓰요시(오른쪽) MTG 창업자가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MDNA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마돈나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 MDNA
마쓰시타 쓰요시(오른쪽) MTG 창업자가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MDNA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마돈나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 MDNA

‘맨땅에 헤딩’식 섭외로 ‘축구황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2014년 복근 운동 기구 광고모델 계약을 했다. 이후 3년간 해당 제품은 100만 대 이상 팔렸고, 기업 매출은 두 배 넘게 늘었다.

일본 나고야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 MTG 이야기다. MTG는 같은 해 ‘팝의 여왕’ 마돈나와 ‘MDNA(마돈나의 이름을 딴)’ 자사 스킨케어 제품 관련 파트너십 계약도 했다.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과 억만장자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라면 ‘스타와 광고 계약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이 두건의 계약을 당시에는 국제 무대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었던 회사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쓰시타 쓰요시(47)가 성사시켰다는 점이다. 그것도 전문적인 에이전시의 도움 없이 직접 해냈다.

처음부터 혼자 힘으로 하려 했던 건 아니었다. 에이전시를 여러 곳 접촉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결국 어떻게 해서건 직접 만나 설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변에 ‘마돈나를 아느냐’고 묻고 다니다 ‘미친 놈’ 취급을 받기도 했다. 당시 마돈나와 접촉을 원했던 화장품 회사가 100개가 넘었다니 그럴 만도 했다.

인맥을 총동원하고 여러 지인을 거쳐 오랫동안 품을 판 끝에 마돈나를 만났고, 2014년 2월 결국 그를 앞세워 MDNA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었다. 호날두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같은 해 7월 저주파(EMS)를 이용한 복근 운동 기구 ‘식스패드’의 파트너십 계약을 성사시켰다.

마돈나와 호날두 모두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고 출시 이후 광고모델로 힘을 실어줬다. 마쓰시타 회장은 식스패드 출시 무렵 호날두와는 이미 친구 사이가 됐다. 파트너십 계약을 위해 나고야를 처음 방문한 호날두를 집으로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벌였고, 호날두는 지역 아동을 위한 축구 클리닉 개최로 화답했다.

마쓰시타 회장은 얼마 전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그들(마돈나와 호날두)은 돈을 보고 움직인 게 아니라 순수한 열정에 감동을 받은 것”이라며 “호날두와 마돈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계약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안 했겠지만, 나는 언제나 1% 확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운도 좋았다”라고 말했다.

1996년 창업한 MTG의 지난 회계연도(2016년 10월~2017년 9월) 매출은 약 453억엔(4544억원)으로 전년(약 295억엔)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은 130%에 달한다. 하지만 매출 규모 수조원대 기업이 즐비한 일본에서 대단한 규모로 보긴 어렵다. 보수적인 일본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생각하면 스타 마케팅으로 ‘크게 지르고 보는’ 이런 접근법은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는 마쓰시타의 평소 신념과 관련이 있다. 그는 “일본 기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지만 마케팅과 브랜딩에 취약하다”고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그가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 가지는 창의력과 기술, 브랜딩, 마케팅이다.

MTG는 지난 7월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첫 거래일에 주가가 27% 오르면서 전체 발행 주식의 72%를 보유한 마쓰시타는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포브스’가 추정한 그의 재산은 18억달러(약 2조원)다.

나가사키현 고토섬에서 자란 그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다른 가족으로 입양됐다. 마쓰시타의 사업가 기질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초등학생 때, 나가사키에 가서 ‘더치래빗(눈 주위에 검은 반점이 있어 판다와 비슷한 토끼)’을 사다가 고향 동네에 팔곤 했다. 섬마을 주민들은 생전 처음 보는 더치래빗을 신기해하며 사 갔다.

하지만 호기심 많고 혈기왕성했던 그는 섬마을 생활에 만족할 수 없었다. 24세 되던 1994년, 나고야에서 직원 세 명을 데리고 중고차 판매업을 시작했다. 나고야를 택한 이유는 독특했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에게 “일본에서 제일 큰 회사가 어디냐”고 물었다. “도요타”라는 답변에 그는 도요타 본사가 있는 나고야를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것이다.

오래지 않아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마쓰시타는 1996년 MTG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 MTG는 헬스케어 제품에서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그럭저럭 사업을 꾸려가던 중 2009년 출시한 ‘레파(ReFa)’라는 이름의 마사지용 롤러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유명인 광고로 매출만 늘리려 했다면 어렵게 쌓아 올린 금자탑이 사상누각이 됐을지 모른다. 마쓰시타는 계약 성사 이후 품질과 서비스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두 거물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모델로 등장하는 ‘식스패드’ 광고 사진. 사진 MTG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모델로 등장하는 ‘식스패드’ 광고 사진. 사진 MTG

도쿄 올림픽까지 50개국 진출 목표

그는 세 명의 EMS 운동기법 전문가와 계약하고 식스패드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스타 마케팅이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술책이란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서였다. 그중 한 명인 와타나베 코헤이 주쿄대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식스패드를 이용한 근육 수축이 근육의 질과 힘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스패드의 국내 판매 가격은 모델에 따라 대당 약 3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마쓰시타의 다음 목표는 식스패드 전용 헬스클럽인 ‘식스패드 스테이션’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아직 도쿄에 한 곳(8월 초 기준) 있을 뿐이지만 장기적으로 일본에 500개를 포함해 전 세계 5000개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50개국 진출 목표도 세웠다. MTG는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대만, 중국,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다.

악재도 있다. 최근 호날두가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다. 증거 불충분으로 호날두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게 됐다. 1958년생으로 환갑을 앞둔 마돈나의 후광효과도 얼마나 지속할지 미지수다.

1%의 확률에 베팅을 걸어온 승부사 마쓰시타가 어떤 카드로 국면 전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