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만달러(약 290억원), 미국 자동차 분야 공익 신고 관련 최초이자 최대 포상금이다. 이 포상금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 엔진 결함 내부고발자’ 김광호씨다. 하지만 그가 해고와 형사 고소 등 각종 불이익을 수년간 감수하고 싸워온 것을 감안하면 단순히 액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김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공익 신고를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하고 보상 제도도 기대할 게 없는 반면 개인의 희생은 너무 크다는 하소연이다. 김씨는 우리 정부로부터 공익 신고에 대한 포상금으로 2억원을 받았다. 김씨가 엔진 결함 문제를 신고한 2016년, 회사는 김씨를 고소하고 사내 보안 규정을 위반했다며 해고했다.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하던 김씨의 뒤에는 늘 법무법인 한누리가 있었다. 엔진 결함 문제를 제보하기로 한 김씨는 당시 딸과 함께 직접 미국으로 향했다. 공익 제보를 돕는 호루라기재단의 지원이 있었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에서 모든 절차를 홀로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김씨는 미국 내부고발자 전문 로펌인 콘스탄틴 캐논(이하 캐논)을 선임했다.

캐논은 한국에서의 법적 대응을 위해 ‘파트너 로펌’ 물색에 나섰다. 이때 눈에 띈 로펌이 ‘집단소송의 명가(明家)’ 한누리다. 김주영(사법연수원 18기) 대표변호사와 구현주(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는 캐논으로부터 연락이 왔던 때를 회상했다. “우리와 함께 공익신고자인 김광호씨를 도웁시다.” 한누리와 김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현대차 엔진 결함 문제를 제보한 김광호씨. 사진 조선비즈 DB
현대차 엔진 결함 문제를 제보한 김광호씨. 사진 조선비즈 DB

‘엔진 결함’ 폭로한 내부고발자, 해고하고 고소한 현대차

현대차 품질전략팀에서 리콜 담당자로 일하던 김씨는 2016년 현대차·기아 차량의 ‘세타2 엔진’ 제작 결함 사실을 인지하고 회사 감사실에 보고했다. 그러나 회사가 별다른 조치 없이 엔진 결함 문제를 은폐하자 그는 한국 정부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작 결함 문제를 신고했다.

현대차는 그해 10월 김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와 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씨가 현대차 내부 자료를 외부로 유출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치고, 자신의 업무 분야인 품질 분야와 무관한 회사 내부 자료 등을 빼낸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검찰로부터 고소 사건을 이첩받은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김씨가 회사 내부 자료를 빼내 보관한 것은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누리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형사 처벌 면책 조항’에 주목했다. 김씨의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면책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자 등의 범죄 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복병은 또 다른 곳에 있었다. 공익 신고는 공익 침해 행위에 대한 지도, 감독, 규제 또는 조사 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 등에만 가능한데, 검찰에서는 김씨가 미국 정부와 언론에 제보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한누리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김씨에 대한 보호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미국 신고와 언론 제보 활동이 공익 신고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한누리의 주장을 인정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반대로 현대차·기아는 엔진 결함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등의 행위가 인정되면서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누리는 김씨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수시로 소통하면서 수사에 도움을 줬다. 이 사건은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美 현지 동행한 한누리…관건은 제보 자료 ‘신빙성’ 입증

한국에서의 업무를 마무리한 김 변호사와 구 변호사는 2017년 9월, 김씨와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정부의 조사에 참여해 김씨의 제보가 공익 신고에 해당한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한누리는 먼저 증거 자료를 영어로 번역하고, 공익 제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담은 소명서를 만들었다. 김 변호사는 “엔진 결함과 관련된 현대차 내부 자료를 미국 조사기관 관계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단순 번역이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적확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자료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시 현대차 측은 김씨의 제보 내용이 주관적이고, 김씨가 제출한 자료는 오염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한누리는 한국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세타2 엔진 결함 조사 보고서가 김씨의 제보 내용과 같다는 점과 현대차·기아의 리콜 조치 현황과 김씨가 제출한 자료의 차종 등이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이러한 김씨의 정보를 토대로 리콜 적정성 조사를 진행한 뒤 현대차그룹에 과징금 8100만달러(약 980억원)를 부과했다. 또 현대차 측은 총 2억1000만달러(약 2500억원)의 민사 위약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이후 한누리는 미 당국에 포상금 지급을 신청하고 제보의 가치를 설득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 자동차 안전 공익신고자법은 공익신고자 제보의 가치와 기여도 등을 포상금 결정 요소로 보고 있다.

한누리는 회사의 은폐된 행위를 드러내는 데 김씨의 제보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 변호사는 “김씨가 공익 신고 과정에서 큰 고통을 겪으면서 용기와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아 소비자들의 권익에 기여했다는 점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올 11월 9일 김씨 제보의 가치를 인정해 사상 최대의 포상금인 2400만달러(약 290억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자동차 분야와 관련해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액도 법상 최대 한도액인 과징금의 30%에 달한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공익 신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라고 본다. 공익신고자는 결국 삶이 비참해지고 고생하는데 김씨는 내부 고발로 포상금을 받으면서 성공적인 사례가 됐다”면서 “변호사 입장에서는 공익 신고도 일종의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plus point

법무법인 한누리

다수의 불법 행위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원고 소송’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한누리는 분식 회계와 주가 조작 등 증권 사기와 관련해 국내외 기업이나 금융기관,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그간 1만여 명의 피해자가 한누리를 통해 22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배상받았다. 특히 도이치뱅크, 로열뱅크오브캐나다 등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파생결합증권 시세 조종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전부 승소로 이끄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김종용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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