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가상인간’을 활용한 ‘디지털 아이돌’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사진은 게임 개발사 넵튠이 지난해 인수한 온마인드가 만든 디지털 아이돌 ‘수아’. 사진 넵튠
게임사들이 ‘가상인간’을 활용한 ‘디지털 아이돌’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사진은 게임 개발사 넵튠이 지난해 인수한 온마인드가 만든 디지털 아이돌 ‘수아’. 사진 넵튠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산업이 성장하자 컴퓨터그래픽(CG) 기술 등으로 만든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을 활용한 ‘디지털 아이돌’ 육성에 국내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잘 만든 IP(지식재산권) 하나가 평생을 먹고살게 한다”는 말이 통용되는데, 메타버스 플랫폼 시장 성장에 있어 디지털 아이돌이 ‘폭풍의 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이 게임 하나만으로는 수익 확장이 어려워, IP를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고자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확장되면 디지털 아이돌이 가상세계에 이용자를 유입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아이돌 육성 경쟁 벌이는 게임사들

최근 디지털 아이돌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게임사는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넵튠 등이다. 우선 넷마블의 경우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가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 디지털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관련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직접 ‘한유아’라는 디지털 아이돌을 만들어 육성한다. 한유아는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가상현실(VR) 게임 ‘포커스온유’의 주인공으로, 올해 말 음반도 낼 예정이다. 특수효과 분야에 특화된 스튜디오 자이언트스텝의 ‘인공지능(AI) 기반 버추얼 휴먼 솔루션’과 ‘리얼타임 엔진기술 기반 실시간 콘텐츠 솔루션’으로 만들어져 실제 사람 같은 모습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음반은 물론, 연기에도 도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넵튠은 디지털 아이돌 초기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회사 중 하나다. 지난해 인수한 온마인드는 디지털 아이돌 ‘수아’를 개발했는데,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된 수아는 유니티코리아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소통을 늘리고 있다. 수아는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틱톡 팔로어 수 1만5000명을 넘길 정도로 10대와 20대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넵튠은 최근 디지털 아이돌 제작사 ‘딥스튜디오’와 ‘펄스나인’에도 투자했다. 딥스튜디오는 디지털 아이돌 연습생과 아날로그 아이돌 연습생이 함께 소속돼 있다. 특히 디지털 아이돌 연습생 ‘정세진’은 이미 SNS 인스타그램 팔로어 8만4000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펄스나인은 AI 그래픽 전문기업으로 딥리얼 AI 기술을 기반으로 ‘이터니티’라는 디지털 K팝 걸그룹을 만들었다.


스마일게이트의 디지털 아이돌 ‘한유아’. 사진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의 디지털 아이돌 ‘한유아’. 사진 스마일게이트

게임만으론 수익 지속 어려워…엔터 영역 확장

게임사들이 디지털 아이돌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게임 하나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없어 엔터테인먼트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는 모두 IP라는 무형의 가치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게임사들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BTS) 기획사 하이브의 2대 주주다. 동시에 BTS IP로 제작한 게임을 여럿 출시한 바 있다.

게임은 캐릭터, 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이 핵심 IP다. 게임사들은 이런 특성을 활용해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위해 디지털 아이돌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실제 사람의 경우, 컨디션과 인적 리스크 등 회사 입장에서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AI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아이돌은 게임사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아이돌은 향후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디지털 아이돌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도 메타버스 관련 게임에 진출하려는 게임사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닌텐도가 ‘마리오’ ‘피카츄’ ‘젤다’ 등과 같은 강력한 캐릭터 IP를 통해 이용자를 모으는 것처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디지털 아이돌은 이용자를 유입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가상 플랫폼에 존재하는 캐릭터는 기존 게임 캐릭터와 동일한 특성을 가지는데, 아이돌 IP와 메타버스라는 가상 플랫폼이 접목하는 지점이 디지털 아이돌이다”라고 말했다.


딥스튜디오의 디지털 아이돌 연습생 ‘정세진’은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 팔로어 8만4000명, 틱톡 팔로어 6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넵튠
딥스튜디오의 디지털 아이돌 연습생 ‘정세진’은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 팔로어 8만4000명, 틱톡 팔로어 6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넵튠

캐릭터 디자인 노하우 있어 디지털 아이돌 제작 용이

업계는 이미 게임사들이 게임 개발에 쓰이는 엔진(도구)과 캐릭터 원화 디자인 등의 노하우를 가진 만큼 디지털 아이돌 제작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게임 개발에서 주로 사용하는 유니티·언리얼 엔진 등은 디지털 아이돌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영진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전공 교수는 “전통적인 게임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의 역할은 매우 컸다”라며 “게임사로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용될 일종의 게임 캐릭터로서 가상인간 구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게임 캐릭터의 매력에 따라 이용자가 많이 유입되는 특성이 있어, 특정 원화가(原畫家)가 디자인한 게임 캐릭터가 화제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며 “원래부터 캐릭터 구현에 관심이 많았던 게임사 입장에서는 메타버스상에서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