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도어의 지역 비즈니스 서비스 화면(왼쪽)과 커뮤니티 화면. 사진 넥스트도어
넥스트도어의 지역 비즈니스 서비스 화면(왼쪽)과 커뮤니티 화면. 사진 넥스트도어

“넥스트도어(Nextdoor)가 우리 가족을 구했어요.”

미국 텍사스주에 초유의 폭설이 쏟아진 2월 15일(현지시각)은 말 그대로 재앙 같았다. 텍사스 전역 430만 가구가 정전됐고,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며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지역은 지난 30여 년 동안 폭설이 내린 적이 없는 데다 제설기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라 폭설 피해가 더욱 컸다. 서울시 다산콜센터와 유사한 ‘311’ 서비스는 운영되지 않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자체 웹 사이트마저 열리지 않았다. 이때 사람들을 구한 ‘영웅(히어로)’이 등장했다. 소셜미디어(SNS) 넥스트도어였다. 넥스트도어를 통해 사람들은 눈이 쌓이지 않은 안전한 피난길을 찾았고, 물이나 난방기구 등의 생필품을 마련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넥스트도어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텍사스 지역의 게시물 수는 전주보다 471% 증가했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준 대화는 400% 늘었다. 전력, 물, 장작, 수도관, 난방 같은 키워드 검색도 140% 증가했다.

넥스트도어는 지역 밀착형 SNS로 2008년 설립됐고, 2011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넥스트도어는 거주 지역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전 세계에 26만8000여 개에 달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미국에선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이 서비스를 사용할 정도다. 넥스트도어 앱을 통해 사람들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유하며, 이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 가령 실종된 애완동물을 찾는다거나 과외교사를 찾는 식이다. 우리나라의 ‘당근마켓’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커머셜(상업)보다는 커뮤니티 기능이 강화된 서비스로 생각하면 된다. 사람들이 넥스트도어를 사용하는 건 이웃을 만나고, 페이스북처럼 거대한 SNS에서 볼 수 없는 지역 이벤트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넥스트도어는 지역 기업의 광고와 홈 서비스 전문가, 부동산 중개 업체 등의 광고 등으로 수익을 거둔다.


이웃과 소통하며 지역 사회 가치 창출

넥스트도어는 전 세계 사람과 모두 소통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주변에서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이웃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개발됐다. 이용자는 실제 이름과 거주지 주소 등을 작성해야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고, 이후 지역 업체와 이웃이 파는 물건, 인근 뉴스와 행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가 주목받은 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에 주변 사람들과 공통된 주제를 나누고 싶은 사람의 본능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유용한 정보는 물론 동네 이슈를 이웃끼리 공유하고 전파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외출이 불가능해 생필품을 사러 나갈 수 없는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로까지 진화했다. ‘화장지가 다 떨어졌다’는 이웃을 위해 문 앞에 화장지를 갖다두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넘쳐났다. 이웃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유하는 기능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라는 느낌을 이용자에게 선사한 것이다.

넥스트도어는 이런 사람의 선한 본능을 포착해 지난해 5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지도에 표시해주는 ‘헬프맵’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용자는 넥스트도어에서 지도를 보면서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사라 프라이어 넥스트도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커뮤니티에서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넥스트도어를 통해 정원을 가꿀 정원사나 개를 돌봐줄 사람 등을 고용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종차별 오해 성장통

넥스트도어가 순조롭게 성장한 것만은 아니다. 2019년 넥스트도어가 10억달러(약 1조원)의 기업 가치를 웃도는 ‘유니콘’이란 평가를 받았을 때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미스터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데다 2017년 미국 전체 커뮤니티의 85%를 이용자로 둘 것이라고 밝힌 목표치를 달성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미국 미디어·데이터 분석 플랫폼 페이먼츠(PYMNTS)에 따르면, 회사 측은 2017년 전 세계에 총 15만 개의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미국 커뮤니티의 85%에 도달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는 없었다.

2015년에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유색인종을 ‘분류’하는 수단으로 넥스트도어가 이용될 수 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아무런 근거 없이 이웃의 흑인 청소년을 범죄자로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삭제했다는 비판에도 시달렸다. 넥스트도어를 쓰는 흑인들은 “사람들이 흑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며 “넥스트도어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텍사스 정전 사태로 넥스트도어는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를 얻었고,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도어는 2021년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 가치는 최대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평가된다.


plus point

인도 이민자 2세가 설립한 회사 실리콘밸리 전설이 이어받다

2018년 12월부터 넥스트도어의 CEO를 맡고 있는 사라 프라이어. 사진 넥스트도어
2018년 12월부터 넥스트도어의 CEO를 맡고 있는 사라 프라이어. 사진 넥스트도어

넥스트도어의 공동 설립자인 니라브 톨리아는 인도 이민자 2세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의사의 길을 밟으려고 했지만,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비즈니스에 눈을 뜨게 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야후에 입사했고, 1999년 커뮤니티 리뷰 사이트인 이피니언스를 공동 창업한다. 하지만 닷컴 버블 붕괴로 회사가 어려워지며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했는데, 그는 이 과정에서 “보수적인 사업가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최근에는 개인사로 화제가 됐다. 2011년 결혼 선물로 아내에게 사준 샌프란시스코 호화 주택이 2000만달러(약 220억원)에 팔린 것이다. 그는 2018년 넥스트도어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면서 사라 프라이어에게 자리를 넘겼다. 프라이어 CEO는 맥킨지와 골드만삭스 등을 거쳤다. 2012년 7월 세일즈포스에서 일했고, 이후 전자결제 업체 스퀘어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하며 기업공개를 주도했다. 스퀘어의 성공을 이끈 그는 ‘실리콘밸리의 전설’로 불린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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