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배송 업체 스타십 테크놀로지는 1월 27일(현지시각) 전 세계에서 100만 건 이상의 로봇 배송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진 스타십
로봇 배송 업체 스타십 테크놀로지는 1월 27일(현지시각) 전 세계에서 100만 건 이상의 로봇 배송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진 스타십

동서를 막론하고 인류는 배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의 영향이 크다. 마케팅 시장 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땅이 넓고 인구 밀도가 낮아 ‘배달의 불모지’라고 불렸던 미국도 지난해 스마트폰으로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app)을 이용한 사람이 4560만 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25.3% 증가한 수준이다. 2023년이면 이 수는 539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선 헬멧을 쓰고 바이크를 탄 운전자들이 도로를 휘저으며 배달에 열을 올리고 있고, 미국에선 우주선 같이 생긴 로봇이 인도를 누비며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로봇 배송 업체 스타십 테크놀로지(이하 스타십)가 만든 이 로봇은 내장 센서와 카메라,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사람이나 장애물을 피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히 제품을 배송한다. 공교롭게도 일론 머스크의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차세대 발사체인 ‘스타십’과 이름이 같은 이 업체는 미국과 영국 등 상륙하는 곳마다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가파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스타십은 2014년 설립됐다. 2018년부터 상업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월 27일(현지시각)까지 전 세계에서 100만 건 이상의 로봇 배송을 완료했다. 2019년 8월 10만 건을 돌파한 이후 불과 1년 5개월 만에 배송 건수가 10배 증가했다. 스타십은 미국과 영국, 덴마크, 독일, 에스토니아 등 5개 국가에서 24시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100만 건은 모든 자율주행 회사를 통틀어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회사인 웨이모 다음 가는 기록이다. 스타십은 로봇 배송 100만 건 달성이 이뤄진 날 1700만달러(약 19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받아 누적 1억2000만달러(약 1339억원)의 투자액을 기록했다.

아마존이나 UPS 같은 거대 기업이 드론을 통해 원거리 물류혁명에 나선 가운데 상대적으로 스타십은 단거리 배송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스타십은 반경 6㎞ 안의 물건을 운반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 수요가 불어나면서 스타십의 비접촉 배송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스타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5배 정도 배달 수요가 늘었고, 올해 회사는 40~50%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십의 질주 비결을 ‘이코노미조선’이 살펴봤다.


사용법 간단, 저비용 매력

스타십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대학 캠퍼스를 노렸다. 대학생들이 로봇 서비스에 거부감이 없고, 스타십의 최대 장점인 저비용을 선호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10만㎞의 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자 스타십은 조지메이슨대(2019년 1월)와 노던애리조나대(2019년 3월), 퍼듀대(2019년 9월), 위스콘신메디슨대(2019년 10월) 등에서도 서비스를 선보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배달 비용도 두드러졌다. 미국 3대 배달 업체라고 불리는 도어대시와 그럽허브, 우버이츠의 경우 바이크, 자전거를 이용해 배달원이 직접 음식을 전달한다. 배달 업체들은 배달 비용으로 식사가격의 20~30%를 레스토랑에 청구하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레스토랑은 음식 가격을 인상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편리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좋지만, 더 큰 비용을 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심지어 배달원에게 팁을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스타십의 배달료는 1건당 1.99달러(약 2200원)에 불과하고, 팁을 줘야 할 배달원도 없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소비자가 앱으로 주문만 하면, 로봇의 경로와 위치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품이 도착하면 알림도 전달된다. 보관함은 잠겨 있으며, 수령인만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열 수 있다. 작고 귀여운 로봇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측면도 있다. 성인 무릎 높이(55.4㎝) 정도까지 오는 로봇은 보행자가 걷는 속도(시속 4.6㎞ 이하) 정도로 이동하며, 무게가 45.4㎏(100파운드)을 넘지 않는다. 보관함에는 최대 9㎏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저속으로 주행하고 인도를 다니는 로봇이라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안전하고 정확하다

스타십 로봇에는 주변 환경을 360도로 볼 수 있는 10대의 카메라와 초음파 레이더, 매핑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 비나 눈이 와도 도로와 인도, 자전거 도로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장애물을 돌파하는 6개의 바퀴로 배달지 문 앞까지 이동한다. 설령 로봇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30㎝ 안에 멈춰 서고, 원격 운영센터에서 문제를 파악해 이를 해결한다.

무엇보다 세심한 매핑 기술이 적용됐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로봇이 미리 경로를 짜야 하고, 이를 위해선 지도가 있어야 한다. 스타십은 구글맵 같은 공개 지도 서비스가 아니라 자체 지도를 만들었다. 구글 지도의 경우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맞춰 제작된 측면이 강해 인도를 이용하는 스타십 로봇의 주행 특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스타십은 한 영역을 정해 인도와 교차로, 진입로를 선으로 연결하는 식으로 예비 지도를 만들었다. 회사 시스템은 이를 통해 로봇의 경로를 만들고, 소요 거리와 시간 등을 계산했다. 로봇이 실제 현장에 가기 전에 모든 작업을 원격에서 수행한 셈이다. 이후 로봇의 센서를 통해 건물과 가로등, 기둥 등을 파악하고, 시스템은 이를 3D 지도로 만들었다.

스타십 로봇은 미국을 포함해 20개국 이상, 100개 도시 이상에서 시험을 마쳤다. 로봇은 수백만㎞를 이동하며 매일 5만 개 이상의 도로를 횡단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 2년 안에 100개 이상 대학 캠퍼스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lus point

스카이프 공동 설립자 또 한 번의 대박 노린다

스타십의 공동 설립자인 제너스 프리스(왼쪽)와 아티 하인라 최고경영자(CEO). 사진 유로맨·위키피디아
스타십의 공동 설립자인 제너스 프리스(왼쪽)와 아티 하인라 최고경영자(CEO). 사진 유로맨·위키피디아

스타십의 공동 설립자인 제너스 프리스(Janus Friis)와 아티 하인라(Ahti Heinla)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 전화 업체 스카이프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1976년생으로 덴마크 출신인 제너스 프리스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덴마크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인 사이버시티 헬프 데스크에서 일했다. 1996년 스카이프 공동 설립자인 니클라스 젠스트롬을 만났고, 그가 이끌던 통신사 텔레2에서 일했다. 2000년에는 젠스트롬과 함께 P2P(이용자 간 연결) 파일공유 업체인 카자를 창업했고, 이후 소프트웨어 업체인 졸티드를 공동 설립했다. 졸티드는 2005년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스카이프 지분을 사들인 이베이와의 분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10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알디오(Rdio), 2012년 소프트웨어 업체 와이어를 공동설립했으며, 2014년 아티 하인라와 스타십을 설립했다.

아티 하인라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프로그래머다. 스카이프 개발자 중 한 명으로, 10대 때부터 컴퓨터 코드를 작성해왔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스타십 CEO로 재직한 렉스 베이어가 물러난 후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으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임하고 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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