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9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9월 11일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9월 2일까지 진행된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1500대 1을 넘겼고, 청약 증거금은 역대 최고인 58조5543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이후에도 당분간 카카오게임즈를 둘러싼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7월 ‘카카오톡 게임하기’로 시작해 오늘날 플랫폼·퍼블리싱·개발을 아우르는 종합 게임사가 되기까지, 카카오게임즈가 걸어온 길을 살펴봤다.

2011년 9월 카카오는 게임사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위메이드)와 함께 카카오톡에 게임을 연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카카오의 고질적 고민이었던 수익성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2011년 시점에서 카카오톡은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는 무료 메시징 서비스로 이용자 수천만 명을 확보했지만, 그 많은 이용자를 어떻게 ‘돈’으로 전환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페이스북이 징가와 협업해 PC에서 ‘소셜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것처럼, 카카오는 모바일 게임에 자사 메신저의 소셜 기능을 연동하고 게임 매출의 일부를 나눠 받으면 수익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구상은 ‘카카오 게임하기’라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2012년 7월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위메이드는 ‘바이킹 아일랜드’ ‘리듬 스캔들’ ‘카오스&디펜스’ 총 3종의 게임을 카카오톡을 통해 선보였고, 출시 한 달도 안 돼 각각 다운로드 100만 건 이상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익명성이 강조됐던 기존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자신의 실제(카카오톡) 친구와 선물을 주고받으며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소셜 게임 특유의 신선한 경험이 먹혀든 것이었다.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 시장 초기로, 마땅한 홍보 수단을 찾기 어려웠던 게임사들에 카카오 게임하기는 매출의 21%를 수수료로 지불할 정도로 매력적인 플랫폼이었다. ‘For Kakao’를 붙인 게임들은 카카오톡 친구를 초대하면 제한된 플레이 횟수를 늘려주는 방식이나 일정 수 이상의 친구 초대를 하면 아이템(게임 내 재화)을 주는 방식 등으로 이용자 간의 자발적인 홍보를 유도했다. 이후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라인게임즈의 ‘드래곤플라이트’등 ‘For Kakao’를 붙인 국민 히트작이 줄지어 나왔다.

한 명이 열 명을 초대하면 열 명이 다시 백 명을 초대하는, 마치 바이러스와 같은 전파 속도를 무기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는 2013년 연결 기준 2018억원의 매출과 6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57%, 853% 신장된 수치였다.


흔들리는 ‘For Kakao’…PC 게임으로 선회

확고했던 카카오의 게임 시장 점유율은 2015년 들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매달 수십수백 종의 게임이 ‘For Kakao’를 달고 나오며 제휴 효과가 약화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신작을 출시하는 게임사들이 늘어났다. 캐주얼 게임에서 다중 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으로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트렌드도 탈(脫)카카오 흐름에 한몫했다.

이에 카카오는 2015년 4월 게임 개발사에 최대 71.5%(기존 49%)의 수익을 배분하는 자체 앱스토어 ‘카카오게임샵’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이탈하는 게임사들을 막을 수 없었다. 카카오는 2015년 게임 사업에서 매출 232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53억원 줄어든 것이었다.

현재의 카카오게임즈가 설립된 것도 이 시기다. 2015년 12월 카카오 이사회는 카카오의 게임 계열사인 ‘엔진’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게임’을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2016년 4월 1일 두 회사를 합쳐 ‘엔진’으로 출범했고, 6월 30일 사명을 카카오게임즈로 변경했다. 카카오게임즈는 PC 게임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시작점은 펄어비스가 개발한 PC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이었다. 검은사막은 모바일 게임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방대한 월드와 화려한 그래픽, 높은 자유도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이를 독점 퍼블리싱하던 회사가 바로 합병 전의 다음게임이었다. 다음게임은 국내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2016년 3월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 검은사막을 진출시켰고, 합병 이후 카카오게임즈는 검은사막의 해외 운영에 더욱 집중했다. 검은사막은 2019년 누적 매출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넘어서는 성공을 거뒀고, 카카오게임즈는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갖추게 된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PUBG(구 블루홀)가 개발한 배틀로얄 일인칭슈팅(FPS)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운영을 맡으며 PC 게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장한다. 본래는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패키지를 구매해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카카오게임즈는 여기에 제휴를 맺은 PC방에 시간제 과금으로 제공하는 한국형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By Kakao’로 3N에 도전장…“개발 역량 확대할 것”

PC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그렇다고 카카오게임즈가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프렌즈’라는 자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캐주얼 게임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퍼즐게임 프렌즈팝 출시를 시작으로 프렌즈팝콘, 프렌즈마블, 프렌즈레이싱까지 대중적인 장르에 친숙한 카카오 캐릭터를 결부한 게임을 잇달아 출시했다.

가장 높은 매출과 영업 이익을 낼 수 있는 메인 스트림은 MMORPG 장르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리니지2M’, 넥슨의 ‘바람의 나라: 연’,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월드’ 등 과거에 사랑받았던 IP를 모바일 게임으로 재해석한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가 대세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카카오게임즈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뉴트로 열풍에 합류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됐던 판타지 소설 스테디셀러 ‘달빛조각사’를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했고, 이는 월 최고 매출 165억원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개발 역량 강화다. 핵심은 ‘흥행 입증 후 인수’ 전략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엑스엘게임즈에 2018년 100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2019년 10월 양사 간 첫 협업 프로젝트로 출시한 달빛조각사가 흥행하자 올해 2월 엑스엘게임즈의 지분 53%를 약 1181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8월 26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개발 인력을 내부적으로 충원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충원할 것”이라고 밝혔다.